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교훈과 미래 리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4. 8. 12. 14:01

 

-미래리더들에 대한 자세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일일관광객들은 델타 지역에서 세계 문화와 잼버리 정신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다.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가 부실운영과 파행을 거듭하자 혹자는 자신이라면 참가자 43천여 명에게 물총을 주고 풀 튜브를 곳곳에 설치하겠다고 언급했다. 요즘 유행하는 물총 싸움 컨셉을 제안한 것이고 일부에서는 호응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잼버리 대회의 성격과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가 부족한 생각이었다. 812일까지 물총 싸움이나 물놀이나 할 수만은 없다.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획 운영되는 세계적인 행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아이템으로 진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애초에 새만금 간척지는 세계잼버리 대회가 열리면 안 되는 공간적 특성이 있다. 우선 첫 번째는 이곳이 반생태학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새만금 간척 지역은 멀쩡한 바다 아니 생명의 보고이자 지역의 생태학적 경제 공동체를 무너뜨린 사례이다. 과연 이러한 공간에 미래 세대가 세계잼버리대회를 치러내기에 적합한지 의문이다. 세계젊은이들이 텐트를 친 공간은 수많은 바다 생명이 쓰러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불모지를 생명의 공간으로 만든 곳에서 세계잼버리 대회를 치러내는 것이 미래 세대에게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1960-70년대 이후로 간척사업을 중단했다. 더구나 바다와 육지를 잇는 큰 물길을 가로지르는 방조제 간척지 공법은 시도하지 않는다. 여러 환경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두 번째 간척지이기 때문에 사람이 거주하기에 기본적으로 적합하지 않다. 갯벌 지역은 자외선 지수가 매우 높은 것은 물론이고 나무는 전혀 없고 풀도 제대로 없어서 태양광을 막거나 흡수할 수가 없다. 강과 하천, 계곡이 있는 것이 아니기 그 때문에 더욱 더 열기가 오를 수밖에 없다. 또한, 저지대이기 때문에 바람이 불지 않고 오히려 공기가 괴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사막보다 더 열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막은 습열이 없지만, 갯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대 교수(대기 환경과학)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기후와 대기과학이 게재논문에서 습도 33% 이하일 때 건조한 불볕더위, 습도 66% 이상일 때 불볕더위를 습한 불볕더위라고 했는데 의학계에서는 습한 불볕더위일 때 더 위험하다고 봤다. 왜냐하면, 건조한 폭염에서는 몸에서 나온 땀이 잘 마르지만, 습한 폭염에서는 잘 마르지 않기 때문에 몸의 열기가 식혀지지 않아서 온혈환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한 폭염은 갯벌에 더 심할 수밖에 없다. 갯벌이 습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척지에 텐트를 치는 것은 한증막 중에 심한 상황에 해당한다. 더구나 장마 폭우가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일부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우 때문이라고 했으나 어차피 한국에서는 8월 초라면 장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 때문에 애초에 행사 공간을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세계잼버리 대회를 애초에 경제적 효과가 수조 원이라서 유치가 된 면이 있다. 이러한 경제적 프레임은 부작용을 낳기 쉽다.

 

세 번째는 바로 프레임이다. 새만금 간척지가 경제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과 같은 맥락 안에 있다. 새만금의 경제적인 관점은 결국, 많은 해양 생명은 훼손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수십 년 동안 해양 생명을 앗아간 것은 미래의 해양 생명에게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세계잼버리대회는 미래의 사회구성원 나아가 리더들을 육성 훈련하는 프로그램인데 적합하지 않은 행사 공간을 통해 그들의 건강 나아가 생명에 대한 위험을 가했다.

 

'한국을 그려보세요'는 인기 코너였다. 각국에서 온 참가들이 다양한 메시지를 남겼다.

 

역대 스카우트 출신들은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를 이끌어갈 지도자로 활약해 왔다. 경제적 관점 이전에 생명을 생각했다면 간척지에서 159개국 43천여 명을 수용하는 행사를 삼복더위 한여름에 치러낼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치른다고 해도 기본적인 냉방, 온수, 급식, 병상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철학과 세계관의 한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 더 큰 문제였다. 편하게 자란 절은 세대의 안이함 때문이라느니 케이 팝 공연을 봤기 때문에 피로해서 그렇다는 실제와 다른 변명과 책임 전가가 공감은커녕 공분을 일으켰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 극기체험을 교육이라고 우기는 반문화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은 이런 상황에서 무력했다. 이전부터 지역은 물론이고 사회단체에서도 우려를 표했지만 이에 대해서 대응하지 못했다. 야당은 유치 준비 과정 그리고 소관 지역성 때문에 멈칫했고, 여당은 세계잼버리대회의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존폐나 이전 정부 사업이라는 점등을 들어 안전에서 빈틈없이 기하지 못했다.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예산 부분에서도 충분하거나 신속하지 못했던 점도 드러났다. 아마도 정치 경제의 거물들이 참여했다면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적 수준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그들은 미래의 리더들인데 말이다. 세계에 퍼져 한국에 대한 여론을 주도할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문화적 가치관을 가져야 할까? 많은 분이 이번 사태를 두고 세계적인 개망신이라는 단어를 썼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집단적이거나 공동체적인 위신과 명예를 중시하는 문화 가치관에 여전히 있다. 중요한 것은 세계잼버리대회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가 구겨진 것이 아니라 참여한 젊은 세대의 고통과 상처를 보듬고 그들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평가는 돌이킬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내실은 그것에서 출발한다. 케이 콘텐츠가 만들어낸 이미지 때문에 한국을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하고 있는 많은 해외 팬들이 실망하고 돌아가는 일이 있는 상황과도 맞물리고 있다. 그들 세대는 비대면이 아니라 대면의 체험을 중시하고 이에 따라 미래의 선택과 행동을 한다. 앞으로 세계잼버리대회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고행이나 생존 체험을 교육적 가치인 것으로 호도하는 교육 문화는 폐기해야 한다. 그들은 비록 청소년이지만 세계의 리더들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