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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문화 암흑기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8:19

<김헌식 칼럼>월드컵, 문화 암흑기인가

 2010.06.15 09:28

 




[김헌식 문화평론가]작년부터 축제, 이벤트 업계는 죽을 맛이다. 신종 플루 사태 때문에 축제나 이벤트가 취소되거나 대폭 축소되었다. 여기에 올해 봄에는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다. 월드컵 경기로 외부 행사들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을지 몰랐다. 하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FIFA는 남아프리카 월드컵에서 퍼블릭 뷰잉(Public vewing)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퍼블릭 뷰잉은 공공전시를 말하는데, 공공장소에서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는 것을 말한다. 강화의 내용은 그 상업적 의도에 맞게 일정한 요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응원문화를 활성화 시킨 거리 혹은 광장의 응원 행사들과 일어나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거리 이벤트나 축제가 위축되는 것이다. 

흔히 월드컵 경기 기간을 문화 암흑기라고 말한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월드컵 경기에 모아지기 때문에 다른 문화예술 장르가 외면받기 때문이다. 심지어 축구 경기 외에 다른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급감하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관련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SBS 등이 독점적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다른 분야의 문화콘텐츠의 수익을 몰아오는 것이다. 드라마는 해당 방송사의 경우, 결방을 계속할 뿐만 아니라 다른 채널의 시청률도 앗아간다. 시청률이 저하되면 광고액수는 떨어진다. 극장은 웃고 있는데, 영화는 울고 있는 이상한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영화 대신 축구 경기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영화 외에 월드컵 경기를 상영하는 극장은 웃을 수밖에 없다. 

월드컵 경기에 서점가는 울상일 수밖에 없고, 더구나 작은 출판사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교보문고 광화문이 내부 수리에 들어가 수입이 줄어든 데다 월드컵 경기로 책이 팔리지 않으니 말이다. 종이값의 상승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중고 삼중고가 되었다. 

공연계도 울상이다. 2002년에는 정말 심각했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심야시간대라서 다행히 공연계가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한국의 경기가 8시 반에 두 번 치러져 공연시간과 맞물린다.한국팀의 16강 진출이 가려지는 12∼25일은 문화계의 암흑기라는 말이 나돈다. 

이에 나름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연극열전은 대한민국 티켓을 발행하는데 2만원으로 40석에 한해 공연을 관람하도록 했다. 뮤지컬 '아이러브유'는 인증샷을 찍어오면 50%를 할인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 뮤지컬 ´미스 사이공´ , 연극 ´킬러가 없다´ 등도 다양한 할인 혜택을 월드컵과 연계하고 있다. 

반드시 월드컵 기간이 문화 암흑기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정말 아이러니 한 것은 SBS가 단독 방송을 중계한 것이 문화 암흑기를 벗어나는 단초가 되기도 한 점이다. 즉 이전의 월드컵 경기중계방송에서는 각 방송사가 동시에 중계방송을 하는 통에 문화적 향수권이 크게 제약 당했다. 

이번에도 대중가요 측면에서는 월드컵송이 봇물을 이루듯 만들어졌다. 그것은 또 하나의 획일화 일수도 있지만, 하나의 장르가 그만큼 진화된 모습을 보이는 현상이겠다. 앞서서 언급한 월드컵 응원 문화와 이벤트도 하나의 문화적 진화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멀티플렉스에서는 해당 기업마다 수십 곳에서 '3D'영상으로 극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후에 월드컵 경기가 이러한 '3D 영상 문화'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인위적으로 되돌릴 수 없다면, 적응의 문제가 중요해졌다. 월드컵을 부정할 수도 그것을 피해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서 현명하게 적응하고 대처해 나가며, 그속에서 이루어 나갈 수 있는 문화적 진전이 중요할 것이다. 어쨌든 월드컵 자체가 외면할 수 없는 문화적 현상의 진화적 징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