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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테이프의 재유행 그 매력은....아날로그?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6. 15. 23:51

- 전 세계적으로 카세트테이프 판매량 증가

- 영화 ‘1987’에서 등장한 카세트 테이프

-디지털기기 등장과 함께 쇠락의 길로

-카세트의 부활, 전문 수집가들도 늘고 있어

-카세트에 담긴 소음이 오히려 따뜻함과 편안함 준다


(Title Music)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 교수의 열린 문화여행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북한에서도 남한 영화, 드라마 많이들 보시는 걸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런 가운데 요즘에는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악이죠. 

남한의 가요도 많이 들으시는데 예전에는 카세트테이프로 물론 많이 들으셨지만 최근에는 녹음저장장치인 USB를 꽂아서 들으신다거나 또 무엇보다도 북한에 많이 보급된 손전화를 통해 노래를 많이 들으시는 것 같습니다. 

북한도 이제 많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는 그런 과정인데요, 이상하게도 남한에서는.. 남한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거꾸로 여러분이 예전에 들으셨던 카세트테이프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아마 그 얘기를 들려주실 것 같습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헌식 : 안녕하세요? 

이장균 : 네, 요즘 다들, 손전화.. 그러니까 스마트폰에다 이어폰을 꽂고.. 요즘엔 블루투스라고 해서 줄도 없이 귀에만 꽂는 이어폰을 통해서 너도 나도 음악을 듣습니다만 이상하게 예전에 들었던 이른바 구닥다리 카세트테이프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데 무슨 이야기인가요? 

카세트테이프 복고 열풍은 헐리우드 영화 덕분 


김헌식 : 일단은 유럽과 미국 얘기를 좀 해보겠는데요, 지난해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Guardians of the Galaxy)' 라는 영화의 영향이 컸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피터 퀼(자칭 '스타로드')은, 첨단우주선을 타고 시공간을 넘나들면서도, 정작 음악은 카세트 테이프로 즐기는 독특한 인물입니다. 

(insert music : 영화 ‘Guardians of the Galaxy’ OST 가운데) 

세계적인 음악전문지 빌보드는 "가디언즈오브갤럭시에 등장하는 4개의 사운드트랙이 2017년 카세트 판매량의 증가를 이끌었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판매량의 22%를 차지했습니다. 빌보드가 공개한 2017년 카세트테이프 앨범 판매량 톱10에서, 1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가디언즈오브갤럭시 관련 앨범입니다. 유명 가수 에미넴, 카니예 웨스트, 너바나 등을 앞질렀습니다. 

영화배경음악을 카세트에 담은 것을 영화 관객들이 직접 사고 있는 상황이 되겠습니다. 

(insert music : 영화 ‘Guardians of the Galaxy’ OST 가운데) 

이장균 : 영화 하나가 이렇게 대단한 유행을 불러일으키고 있군요. 어떤.. 예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겠죠. 북한주민 여러분들도 카세트 하면 금방 아시겠습니다만 카세트 플레이어에 카세트데이프를 꽂아서 듣는.. 

저도 기억이 생생합니다만 많이 듣다 보면 테이프가 느슨해지는데 그럴 때 연필을 구멍에 넣어 감아서 팽팽하게 했었죠. 

김헌식 : 저도 그랬습니다. (웃음) 

이장균 : 또 덜덜 거리다 귀퉁이에 나사가 풀리면 아주 가는 드라이버로 조여주기도 했던 그런 기억도 생생합니다만 이 카세트테이프가 어떤 건지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죠. 

김헌식 : 1962년 가전회사 필립스가 개발한 '카세트테이프'는 1970년대 후반 음악용 매체로 사용돼 1980년대 휴대용 음악재생기인 ‘워크맨’ 같은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 됐습니다.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려면 워크맨, 카세트 데크, 붐박스 등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가 필요했었는데요, 일본의 소니라는 회사가자유롭게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듣는다는 의미의 워크맨을 내놓으면서 카세트테이프가 많이 팔리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이장균 : 네, 북한에도 일본제 전자제품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기억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워크맨을 들고 다니며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이 많이 부러워했죠. 첨단기기로 음악을 듣는다고 해서.. 그런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게 1980년대네요. 

