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관련 환경 기술을 통한 대안 모색이 대세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기상 이상 현상이 어느 때보다 심한 2023년 환경 오염 문제에 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지고 있다. 특히 MZ 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들은 더욱더 친환경적인 소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플라스틱 등 환경 오염 물질을 개인들이 줄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원천적으로 친환경적인 기술과 그에 따른 공정으로 제품을 만들거나 자원 재생을 통하여 순환경제를 만드는 기술과 이를 실현하는 기업 그리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중요할 것이다. 미래 세대인 알파 세대는 MZ 세대와도 다른 삶을 살 것이다.
미국 네바다주 리노시에 있는 재생에너지 기업 펄크럼은 기저귀, 비닐 같은 생활 쓰레기에서 항공유를 합성하고 있다. ‘지속 가능 항공연료(SAF)’의 대표 기업이다. 이 기업은 한 해 50만 톤의 쓰레기를 재료로 삼아 26만 배럴의 합성원유를 만들고 있다. 뉴욕과 영국을 180회 왕복할 수 있는 양으로 10곳의 공장을 증설하면 천만 배럴의 합성원유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반입된 쓰레기의 80%를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일반 정유 공장 생산보다 80%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전체 쓰레기 총량도 줄고, 탄소배출도 줄이는 효과를 얻는다. 폐기물을 선별 분쇄하고, 이를 건조 시켜 쓰레기 큐브로 만든다. 건조 시키면 악취는 사라진다. 분해된 쓰레기에 산소와 증기를 넣어 더 분해를 가속하면 합성가스를 얻는데 이를 고온·고압 상태에서 촉매와 반응시키면 원유와 화학적으로 같은 합성원유가 된다. 따라서 석유정제시설을 활용해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을 뽑아낼 수 있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인근 도시 에스푸(Espoo)에 위치한 '네스테'(Neste)는 재생 가능 원료로 만드는 '바이오디젤'의 선두 기업이다. 재생 가능한 항공연료를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이고 재생 가능한 중합체(폴리머)와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화학적 재활용 기업 ‘아이오니카(Ioniqa)'는 폐기되는 페트병을 새 제품의 원료로 만드는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화학적 재활용 과정에서 어려운 '착색' 염료와 라벨·뚜껑·알루미늄 등 이물질 제거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자기장과 촉매를 통해 착색염료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자원 재생기술은 실용화 단계로 진입했고 실제 수익을 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므로 한계가 분명 있다. ‘지속 가능 항공연료(SAF)’의 경우 우리나라는 정유 기업이 석유를 정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당장 실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유럽과 미국이 ‘지속 가능 항공연료(SAF)’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과 다른 현실이다. 당장 석유사업법을 개정하여야 한다. 다만, 지난해 3월부터 폐기물 열분해로 연료를 만드는 시설 건립을 위한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이 시행되는 등 폐기물 자원화는 제도적으로 실현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폐비닐을 분해해 열분해유를 만드는 '제조'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폐비닐을 이용해 만든 열분해유가 석유화학 업계의 원료로 팔려나간다. 이 때문에 최근 폐비닐을 구할 수 없을 지경이라는 말도 나온다. 유럽연합(EU) 등 순환경제 선도국들이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을 늘리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화학적 재활용 시장이 커질 수 있기에 선점할 수 있는 대응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부는 'CE9'(Circular Economy 9)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9개 과제 중 2개가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영역이다. '열분해유 생산 확대'와 '고급 원료화 전환' 등으로 폐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산업원료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폐기물부담금 감면은 물론 시설의 고도화, 대형화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폐기물 처리가 아니라 자원 관리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쓰레기 자체가 자원이라는 프레임이 우선 중요하다.
쓰레기 활용도 중요하지만, 생산단계에서 친환경적 기술 개발은 우리도 활발하다. 최근 우리나라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플라스틱 제조기술을 개발했다. 카보네이트계 폴리올을 제조 기술인데, 폴리올은 일상에서 많이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의 핵심 원료다. 이런 기술이 확산이 된다면 석유 기반의 플라스틱 산업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더구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은 생분해가 빠르다. 추가 설비가 필요 없이 이산화탄소를 재료 삼아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기에 제조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폴리올 말단의 기능기 즉, 유기화합물의 성질을 결정하는 원자단과 점도를 조절하고 이를 폴리우레탄 공정에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실제 상용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필연적인 생산 공정이 될 것이다.
이런 환경 기술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개인들에게 부담감을 주거나 피로감을 주는 방식으로 탄소배출과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경우 플라스틱을 이용하는 개인들의 행태에 대해 죄책감을 주는 환경 운동 방식이 있다. 일정한 성과는 있겠지만, 결코 성공하기 힘들 것이다. 편리한 생활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다들 너무 바쁜 생활양식 속에 있다. 에컨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환경 오염 방지에 좋다지만 쉽지 않다. 코로나 19 팬데믹 와중에 드러났듯이 비록 개인이 함부로 쓰레기를 배출하는 생활방식을 찬성할 수는 없지만, 쓰레기 배출에 따른 환경 오염 문제를 테크놀로지를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에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독려해야 한다. 더구나 기업들의 탄소배출 제품의 생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윤을 통해 움직이는 기업에 도덕적 윤리적 가치를 강박할 수만은 없다. 친환경 기술이 무엇보다 우월한 이익을 얻게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제품의 생산단계부터 순환까지 테크놀로지를 통한 극복 노력에 어느 때보다 전 세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특히, 미래 세대에는 개인의 환경 보호 활동보다 환경 테크놀로지에 개발과 이에 따른 사업화가 하나의 일상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때는 플라스틱 사용하는 이들을 이분법적 잣대로 공공의 적으로 비난하는 퍼포먼스가 없어질 날이다. 분명 알파 세대는 MZ 세대와도 다른 삶을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