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천재들도 이렇게 생각의 함정에 빠진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0. 31. 01:05

천재들도 이렇게 생각의 함정에 빠진다.

자카리 쇼어의 ‘생각의 함정’

우리가 사고나 생각에 관한 책을 읽는 이유는 실제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이에 관한 많은 책들은 단순히 심리적, 행태적 실험이나 세밀한 사례들의 열거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생각의 함정’의 자카리 쇼어는 밀실의 사고법에서 벗어나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7가지 인지함정에 대해 다뤘다. 저자가 밝혔듯이 중대한 실책들을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 국가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주관적 판단유형과 사고 전개의 과정, 문제 해결방식에 대해 살폈다. 이 책의 목표는 생각의 함정을 식별하는 것만이 아니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탐색한다. 이를 위해 실패한 사람만이 아니라 성공한 이들을 대비시킨다.




노출불안

노출불안은 자신의 결점을 감추고 입지를 강화하려다가 오히려 입지를 약화시킨다. 1920년 미얀마의 대영제국 관리인 에릭 블레어는 우리에서 나온 코끼리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30여분동안 잔인하게 코끼리를 죽였다. 그는 곧 후회했고 동료들은 유용한 코끼리가 죽였다고 했으며 주민들에게는 정신적 상처를 입혔다. 그는 단호하고 결단력이 있음을 보여주려 했고, 폭력으로 위치를 지키려 했지만 자신의 위치는 불안해졌다. 그는 귀국 후 경찰직 대신 작가를 선택했다. 그가 바로 소설 ‘1984’의 작가 조지오웰이었다. 2006년 7월 17일 이스라엘 신임수상 에후드 올메르트(Ehud Olmert)는 중요한 연설을 하고 그 연설대로 행동했다. 그는 “적들은 평화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나약함의 신호로 받아들일 것입니다”라며 가혹 강경하게 대응해야 국가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과도한 무력사용은 무고한 인명을 앗아갔고, 결국 국제사회의 여론을 악화시켰다. 무엇보다 이스라엘의 입지는 강화가 아니라 약화되었다.

과도한 대응으로 자신의 결함을 감추려는 그들의 생각과 달리 사람들은 자신의 결함을 인정하는 사람을 오히려 존경하고 신뢰한다.

원인혼란

원인혼란은 특정 이론이나 관념에 빠져 원인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 것이다. 어느 마을의 사람들이 집에 난 불에 타죽은 돼지고기가 맛있음을 알게 되고 구운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집을 태운다. 핵심은 집에 불이 난 것이 아니고, 불에 구워진 돼지였다. 반면 로마의 한 마을에 말라리아가 돌자 마을 사람들은 환자들이 모두 늪에 갔다 왔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늪을 없애버린다. 따라서 그들은 말라리아에서 해방되었다. 과학자들은 우울증이나 정신 분열증은 생물학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하지만 근대 사회일수록 증세가 증가하는 점을 외면한다. 흔히 의사들은 디스크 기형이 허리통증의 원인이라지만 많은 경우 진정한 원인은 억압된 분노였다.

원인혼란은 전문가라는 생각에 빠져 있을수록 더욱 심하다. 원인혼란에서 벗어나려면 한 가지 원인만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평면적인 관점

평면적인 인지 함정은 감정이입과 상상력의 부재로 이분법적 사고로 일어난다. 가 작용한다. 1951년 3월 이란의 모사데그와 마즐리스는 이란 석유 산업의 국유화를 결정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를 공산 이데올로기 때문으로 보았다. 미국은 에이잭스 작전으로 모사데그를 쫓아내고 모하메드 팔레비 정권을 내세웠다. 팔레비 정권은 야만적인 탄압정책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란인들은 미국을 사탄의 제국으로 간주했고, 오히려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 혁명으로 이어졌다. 모사데그가 국유화를 추진한 것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가난한 국민을 빈곤에서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워싱턴 정책가들은 호치민을 공산주의자로 보았지만, 호치민은 베트남인의 복지가 우선이었고 이를 위해서라면 협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공산주의 봉쇄 정책 차원에서 전쟁을 수행했다. 1950년대 영국이 말레이 테러리스트와의 싸움에서 이긴 것은 강압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만병통치주의

