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인형을 누가 만들어 팔고 사용하는 것일까?
-저주 인형의 심리와 사이버 렉카 그리고 악플
글/ 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최근 저주 인형이 많이 팔린다는 분석이 있다. 저주 인형에 이름을 적고 바늘로 찌르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예컨대, 직장 상사 이름을 적고 바늘로 찌르는 것이다. 이 저주 인형을 설명하는 관련 심리학적 개념에는 프로이트의 방어기제 가운데 전위(轉位, displacement, Verschiebung)라는 용어가 해당할 수 있다. 사전적으로 욕구불만인 상황에서 다른 대상에게서 그것을 충족하는 의미이다. 그 예로 직장에서는 잘 참는 사람이 집에만 가면 가족에게 화풀이하는 가장을 생각할 수 있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사람이 이에 해당한다. 일본에서는 볏짚 인형(わら人形),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무속인이 만들었는데 양밥이라고도 하고 제웅이라고도 불렸다. 제웅의 경우 당사자의 액땜용이었는데 나중에 변질하여 저주 인형으로 쓰이게 되었다.
사이버 공간에 저주 인형과 같은 존재들이 있으니 바로 연예인이나 셀럽 등이다. 이른바 저주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만이 있을 때, 그 해소용으로 연예인들이나 셀럽들을 저주 인형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악플을 다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과정은 단순하지만 치명적이다. SNS나 유튜브는 물론이고 언론 보도 콘텐츠에 유명인이 저주 인형 같은 캐릭터 콘텐츠로 등장한다. 약간의 근거를 들어 일순간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이 되어 버리면 수없는 이들이 순식간에 악플이라는 바늘로 찔러 버린다. 한 사람씩 악플이라는 바늘 하나를 찌른다고 해도 그것을 맞는 사람에게 악플 바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무심코 찔렀어도 그 상처는 깊다. 저주 행위를 유도하는 사이버 렉카의 유튜브 콘텐츠나 언론 매체의 뉴스 기사들은 이런 조횟수나 악플을 통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나아가 수익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특히,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나 셀럽들에게는 무차별적인 공격이 가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불가능할 정도의 집요한 괴롭힘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서 상대적인 우월감을 과시하면서 존재감을 찾는다. 더구나 연예인들에 대해서는 그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해서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판관 포청천과 같은 태도를 보인다. 아울러 제대로 된 소속사가 없어 법적인 대응을 잘할 수 없거나 젊은 여성들,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무방비로 이뤄진다. 그야말로 동네북처럼 난타당한다는 상황이 벌어진다. 더구나 법적인 처벌이 끝난 사안인데도 도덕적 윤리적인 책임까지 요구하면서 활동은 물론 생계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고 김새론의 경우에는 연기는 물론이고 카페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정보 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의 상황을 악용한다. 일반 사람들은 유명인을 만나볼 기회도 없으며 그들에 대한 정보를 알기도 힘들다. 그렇기에 중간에서 미디어 매체가 잘 전달해주어야 한다. 정작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디어 매체가 왜곡된 프레임을 만들게 되면 본질과 다르게 누구라도 저주 인형이 된다. 따라서 잘 알 수 없는 내용을 무리하게 예단하고 결론 내리는 행위는 범죄 행위와 같다. 특히, 겉으로는 선한척하는데 사실은 매우 나쁜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점을 폭로한다는 식의 구도는 피해자를 양산하기 쉽다.
현실의 저주 인형 뒤에는 살과 피가 있는 사람이 있다. 저주 인형은 짚 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늘로 찔러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데 연예인이나 셀럽은 악플로 찌르게 되면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럽다. 그 아픔과 고통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버린다. 악플을 달 수 있는 저주 인형을 제공하는 이들은 이익을 얻고 지명도를 얻는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자신의 일은 물론 삶을 모두 포기할 지경에 이르게 된다. 가뜩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저주 인형으로 삼아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병리적 자기애 행위는 결국 자기 자신을 파괴할 수 있음을 체득해야 한다. 저주 인형화를 유도하는 유튜버나 매체가 사필귀정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이런 점을 그 신호로 볼 수 있게 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면 안된다.(Cum dilectione hominum et odio vitiorum.) 다만, 그 죄를 뉘우칠 것을 전제로 가능하다면 말이다. 유독 연예인만 예외 범죄일 수 없다. 잘못이 있어도 김수현을 둘러싼 악플 행위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오늘도 저주인형으로 누군가를 만들어 파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