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웰빙요리 먹고, 정크푸드 다시 찾는 당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20:03

<김헌식 칼럼>웰빙요리 먹고, 정크푸드 다시 찾는 당신

 2011.02.07 08:03

 




[김헌식 문화평론가]설명절이 끝나고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요즘에는 반드시 귀향해서 차례를 지낸다는 의미가 적어서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발걸음했다. 그런데 대개 휴일에 여행지에서 먹게 되는 음식은 건강에 좋은 음식인 경우가 많다. 휴식을 취하는 목적을 겸하게 되므로 음식도 인스턴트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자연식이나 발효식품과 같은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이후에 그 음식들은 얼마나 효과를 낳을까. 그러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문화콘텐츠 전문가들이 전남 남해안의 문화콘텐츠 답사를 갔다 온 적이 있다. 지역 공무원들의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가장 명소에 해당하는 곳만 방문했다. 물 맑고 산 좋은 곳에서 2박 3일 동안 좋은 음식과 물을 섭취했으니 도시에서 쌓인 노폐물이 해소되었을 법도 하다.더구나 웰빙 식품의 중요성을 다시금 재인식했다. 마지막 날 서울 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한 메뉴는 라면이었다. 인공조미료가 가득 들어 있다는 라면을 선택한 것이다. 왜 사람들은 먼저 라면을 선택한 것일까. 

2박 3일 동안 지역에서 먹은 음식들은 인공 첨가물과는 거리가 먼 자연 웰빙 식품이다. 인공첨가물의 식품보다는 유기농 식품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기농 식품을 먹다가도 인공첨가물 식품을 어느새 먹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길티 플레저를 직역 하자면 죄스러운 즐거움 정도다. 야한 동영상을 보지 않기로 했는데 어느새 손길은 그런 영상을 클릭하고 있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밤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했는데 광고속의 라면 때문에 어느새 라면을 끓이고 있다. 먹을 때는 즐겁지만 곧 죄책감이 들고 자신을 자책하고 만다. 막장드라마는 욕하면서도 보는데 바로 음식으로 치면 혀만 달콤한 정크푸드다. 

물론 다음에는 절대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기로 하지만, 다음번에도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몸은 그 금기의 대상으로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작은 죄책감 그리고 무한한 기쁨 때문인가. 사탕이나 과자도 많은 식품 첨가물이 들어 있기 때문에 즐겨 먹지 않으려 하지만 막상 먹게 되면 혀는 즐겁다. 이를 이성과 본능의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 

본능은 혀에게 맛있는 정크 푸드를 원하고 이성은 몸 전체에 이로운 식품을 먹도록 통제감을 발휘하려 한다. 많은 경우에는 이성이 본능에 지고 만다. 이러한 이성과 본능의 차이에서 죄책감이나 신경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요컨대, 길티 플레져 식품들에 대한 위험과 한계를 뛰어넘는 식품들이 개발되어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지만 사람들이 분명 이러한 음식들이 이전의 음식보다 몸에 좋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세로 만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성과 본능이 반드시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되지도 않고, 이성이 무기력하게 본능에게 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성이 절충점을 찾아서 선택을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햄버거가 몸에 좋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없지만 거꾸로 햄버거만 먹는 사람도 없다. 이틀에 한 번씩 햄버거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그 사이에 다른 음식을 먹는다. 패스트푸드 대신 한식을 먹거나 한식 가운데에서도 된장국이나 비빔밥과 같이 야채와 발효 식재료가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다. 

프림이 많은 커피를 먹던 사람들도 녹차나 허브차를 먹는다. 거꾸로 전통의 차나 발효차만 먹는 사람들은 드물다. 많은 사람들은 이른바 '중화효과'를 얻으려고 노력 한다. 완전히 좋은 식품만 찾기보다는 좋지 않은 식품으로 얻은 악영향을 중화시키려는 것이다. 영국에서 10명중 8명이 홍차를 마시는 것은 바로 비만을 중화시키려는 것이지 몸에 나쁜 정크푸드를 완전히 끊으려는 것이 아니다. 심장마비와 암, 파킨슨병에 걸리지 않은 정도의 정크푸드를 흡수하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영화 < 수퍼사이즈미 > 처럼 한 달 내내 햄버거를 먹는 설정은 현실과 다를 수 있다. 

