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석

인플루언서의 시대는 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8. 8. 8. 21:48

인플루언서의 시대는 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사람 가운데 하나인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본질을 파악하려면 1인 미디의 탄생과정을 우선 살펴야 이해하기 쉽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사전 뜻에서는 영향력 있는 개인이라고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향력 있는 개인은 이전에도 많았다. 유명인이나 스타도 이런 영향력 있는 개인에 해당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전의 영향력 있는 개인은 무엇보다 매스미디어 시대의 산물이다. 텔레비전이나 신문, 잡지, 라디오 같이 대량 생산 대량소비되는 매체에서 만들어진 영향력 있는 개인들이다. 인플루언서는 이런 매스미디어 시대의 영향력 있는 개인과는 다른 맥락에서 탄생했다. 즉 그 기원이 매스미디어에 대항하는 1인 미디어에 더 가깝다. 기존의 매스미디어는 아날로그에 매체에 기반 했다. 1인 미디어는 디지털에 기반하고 있다. 1인 미디어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페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미디어를 말한다. 개인이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은 규모에서 한계가 분명할 수 있지만, 자율과 개성이 강점일 수 있다. 매스미디어는 규모는 클 수 있지만 자율과 개성이 적었다. 때문에 다양화되는 사람들의 욕구들을 충족시켜줄 수 없었다. 1인 미디어를 잘 운영하는 이들은 스타가 되었다. 예컨대 많은 블로그 팔로워를 거느린 이들은 파워 블로거라고 불렀다.


인플루언서는 이런 1인 미디어를 기반으로 형성되었는데 인플루언서는 기존의 1인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다른 면이 더 강화되었다. 이러한 점은 아프리카 TV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아프리카는 철저하게 텍스트와 이미지 그리고 간단한 동영상 정도의 콘텐츠가 아니라 라이브 방송을 기반으로 했다. 그야말로 1인 미디어 수준이 아니고 1인 방송국이 된 것이다. 당연히 생생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호작용성이 매우 뛰어나 보는 이들에게 성취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국내 사례로 아프리카 TV를 들었지만 세계적인 유튜브나 페북도 이러한 라이브 방송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도 기존의 SNS전반에서 영향력 있게 활동하는 이들을 인플루언서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인플루언서와 비슷하지만, 약간은 다른 개념이 혼용되기도 한다. 바로 크리에이터이다. 인플루언서는 1인 미디어를 바탕으로 상호작용성에 기반 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다. 그런데 그 활동은 반드시 창조적인 작업이거나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 필요는 없다. 많은 정보들을 적절하게 큐레이션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 즉 매개자나 전달자의 역할을 충실히 할 때도 많은 선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크리에이터는 단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스스로 차별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존재라는 점이 더 강하게 부각되는 개념이다. 크리에이터는 개념적으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직접 기획 및 제작하고 출연과 유통까지 스스로 하는 창작자다. 크리에이터의 경우 창조적 존재의 특징이 강조되지만 상대적으로 영향력을 얼마나 강하게 미치는가는 부차적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에이터가 많은 선호를 받게 되면 영향력이 강한 개인,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겠다. 이들은 웬만한 스타나 아이돌보다 인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모든 예술가가 이런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영향력 있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유튜버로 활동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갓튜브’(God+유튜브 합성어)라고 한다. 인플루언서의 공통된 특징은 수백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는 수동적으로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런 인플루언서에는 대도서관(게임), 도티(게임),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키즈), 밴쯔(먹방) 등이 대표적이다. 평범하게 몇 년 직장생활을 한 경력의 대도서관은 그를 구독하는 이가 170만명이고, 연 수익이 17억 원에 이른다. 수익을 공개하지 않은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의 구독자수는 177만 명이다. 뷰티 블로그를 꾸미던 씬님은 12억 원의 연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먹방을 주로 하는 밴쯔는 스스로 10억 원이라고 밝혔다. 연애 상담 BJ 김이브는 단 몇 개월만에 별풍 선으로만 한때 3억원의 수익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감스트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통해 16만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축구 크리에이터로 강력하게 부상하기도 했다. 2017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키즈)이 약 193000만 원, 도티(게임)는 약 159000만원, 허팝(과학실험)은 약 123000만원, 대도서관(게임)은 약 93000만원의 광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서의 양대 산맥은 게임과 뷰티다. 도서관, 악어, 도티, 잠뜰 등 예능요소의 게임 중계를, 씬님, 이사배 등은 감각적이고 차별화된 뷰티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인플루언서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단 주류 매체에서 볼 수 없는 개별화되고 특화된 콘텐츠를 전달해준다. 특히 이용자의 마음에 맞게 진정성 있는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인기를 끈다. 그냥 단순히 이렇게 하면 인기를 끌고 주목을 하겠지.’라고 전략을 우선하면 오히려 실패한다. 무엇보다 믿음과 신뢰를 주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형성해야 한다.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 때로는 직설적이고 과감한 언사도 막론하는 것이 인간적인 매력을 준다. 경제적인 수익과는 별도로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된 이유일 것이다. 대중영화가 흥행조합을 하듯 단순히 포맷과 콘텐츠의 구성요소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구독을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설령 반짝 인기가 있어도 곧 사라지고 만다. 여행 플랫폼도 이런 캐릭터의 진정성과 인간적인 소통 유대가 필요하다.


분명 인플루언서는 매스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비인간적으로 계몽적인 성격을 벗어나 대등하고 수평적이며 민주적인 소통의 기능과 역할을 해오고 있다. 다만 그 분야가 몇몇 영역에 제한되어 있다. 최근에는 인플루언서가 상업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많이 만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보다는 크리에이터는 순수하게 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플루언서가 본래 갖고 있는 믿음과 신뢰를 객관성과 균형성을 통해 유지 확장시키는 일이겠다. 자칫 그렇게 하지 않았던 파워 블로거처럼 몰락할 수도 있다. 그것이 우리사회에 근본적으로 결핍된 부분이기 때문에 인플루언서에 열광하는 이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헌식(문화평론가, 박사-문화정보콘텐츠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