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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0편 그래도 희망을 다르게 꾼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4. 27. 15:16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장르와 신예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어야

 

글/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학 박사. 평론가)

 

513일에 열리는 제78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우리 장편영화 작품이 0편 초청되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더구나 경쟁부문은 물론이고 비경쟁 부문(감독, 비평가 주간)에서도 아름을 올린 작품이 한편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경쟁부문에 초청되지 못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고, 비경쟁 부문은 1999년 이후 26년 만의 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언제적 박찬욱 봉준호 홍상수냐라는 말이 나온 지 꽤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작품 이외에는 3대 영화제에서 보기 드문 일이기도 했다. 새로운 신예 감독들과 세대교체에 실패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환경적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극장 산업 자체가 위기에 몰렸고 수익을 극장 상영에 의존하는 한국 영화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미 제작한 영화는 상영기회를 얻지 못하고 수익을 올리지 못하기에 제작사들은 새로운 작품의 투자를 받지 못했다. 이는 새로운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발굴을 어렵게 했다. 독립 영화계는 더욱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OTT는 대폭 성장을 거듭했다. 따라서 기존의 영화 인력과 스텝 그리고 제작사까지 OTT의 드라마 제작에 쇄도하게 되었다. 특히, 넷플릭스와 디즈니 같은 글로벌 OTT는 블랙홀과 같이 빨아들였다.

 

그래도 정유미 감독의 안경이 뒤늦게 이번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단편 애니메이션 경쟁부문에 초청받아서 다행이었다. 더구나 응모작 2340편 가운데 단 10편만 선정되는 치열한 경쟁에서 얻은 소중한 성과였다. 정유미 감독을 통해 다른 희망을 보았다. 극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이나 보는 장르로 생각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즐겨보는 장르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다. 따라서 극영화가 주목받지 못한다고 해서 실망할 일은 아니다. 사실 정유미 감독은 처음 초청된 것도 아니다. 이미 2009먼지아이로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최초로 진출한 바가 있었다. 칸 영화제만이 아니라 수학시험’(2010)으로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연애놀이’(2013), ‘존재의 집’(2022), ‘서클’(2024)4번 진출한 바가 있다. 특히, ‘연애놀이는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우리 애니메이션 최초로 그랑프리(대상)를 받았다.

 

정유미 감독의 활약을 볼 때 생각나는 작품이 바로 라트비아 애니메이션 플로우. 이 작품은 올해 제82회 골든 글로브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아 파란을 일으켰는데 이것에 그치지 않았다. 97회 아카데미에서도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와 디즈니를 꺾고 장편 애니메이션상까지 수상받았다. 이 애니메이션은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이 만든 2012년 단편영화 '아쿠아'를 확장한 작품이다. 작품성만이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다. 제작비 340만 달러인데 글로벌 흥행으로 3600만 달러의 매출액으로 제작비 대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이 작품의 예처럼 정유미 감독의 단편들을 장편으로 제작하면 얼마든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제작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가 미국 극장가에 개봉되어 박스오피스 2위까지 이르렀다. 연출과 각본, 제작, 음악, 촬영을 모두 우리 제작진이 했는데, 현지의 대형 스튜디오들의 '아마추어', '드롭' 등을 모두 제쳤다. 하루 만에 701275달러(100억 원), 개봉 첫 주 수입은 약 1800만 달러(257억 원)로 애초의 예상액 1910만 달러(272억 원)보다 더 컸다.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한 극장업의 쇠퇴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여실히 확인하게 했다. 그러므로 기존의 장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지닌 애니메이션의 창작과 육성에 활발하게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