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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리 로봇이 월드컵 응원녀를 몰아내는 심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8:23

<김헌식 칼럼>차두리 로봇이 월드컵 응원녀를 몰아내다

2010.06.23 11:45

 




[김헌식 문화평론가]월드컵거리 응원전에서 일어나는 여성들의 노출을 비판하는 글이 논란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월드컵 응원전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려는 여성들이 주목받으려는 의도를 숨기는 속내를 노출의 이중성과 연결한 글이었다. 젊은 여성들이 주목을 받으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월드컵 응원녀' 때문이다. 2002년을 시작으로 월드컵 때마다 응원녀라는 이름의 여성들이 인터넷에 크게 화제가 되었다. 

이런 면에서 거리 응원전은 < 미녀들의 수다 > 라는 프로그램과도 같다. 애초에 < 미녀들이 수다 > 의 목적은 외국인 여성들을 통해 한국의 사회문화를 짚어보면서, 세계인과 갖는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에 < 미녀들의 수다 > 는 외국인 여성들의 연예계 진출의 통로가 되었다. 처음에는 세간의 폭발적인 주목을 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런 여성 이미지에 치우치는 전략은 몰락의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응원전의 목적은 당연히 한국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이루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다. 하지만 응원녀의 개인적 목적은 이러한 응원전의 목적을 따돌리고 대중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되었다. 연예계 데뷔가 목적이 되는 셈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많은 응원녀가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월드컵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응원녀가 아니었다. 더구나 여자가 아니라 남자가 주목을 받았다. 응원녀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응원녀가 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너무나 많은 응원녀가 매체에 등장했다. 즉 너무나 많은 응원녀가 등장하기 때문에 응원녀 자체가 가지는 희소성이 적다. 많은 응원녀들은 1회적으로 소모될 뿐이다. 

응원녀의 핵심적인 매력은 자발성과 순수성이다. 하지만 많은 매체에 등장하는 응원녀들은 그 의도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다. 이는 개인적인 매력도와는 관계없이 사회적인 주목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미지의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만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이미지가 아니라 본질을 담은 '이야기'와 '실체'이다. 이러한 점은 이미지를 파는 연예인보다 좋은 경기 결과를 실제로 일구어내는 김연아가 연예스타보다 많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월드컵에서 인기를 끈 것은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이다. 여기에서 스토리 텔링은 단순히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 실체에 바탕을 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차두리를 둘러싼 로봇설등이다. 차두리가 쉴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기 때문에 로봇설을 제기 한 것이다. 네티즌 수사들이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차범근이 차두리를 원격 조종하고 있기 때문에 차두리가 화면에 잡히면 차범근이 조용해진다.", "차두리의 등 번호 11은 차두리를 충전시키기 위한 콘센트다." 사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스토리 자체를 만들고 그것을 즐기는 문화가 강세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수 없다. 차두리 로봇설의 진원지도 네티즌이 창작한 만화에서 비롯되었다. 중요한 것은 왜 차두리 신드롬이 일어나는가이다. 그것은 차두리가 성실하고도 당당하게 그리고 쉼없이 그라운드를 누비기 때문이다. 경기의 주체는 그라운드의 선수이지, 응원하는 장외의 객체가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브라질 경기에서 강렬한 각인을 남긴 정대세 선수에 관한 스토리텔링도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축구선수로 뛰기 위해 조선이라는 국적을 선택한 그의 사연은 많은 네티즌들의 시선을 잡아두었다. 그의 가족들이 대부분 한국 국적이라는 사실은 분단국가가 가지는 말할 수 없는 많은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의 눈물은 뭔가 사연을 짐작하게 만들었고, 수많은 스토리 텔링으로 이어졌다. 차두리 로봇설이 일종의 픽션을 가미한 펀(fun)의 스토리텔링이었다면, 정대세는 한국의 아픈 사회역사적 사연을 토대로 한 리얼 스토리텔링이었다. 두 인물의 스토리텔링은 결국 나름의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월드컵에서도 대중은 단순히 이미지와 찰나의 소비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스토리 텔링은 단순히 흥미위주의 소모품이 아니라 일정한 메시지와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보았을 때 단순히 이미지를 내세우는 응원녀는 대중의 주목을 받기에는 한계에 이른 시점이다. 

사회적 가치가 있는 행동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응원녀가 아니라면 단순히 몸매와 얼굴만으로 평가를 받기에는 곤란한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엇인가 의미있는 이야기와 에피소드가 중요해졌다. 월드컵은 이미지가 아니라 실체가 중요하고, 그것이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매력이며 가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