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천안함과 개콘 그리고 비정규직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7:56

<김헌식 칼럼>천안함과 개콘 그리고 비정규직

 2010.04.25 11:03

 




[김헌식 문화평론가]천안함 침몰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과 슬픔을 남겼다. 유가족의 슬픔과 애통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뜻하지 않게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방송가의 개그맨들이라고 한다. 예컨대, < 개그콘서트 > 의 경우에는 무려 5주간 결방되었다.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이 1~2주 결방하거나 혹은 방영에 지장이 없었던 것과는 다른 점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기 있는 간판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사실 이 문제는 방송의 모순과도 맞닿아 있다. < 개그콘서트 > 나 < 웃찾사 > 의 개그맨들은 무명이거나 인지도나 낮은 개그맨들이 많다.이들에게 전적으로 생계의 수입되는 것은 개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한꼭지에 출연하면서 수많은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일반 회사원들은 아이디어를 당장에 내지 않는다고 해서 월급이 나오지 않는 사태는 없다. 하지만 개그맨들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이 채택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다시 방송이 되어야만 자신의 대가를 받을 수가 있다. 곧 그 대가를 받아서 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 달 출연이 모두 이루어져도 100만원의 수입을 올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5주간이나 방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그들에게 생활고를 가중시키는 것임에 분명하다. 이렇게 < 개그콘서트 > 가 연이어 결방이 되고 있는 것은 천안함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사건 자체가 아니라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을 추모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것이다. 방송가에서는 천안함에 따른 방송제작과 수용자 권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겠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 개그콘서트 > 같은 작품을 방송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다시금 개그맨들이 처한 환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이는 방송제작과 창작의 구조를 생각해야 하는 문제이다. 적어도 결방이 이루어질 때는 그에 상응하는 생활비의 보장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경우에는 개그맨들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더구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사회보장적 처우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너무나 무책임하다. 많은 시민과 국민들에게 생활의 활력소를 주어 국가적인 생산력을 높여온 프로그램이 < 개그콘서트 > 를 비롯한 개그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그러한 중요한 일을 하는 이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척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는 단순히 각 개인에 대한 사적인 연민과 배려의 차원은 아닌 것이다. 속절없는 결방과 그들에 대한 외면을 겪게 되면 하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속감과 정체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비록 결방이 된다고 해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고정적인 구성원들에게는 일정한 생활비가 지급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비단 < 개그콘서트 > 나 < 웃찾사 > 와 같은 프로그램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겠다. 이런 경우에는 항상 약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KBS에서 주장하는 수신료 인상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을 포괄하고 있어야 한다. 방송에 종사하고 있는 유무형의 구성원들에게 사회 보장적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이러한 점들은 하나둘이 아닐 것이고, 이러한 점들을 보장하기 위한 수신료 인상 논의가 있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 개그콘서트 > 는 < 웃찾사 > 에게 크게 밀리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이유는 < 웃찾사 > 가 무한 경쟁 시스템을 통해 < 개그콘서트 > 의 시청률을 크게 넘어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한 경쟁 시스템은 곧 가용자원을 모두 소모해버리고 하강했다. 그것은 쓰다버리는 모델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래 버틸수 없는 구조였다. 또한 조직적 공동체적으로 창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개별 구성원들이 각개 전투를 벌이는 모델이라 장기전에서는 불리했다. 

결국 집단적인 협조와 지지 속에서 창작은 지속될 수 있고 좋은 결과물도 나오게 된다. 마찬가지로 천안함 사태 이후에 결방되는 < 개그콘서트 > 사태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러한 시스템의 확립의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