사람들에게는 기계적인 중화심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며칠간 여행지에서 웰빙 유기농 식품을 먹었기 때문에 서울에 와서는 정크푸드를 먹어도 된다는 심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반드시 이성적인 조정과 통제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몸이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더구나 첨가물 없는 음식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첨가물의 정크푸드에 대한 갈망은 더욱 증대된다. 

사람들은 카페인이나 니코틴 중독을 경계하면서도 설탕 중독을 경계하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분명 설탕의 긍정성은 있다. 현대문명의 구가와 지탱을 가능하게 한 공로자에게 상을 주라고 한다면 설탕에게 주어야 한다. 신경이 예민하거나 피로감이 있을 때 설탕이 들어간 제품을 음료나 빵, 과자를 통해 흡수하면 좋은 효과를 얻게 된다. 부부싸움 중에 화를 참을 수도 있고, 하기 싫던 업무를 완성해낼 수도 있다. 사회에서 설탕 식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이러한 식품들과 격리된다면, 정말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겠다. 

한국에 수많은 카페와 커피전문점과 같은 공간이 생기는 것은 문화 공간의 역할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틀린 점은 아니지만, 이러한 공간에서 먹는 음식과 음료는 대부분은 설탕과 관련이 있다. 열량은 높지만 영영소는 낮은 과자나 빵, 케익 등의 정크 푸드나 커피전문점의 수많은 커피와 음료들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 

미국의 데보라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지방음식은 많이 먹을수록 뇌기능 이상이 발생해 계속 먹거나 더 먹도록 만든다. 2003년 프린스턴 연구팀 등 미국의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정크푸드는 마약의 효과와 같은 중독 증세를 일으킨다고 발표했다. 즉 더 많은 강한 단맛과 고소한 맛을 원한다는 것. 

한국의 경제발전과정도 이러한 길티 플레져 식품의 발달과 비례했다. 프로이트가 말했듯이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억제하고서 가능했다. 문명을 이루는 과정에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얻은 인간에게 간단하게 그것을 잊도록 만든 것이 바로 정크푸드 등의 길티 플레저 식품들이다. 무엇보다 갈수록 새로운 세대는 단맛과 기름기 있는 음식을 좋아하게 된다. 지금 세대는 김치도 더욱 단맛이 나야하고 음식에 치즈나 마가린이 들어가면 좋아한다. 이러한 점은 중독현상인데, 한편으로 사회가 그만큼 많은 부담과 스트레스, 각박함을 제공하기 때문이 아닐까. 

유전적 요인을 배제한다면, 이런 개인적인 선택 차원의 원인도 있지만, 사람들이 정크푸드를 끊을 수 없는 사회 구조적인 원인이 개인의 선택 행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비만율이 높은 것은 웰빙 식단을 마련한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사이를 저렴하면서 고열량을 확보할 수 있는 정크푸드가 비집은 것이다. 한국인의 비만율은 높이는 식품은 소주와 라면이라는 지적이 있다. 손쉽게 배를 채우고 기분을 풀고 노동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주식화 되다보니 비만을 불러온 것이다. 웰빙식을 언제나 먹기에 우리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당장의 생존의 경쟁에 필요한 길티플레저와 칼로리, 당분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족의 해체와 분화 속에서 인스턴트문화를 용인하는 문화적 요인도 작용할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정크푸드를 끊지 못하는 것은 정크푸드가 제공하는 죄책감의 즐거움과 중화적 심리, 단기적 생물학적 효능감, 사회구조적 선택행위와 문화적 용인도 있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