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국가 만들기

일타 스캔들 없는 왜곡된 사교육에 문화 전략 필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7. 5. 08:32

-사교육 모델 분석과 대안

 

     글/ 김헌식(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나누림 연구소)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상류층 배경의 ‘SKY 캐슬과 달리 좀 서민적인 관점에서 사교육과 학원가를 담아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여러 유형의 학부모를 접할 수 있다. 자신의 입지를 과시하기 위해 자녀를 사교육으로 모는가 하면, 자신의 명예와 사회적 위치에 부합한 자녀 진학 결과를 만들기 위해 몰아세우기도 한다. 그들의 행태는 ‘SKY 캐슬의 상류층 학부모 행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SKY 캐슬에서 보여준 상류층의 사교육 풍토가 일타 스캔들의 중산/서민층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실제 사교육 현장도 그렇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도 있다. 이에 따라 왜곡된 사교육 풍토의 문화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1904년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이 유행의 흐름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해 트리클 다운효과(trickle-down effect)로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일명 낙수효과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상류층의 유행이 주변 계층으로 퍼지는 현상을 말한다. 사교육 문화도 상류층에서 중하류 층으로 확산되었다. 반대 개념인 트리클 업(Trickle Up)은 하류층에서 확산하는 현상인데 사교육에서는 야학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기초 교육에 해당하기 때문에 상류층으로 확산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과거 여유 있는 집안에서는 가정교사를 두었고, 입주 교사라는 명칭도 있었다. 물론 간헐적으로 집안을 방문하는 개인 과외도 있었다. 중상류층이 폭발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강남 개발 시대에 들어 변화를 맞이한다. 본격적인 강남 입시 문화가 생기면서 개인 과외를 넘어 학원을 중심으로 사교육의 흐름이 이동하여 대치동 학원가가 명성을 얻게 되었다. 강남이 학원 사교육의 메카가 된 것이다. 이들은 개인 과외 수준이 아니라 집단적인 연구를 통해 입시 문제를 분석하고 강의 교습법도 체계화했다. 따라서 과외 교사 수준은 말할 것도 없고 공교육의 수준도 뛰어넘게 된다. 특히, 인강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강의 시대가 되면서 그 규모와 시스템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된다.

 

한국의 사교육은 인터넷 테크놀로지 때문에 트리클 다운효과(trickle-down effect)라기보다는 이제는 트리클 어크로스(trickle-across) 현상에 더 가깝다. 주변에 사교육에 투입하는 비용이나 학원 이름이 알려지면 더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SNS의 발달은 이런 정보 유통과 공유가 더욱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변함이 없는 점은 여전하다. 소수만을 위한 사교육이 다수에게 길이 열린 듯 호도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은 결국 의대 정원을 두고 벌이는 레이스 경쟁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 학생과 학부모는 그야말로 병풍이 된다. 그들만 모른다.

 

앞으로 사교육의 사회적 폐해를 막기 위한 선택지는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여유 있는 계층에 더욱 그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사교육에 매진할 때, 다른 계층으로 여전히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므로 이들의 변화가 촉구되어야 한다. 이를 유도하기 위한 문화콘텐츠의 반영이 필요하다. 사교육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합리화하기보다는 사교육이 아닌 다른 길의 사례도 많이 조명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교육의 진학 효과에 관해서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고 이 결과는 공개되어야 한다. 목적은 분명하다. 정보 비대칭을 줄여야 한다. 이를 통해 효과를 볼 수 없는데 무리하게 사교육에 함몰시키는 비용을 생산적인 방향으로 선순환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조차도 널리 공유될 수 있게 문화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남행선(전도연)의 조카 남해이(노윤서 분)사례다. 사교육은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진로 즉 그 개인의 능력과 의지, 꿈에 맞게 이뤄져야 한다. 더 높은 의지와 가능성이 있는 미래 세대에게 더 좋은 학습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물론 그것이 킬러 문항을 겨냥하는 것이라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잠재적 역량 계발과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의대와 같이 누구나 가장 선망하는 직종은 미국의 메디컬 스쿨처럼 대학원 과정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학부 전공 배경을 갖고 도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교 입시로 진로를 평생 좌우하는 문화라고 한다면, 사교육은 심화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인 규제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심층 문화로 고착되어 있기에 문화전략이 중요하다. 삶은 하나의 유형일 수 없다.

넓게는 이러한 왜곡된 사교육 입시 풍토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명문대 박사가 고교 보건 교사를 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취업난의 심각성을 들었다. 얼핏 맞는 것 같지만 이는 한··일 동아시아에만 통하는 것일지 모른다. 명문대 박사가 고교 교사로 일하는 게 이상한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미래는 모두 우울하게 된다. 아이는 낳지 않을 것이며, 낳아도 히끼꼬모리는 증가할 것이다. 미래 세대는 명성과 위신 그리고 체면에서 자유로운 자아 실천과 충만의 문화 속에서 살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