(program ID / bridge music) 

(insert : 영화 ‘1987’ 장면 sound ) 

화제의 영화 ‘1987’에서 등장한 카세트테이프

이장균 : 요즘 영화 ‘1987년’이 화제인데요, 요즘 북한에도 남한 영화가 굉장히 빨리 들어간다고 합니다만 북한에도 이 영화가 얼마 안 있으면 들어가겠네요, 아주 감동적인 영화라고 하는데 저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만 꼭 보겠다고 마음 먹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도 카세트 테이프와 플레이어가 등장해서 눈길을 끌고 있다고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1987'을 본 사람들이라면 극중 연희(김태리)가 대학입학을 맞아 삼촌(유해진)에게 '마이마이'(mymy) 카세트를 선물 받고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장면을 기억하실 겁니다. 

(insert : 영화 ‘1987’중에서 연희가 카세트 선물 받고 기뻐하는 장면 sound) 

그만큼 그 당시 청소년들이 얼마나 마이마이 같은 카세트플레이어를 얼마나 원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고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습니다만 담배 두 갑 정도의 크기에 무게가 400그램 정도에 불과해 청바지 뒤에 꽂고 다니거나 혹은 허리띠에다 차고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모습이 굉장히 멋져 보였죠. 

무엇보다도 당시 한 번 넣으면 뒤집을 필요 없이 쭉 이어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오토리버스' 기능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이장균 : 영화를 통해서 추억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들을 통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전성기를 보낸 마이마이는 1990년대 들어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되죠. 카세트 테이프 등의 음악이 디지털화 되었기 때문이겠죠? 

김헌식 :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음성 파일을 저장해 음악을 듣는MP3를 상용화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된 것이죠. 

MP3는 마이마이의 6분의 1 수준인 70g 내외로 가벼웠고, 수백 여 곡의 노래를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서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보니까 카세트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LP레코드도 마찬가지인데요, 요즘에는 개인의 취향으로 집에서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큰 레코드판을 올려놓고 듣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갑작스럽게 밀려날 줄은 레코드업계도 몰랐을 텐데 아주 작은 기기에 수많은 노래들을 저장하는 시대에서 다루기 불편한 큰 기기들은 자연히 사라질 수 밖에 없었겠군요. 

그런데 다시 한국에서도 카세트 테이프가 부활하고 있다고요? 

사라진 카세트 시대에 전문매장 재등장

김헌식 : 그렇습니다. 최근에 카세트 전문매장이 서울의 마포구에 생겼습니다. 주인 되시는 분은 2010년부터 전국을 돌며 모은 5만 개 중 1만5000여 개를 진열해 놓았습니다. 

미개봉 제품은 주로 6000~7000원에 판다고 하는데 비싼 것도 있습니다. 산울림1집 같은 경우는 10만원, 김광석1집은 8만원, 이문세 1집은 7만원 정도에 팔린다고 합니다. 

이렇게 카세트테이프가 새롭게 부각이 되고 있고요. 특히 인터넷 온라인에서도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모임이 생겼습니다. 줄여서 ‘카듣사’ 라는 모임으로 지난해 10월에 생겼는데 현재 회원이 2천 여 명 넘게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장균 : 1980년 초반으로 기억됩니다만 제가 오아시스레코드사를 들린 일이 있었는데 마당에 뭐가 잔뜩 쌓여 있어서 뭐냐고 물어봤더니 ‘쌍쌍파티’라는 카세트테이프였습니다. 

주현미, 박준규 두 사람이 불렀던 노래들을 담은 카세트로 물량주문이 너무 밀려서 마당까지 쌓아놓고 작업을 했던 거죠. 뒤에 들으니까 당시 하루에 만 개 이상이 팔려나갔고 나중에 레코드사에서 감사표시로 주현미 씨에게 자동차를 선물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택시나 관광버스 같은 데서 어김없이 틀어주던 게 바로 이런 쌍쌍파티 같은 카세트테이프였죠. 그 가운데 잠시 한 곡을 들어보죠. 연세가 지긋하신 북한주민 여러분도 아실 만한 노래가 아닐까싶습니다만 ‘굳세어라 금순아’ 입니다. 

