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천만 영화, 경마식 보도 바람직한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8. 9. 07:40

천만 흥행이라는 타이틀은 놀랍고도 신선한 프레임으로 자긍심을 주면서 영화 마케팅에 사용되었던 것이 사실인데 과연 이제는 의미와 가치가 있는 지 의문이다. 트렌디가 생명인 대중문화에서는 더욱 그러한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천만 프레임이 바뀔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 영화 '서편제'가 한국 영화 사상 처음으로 백만 관객을 돌파했을 때만 해도 사건이었다. 이후 10년 뒤 2013년 영화 '실미도 '가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다. 그 뒤로 천만 관객은 흔해졌다. 2004년에는 '태극기 휘날리며', 2005년에는 '왕의 남자'가 천만관객동원에 성공했으며, 그 다음해인 2006년에는 '괴물'이 1천 3백만이나 동원했다. 2009년에는 영화 '아바타'가 해외 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관객을 돌파하면서, 한국은 해외에서도 무시하지 못할 영화 시장으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2009년부터 천만 관객 영화가 두 편 이상 탄생하기 시작했다. 이 해에 영화 '해운대'가 '아바타'와 함께 천만관객 동원에 성공한 것이다. 2012년에도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다. 2013년에는 '7번방의 선물', '변호인'이 성공하는데 2014년에는 무려 네 편의 영화가 천만관객 동원의 성과를 낸다. 영화 '명량'은 1천 7백만명 이상의 관객 동원으로 역대 최고 흥행 영화가 되었다. 

여기에 '국제 시장'도 1천 4백만 관객 동원으로 역대 2위 영화가 되었지만, 만약 '명량'이 없었다면 역대 흥행 최고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2013년 개봉작이기는 했지만 이 해에 1월에 '겨울왕국'은 애니메이션 최초로 천만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인터스텔라'의 경우에도 약 1천 20여만명으로 애니메이션과 같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2015년에도 세 편의 천만 관객 영화가 탄생했는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암살', '베테랑'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렇다면 2016년은 어떨까. 영화 '부산행'의 천만 관객 동원에 성공했고, '인천 상륙작전'이 천만 영화의 가능성이 능히 점쳐 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경마식 흥행 보도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천만 관객 동원에 흥행했던 어떤 영화보다 며칠이 빠르다거나 관객수가 늘어나는 속도가 역대 최고라는 식의 보도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보도는 흥행을 견인하기 위한 흥행 홍보 자료와 별 다를 게 없는 경우가 많다. 많은 관객들이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참조하여 영화 관람을 하는 경우가 제법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군중 효과라고 하거나, 밴드 웨건, 쏠림 효과부르든 간에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천만 관객 타이틀은 영화 흥행 견인을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쓰여왔다. 이를 무조건 비판적으로 다뤄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인지 심리나 경제 심리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예컨대, 영화 쏠림 현상은 결정장애 현상과 맞물려 있다. 매체는 많고 콘텐츠도 넘쳐나는데 영화관의 개봉 작품조차 말할 것이 없다. 결정장애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후회에 대한 염려 심리 때문이다. 이 영화를 선택했을 경우, 재미가 없다거나 다른 영화가 더 재미가 있었을 것이란 후회가 생기지 않으려면, 좀 더 사전에 미리 알아내야 한다. 즉, 어떤 게 나은 지 파악하여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에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말도 아니고, 관련 매체의 평가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알 수 있듯이 관객들과 같은 처지와 단계의 사람들이 내는 평가에 의존하는 현상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평점에서 기자나 평론가의 별점보다는 네티즌이나 일반 관객의 별점을 더 눈여겨 보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SNS의 반응들에 더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이 입소문의 특징이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관객 천만 흥행은 매체들의 태초의 예측과는 대체로 별도로 움직이게 된다.

그렇지만 이런 입소문 대상의 영화들은 재미와 오락을 위한 영화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드시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여름이나 거울과 같이 방학이 병존하는 시기에는 이런 영화적 코드가 흥행의 포인트가 되며 다른 영화적 취향은 설 자리를 잃게 만든다. 더구나 제도적으로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지배 현상에 따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왜곡 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그 영화들 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의 본래 뜻과는 관계없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때 영화 선택에 대한 후회감이 밀려 들 수가 있다. 그렇지만 그 후회와는 관계없이 이미 본인은 천만 관객을 돌파 하는 숫자 가운데 하나가 되어 있는 상황에 있다. 그러하다면 정말 천만 관객 타이틀이 영화의 평가 기준으로 적절하게 적용이 되려면 단지 숫자가 아니라 본 관객들이 추천할 뜻이 있는 지 여부를 가지고 지수를 만들어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무조건 숫자만 높게 만들면 된다는 사고 방식은 한국 영화의 외형만 키울 뿐, 내실을 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많은 영화들이 역대 최고 흥행 속도를 낸다는 보도와는 달리 곧 동력을 잃고 나는 경우가 흔했다. 특히 연작 시리즈 영화들이 심하다. 그 이유는 초기 흥행 속도가 그 영화를 좋아하는 광팬 마니아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리면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오랜동안 팬들이 기다렸다가 보기 때문에 초기에는 엄청난 관객수를 기록하지만, 다른 일반 관객들을 끌어들이지 못해 곧 힘을 잃고 마는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사실 이런 영화들은 천만관객 동원이 의미가 없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천만 관객과 무조건 연결시키는 경향이 있다. 무리한 흥행 마켓팅이고 스크린 지배나 영화 홍보의 낭비적 요소라고 할 수가 있다. 

언론보도는 경마식 천만 흥행 비교를 자제해야 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 비교가 단지 천만 관객 동원 여부가 작품 자체를 온전히 말할 수 없는 것이며, 천만 관객 흥행 동원이 이제는 그렇게 남다른 가치를 지닌 평가 기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객관적인 지표이지도 않을 뿐더러 관객들의 후회감을 높여서 다른 영화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 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전산망 통계는 좀 더 세밀해야 한다. 티켓 발권 숫자만 다루는 경우, 오히려 국가기관이 홍보 활용의 수단에 그치게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화콘텐츠 파워지수 같은 평가 기준이 따로 만들어져야 한다. 단지 관객 수만 가지고 좋은 영화인지 많은 시민과 국민들이 봐야 하는 지 그 여부를 따져 봐야하기 때문이다. 영화적 향유권이 다양하게 보장될 때, 영화 산업 자체도 더욱 튼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흥행하는 천만 관객 영화들이 얼마나 보편적인 취향과 소구성을 갖고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은 한국의 특수와 제도와 시스템의 결과에 따른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영화가 글로벌 보편성을 가지려면 국내 천만 관객 프레임에서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존재하게 된다. 한국 관객들의 취향에만 철저히 맞춤식으로 제작하여 천만관객을 동원했을수록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서는 멀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부산행'이나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등은 과연 어떻게 될 지, 그 분수령이 될지 기대감이 모아지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한국의 특수한 제도와 시스템에 의존한 흥행이기 때문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