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카라 해체 여부에 온나라가 ´들썩´ 해법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58

<김헌식 칼럼>카라 해체 여부에 온나라가 ´들썩´ 해법은

2011.01.24 08:31

 




[김헌식 문화평론가]카라 등 한국의 걸그룹에 관한 폄하만화가 일본에서 나돈다는 보도는 한국인들의 격분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그 만화를 누가 창작하고 어디에 유통시켰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그 만화를 공식적으로 출판했거나 일간매체에서 게재한 것이라면 법적인 책임을 분명하게 져야할 사안이었다. 그런데 그 만화는 동인지에 게재된 것이었다. 자칫 동인지의 만화를 문제삼은 것은 창작의 자유에 관련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사안이 된다. 

일단 혐한류 관점으로 카라와 소녀시대 폄하만화를 분석할 수 있겠다. 한국의 가수들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한 일본의 불만을 대리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심리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더구나 자신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미국 대중문화가 한국을 휩쓸 때 동인지 차원에서 반미 성향의 작품들이 국내에서 돌던 적도 있었다. 이러한 점은 일종의 사회학적인 맥락에서 분석한 것이 될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창작의 관점에서 동인지 작가는 한국 대중가요계를 비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겉은 화려해보이지난 그 이면의 모순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도 있다. 이 만화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그럴듯하게 짬뽕되어 있지만, 결정적으로 그 요소들이 카라와 소녀시대에 해당하는 것인지, 즉 진실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은 오로지 창작일 뿐이다. 만약 동인지라해도 그것이 대중적으로 크게 판매될 것을 알았거나 염두했다면 법적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만화가 현실을 비약한 채 이야기를 구성해 내었지만, 한국 기획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폄하 만하 논란이 있은 며칠 뒤 카라의 멤버와 기획사 간의 분쟁이 일어났다. 

멤버들이 연예기획사에 계약해지 통보했는데,계약을 파기한 이유로 인격모독이나 강요에 따른 활동, 그리고 수익배분 문제가 크게 부각 되었다. 경제학적 관점과 인권적인 관점이 얽혀져 있는 사안이었다. 동방신기의 해체 과정에서 불거진 내용과도 비슷했다. 넓게 보자면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인권적인 요소가 간과 되어왔던 과거 한국식 경제성장 모델과도 닮았다. 

그동안 한류는 세계적으로 큰 명성을 구가하고 실제로 양적인 성장의 성과도 이루어냈다. 하지만 그 구성원들의 인간적인 권리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돌려주지 않고 말았다. 자본주의와 시장의 원칙을 지키지 않은 측면도 있다. 즉 노동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주어야 한다. 또한 생산물이 많은 수익을 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늘려주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더 노동을 하게 되고 생산물을 만들게 된다. 물론 정덩한 대가를 상응하여 지급하게 되면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하게 되어 양적으로나 질적인 성장을 낳게 된다. 자신이 발굴하고 훈련시켰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신들이 가져야 한다는 것도 인권적인 면만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시장 원리의 법칙에 어긋난다. 

공정거래법은 누군가의 이익을 영구히 보장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메커니즘이 잘 돌아갈 수있도록 독점과 일방적 지배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연예기획사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기획사가 우월적 지위로 독점하고 지배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엔터테이너 시장을 항폐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한류와 대중문화시장을 붕괴시킨다는 이유로 연예기획사시스템의 모순을 묻어둘 수는 없다. 기획사에서는 멤버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그동안 연예기획사의 모순이 결국 그들을 더 많이 돈을 벌게 해준 셈이 된 것이다. 

스스로 자신이 주체적으로 서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아이돌 그룹은 만들어진 상품이라 자생력이 없다는 지적과는 거리가 먼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주체적으로 만든 것은 기획사시스템만이 아니다. 카라의 계약파기를 주도한 것이 멤버들의 어머니라는 지적이 사실일 경우에는 한국의 문화적 이면이 확인되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이 자녀들의 어머니 때문에 좌지우지 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대중문화계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아이돌은 어머니와 기획사 속에서 재주를 부리는 존재로 보인다. 물론 그 재주 덕에 돌아오는 이익은 그들에게 제대로 돌아가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그 이익들은 학습권과 노동권, 인격권과 맞바꾼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 그룹들은 가수로 남아 있지 않다. 철저하게 경제적 이윤에 따라 재롱을 부리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본인들이 처음부터 사람들을 위한 노래 부르기에 매진하려는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는 것이다. 팬들만 바보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 슈퍼스타 K > , < 위대한 탄생 > 에서 대중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자신이 스스로 자생하면서 이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노래를 불러주는 가수다. 그들은 노래가 좋아서, 음악 그 자체가 좋아서 남아 있는 것이지 일확천금을 바라는 이들은 아니다. 돈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주객이 전도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슈퍼스타 K > 나 < 위대한 탄생 > 과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중적인 인기에서 부각되어야 할 부분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아이돌 그룹이 대중적 인기에 비해 크게 미흡한 부분이다. 

아이돌 그룹은 철저하게 콩나물처럼 음지에서 길러져 어느날 갑자기 화려한 마케팅 시스템에 따라서 대중에게 공급되는 인스턴트 식품 같다. 인스턴트는 강렬한 맛을 제공하지만 곧 식상해지고, 다른 인스턴트 식품에 밀리는 운명을 타고 났다. 만약 한류가 이런 인스턴트의 범주에 안주하게 된다면, 미래를 담보할 수는 없다. 이는 한류의 근본적인 과제로 여전히 남겨져 있다. 혼자서도 스스로 오랜기간동안 자생력을 가질수 있어야 더욱 건강하고 다채로운 웰빙식을 전할 수 있다. 문화복지는 그들에게서 더욱 충실하게 충족될 수 있다. 

최근 1인 창조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기업이 사회적 기업이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아니 많은 1인 기업형 가수들이 활동할수있다면 시민들의 문화복지는 더욱 증진될 것이다. 1인 기업은 스스로 자신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 가요계는 지금 1인 기업이 없다. 예전에는 혼자 스스로 움직인 가수가 있었지만 지근은 찾아볼 수 없다. 한류의 흐름에 너무 매몰되어 우리는 대형 기업형 가수들만 주목하고 그것을 높이 평가했다. 

가수의 일을 하면서 사회적 기여까지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2003년에 결성된 대한민국의 1인 프로젝트 그룹이었는데 사실상 1인 기업이다. 이 1인 밴드 고(故) 이진원을 추모하는 행사에 100여개 넘는 사상 최대의 밴드들이 참여한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직설적이고 솔직한 삶을 노래하면서 아주 젊은이보다 나이 많은 특히 남성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다. 만약 연예기획사형 가수와 그룹이 창궐하는 풍토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디지털음원 수익 배분 등 해결 미제 과제는 많지만 미래에 카라를 추모하는 밴드들이 얼마나 모일까. 동방신기나 소녀시대도 마찬가지다. 1인 기업형 밴드들이 많을 때 우리 음악은 물론 문화의 품격과 우리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질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어디 가수 뿐일까. 그들이 정말 많을 때 우리는 진정한 문화강국이다. 일본에서 폄하 만화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선진국, 선진 사회의 모습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