(music : 굳세어라 금순아 / 주현미, 박준규) 

이장균 : 김헌식 교수의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카세트데이프에 대해 함께 이런 저런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카세트를 듣는 사람들 ‘카듣사’라는 모임도 있다고 하셨는데 일반 시민들 가운데는 돌아다니면서 카세트 테이프를 사서 모으시는 분들도 있다고요? 

김헌식 : 카세트 파는 데가 거의 다 사라져서 시골 같은 데 가야만 간혹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데를 찾아 다니면서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희귀한 것들은 소장가치도 있어서 모으기도 합니다만 카세트테이프에 같이 들어있는 당시 유명 평론가의 해설집이나 사진 작가의 촬영본 등을 보는 재미도 있다고 합니다. 

카세트 테이프와 더불어 녹음재생기 플레이어를 모으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요, 어떤 분은 지금까지 모은 플레이어가 400대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걸로 박물관을 만들면 볼거리도 되고 역사적인 기록도 될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해외까지 이른바 테이프 ‘성지’라고 하는 곳까지 원정 가는 열광적인 수집가도 생겨났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잭나이프 레코즈&테이프스’, 일본 도쿄의 ‘왈츠’는 수만 점의 카세트테이프가 장관을 이루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이장균 : 흔히 수집광이라고 하죠. 이런 분들 참 못 말립니다. 좋아하는 게 있으면 세계 끝까지라도 가서 구해오시는 분들이죠. 

북한주민 여러분도 예전에 쓰시던 이런 카세트플레이어나 카세트테이프 함부로 버리지 마시고 잘 보관해 두시면 나중에 분명히 찾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카세트 테이프는 이제 향수를 느껴 찾는 중년의 전유물만은 아니라고 하죠. 카세트테이프로 앨범을 내는 젊은 가수들이 늘어나고 있다고요? 

김헌식 : 네, 지난해 10월에는 아이돌그룹 샤이니가 5집 앨범 ‘1 of 1’을 발매하면서 카세트 테이프 1000개를 한정판으로 제작했습니다. 당시 이 테이프는 하루 만에 매진됐고, 결국 5만 장을 추가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또 얼마 전에는 걸그룹 마마무의 멤버 솔라의 앨범(솔라감성)도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됐습니다. 

(program ID / bridge music) 

카세트에 담긴 감성소음이 따뜻함과 편안함 준다

이장균 : 이렇게 지나간 옛 것들이 다시 부활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헌식 : 일단 앞서 언급했듯이 아날로그 적인 정서 때문이기도 하고요, “물이 너무 깨끗하면 물고기가 못 살잖아요 카세트테이프에 담겨있는 이른바 감성 소음, 노이즈가 적당히 있는 게 편안함을 준다고 합니다. 들었을 때 따뜻한 느낌도 주고 심리적인 안정감도 주기 때문에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도 있고요, 

또 음성과학적으로 보게 되면 CD같은 디지털 신호로 기록된 음반은 음악 기록 당시 발생했던 주변 소리를 인위적으로 지우기 때문에 원래 소리를 담지 않는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가수가 노래할 때의 미세한 떨림이라든지 또 연주자에 따라 다양한 차이점이 있는데 모든 것이 획일적으로 디지털 음악에는 반영이 되다 보니까 오히려 전문가들은 그런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이런 카세트테이프나 아날로그 음반을 찾고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가 봤을 때는 디지털 음악이 발전할수록 반대로 이런 아날로그, 옛 방식을 찾는 사람이 늘 것 같고요, 무엇보다도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런 카세트테이프 같은 것을 새로운 자기의 정체성으로 많이 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기성세대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추억이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새로운 매체로 받아들여지고 또 자기 나름대로의 의미부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유행을 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겠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카세트 얘기를 하다 보니까 유행이라는 것은 돌고 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전에 우리 바지가 넓어졌다 좁아졌다 되풀이 됐듯이.. 

지나간 것이라고 다 소용없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은 늘 추억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추억관 연관된 물건들을 다시 떠올리고 뒤늦게 찾게 되는 것을 카세트를 통해 다시 느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들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