만병통치주의는 성공한 이론을 무차별적으로 모든 곳에 적용하려는 교조적인 믿음이다. 외관상 비슷한 요소들을 고정된 범주화의 카테고리에 가둔다. 이렇게 되면 자칫 대상의 특수한 요소들을 간과하게 된다. 제프리 삭스는 천재적인 경제학자로 평가되었고, 동구권에서 행한 경제처방은 큰 효과를 보았다. 그는 자신감에 차 다시 러시아에서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결과는 혹독했다. 산업 민영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소수의 집단이 어마어마한 부를 갖고, 시민은 더욱 빈곤하게 되었으며 러시아의 발전은 후퇴했다. 제프리 삭스가 스스로 밝혔듯이 민영화에 대한 러시아의 문화적 요인을 간과했다. 멕시코에 취한 IMF의 조치들을 태국에 그대로 적용해 문제를 더 악화 시킨 것도 만병통치주의의 전형이었다. 만병통치주의는 인간이 복잡한 존재하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 실생활에서는 불가능한 이상적인 전형만을 사고하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정보집착증

정보 집착증은 정보독점과 정보기피증으로 나뉜다. 정보독점은 정보를 혼자만 갖고 있거나 최측근과만 공유해 단기적으로는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지만 곧 그것을 상실하게 한다. 1930년대 일본 외무상 요스케 마츠오카는 정보통제가 자신의 성공과 국가정책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다. 처음에는 승승장구 팽창하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말았다. 정보독점자들은 자신의 성공비법을 확신하지만 결과는 기대를 배반한다. 정보 회피증은 정보 집착증의 다른 형태이다. 베트남의 응우옌 통치자들은 서구에 대관한 정보 회피했고, 결국 유럽의 식민지가 되었다. 반면, 태국의 뭉쿳은 개방성과 유연성이 강해 왕위에 오르자 서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태국에게 유리한 조약과 협상을 이끌어내어 식민화의 위기에서 태국을 탈출시켰다. 물론 정보양이 아니라 정보량을 지혜롭게 판별하는 것이 중요했다.

거울이미지

거울이미지는 상대방이 자신과 같다고 생각하는 생각의 함정이다. 일본이 전후(前後)에 국가적으로 대대적인 매매춘 사업을 벌인 것은 승리자인 미국인들이 벌일 대규모 강간에서 일본 여성을 구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인은 실제 그럴 이유가 없었고, 일본은 심각한 사회적 후유증에 시달렸다. 프랑스의 전쟁영웅 카스트리는 디엔 비엔 푸에서 참담한 패배를 했고 프랑스는 베트남에서 철수하기에 이른다. 카스트리는 디엔 비엔 푸는 길조차가 제대로 없는 곳이라 베트민이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애국심에 불타는 베트남 남녀노소는 주머니와 손자루에 곡식과 탄알, 폭탄, 대포 부품들 담아 계곡과 산봉우리를 뚫고 날랐다. 로버트 번스의 시가 맞았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보는 것처럼,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재능을 부여해준다면!/그랬더라면 우리가 저지르는 무수한 실책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정태적 집착

정태적 집착은 변화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인지함정이다. 1990년대 초 불투명한 장래의 IBM의 새 CEO로 임명된 루스 거스너는 팀 플레이어에게는 보상을 내리고 개인이익 추구 행위에는 벌칙을 내렸다. 또한 거부권을 없애고 급여구조를 경쟁체제로 만들었다. 반대는 심했지만 결국 시장점유율은 치솟았다. 루퍼트 머독은 끊임없이 변화의 흐름을 쫓았고 그것을 정확하게 집어내 미디어제국을 세울 수 있었다. 에디슨은 직류전기에 집착했지만, 테슬라는 교류전류의 가능성에 확신했다. 변화를 정확하게 짚어낸 것은 테슬라였다.

함정을 벗어나는 지혜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단선적인 환원론적 사고와 그것의 탈피다. 실책은 상황을 매우 단순하게 파악해 복잡한 원인을 단 한 가지 원인에 귀속시킬 때도 일어난다. 우선 명쾌한 답을 찾는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원론적인 사고와 단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데 필요한 것은 감정이입과 상상력 그리고 정신적 유연성이다. 이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조직이 끊임없이 훈련하는 가운데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용기다. 인지 함정을 피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계속 표현했거나 관철시키는 용기를 지녔다.

*교보문고 북멘토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