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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3 그리고 이재명 정부 성공 요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6. 4. 17:48


- 귀인 이론(attribution theory)을 다시 생각한다.

글: 김헌식(정책학/문화정보학, 중원대 특임교수)

2025년 6월 ‘시즌 3’을 통해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최종 완결된다. 이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은 비단 상금을 놓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서 생각하고 느낄 점이 많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은유하고 있다. 게임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죽음을 배태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주식 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서 자기 돈만이 아니라 신용으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살 수도 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사람은 얼마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도 말한다. 실제로 시스템은 그렇게 돼 있다. 하지만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구조가 있다. 욕망의 노예가 되게 한다. 누군가 주식으로 돈은 번다면 또 누구는 돈을 잃어야 한다. 주식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죽음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에 나서는 경우도 비슷하다. 누구나 부동산 매매를 할 수도 있지만, 전세 사기에 내몰려 죽음의 벼랑 끝에 처하기도 한다. 쉽게 자산을 불릴 수 있을 것이라는 무자본 갭투자는 누군가에게 설레는 기회로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버리게 할 수 있다.

창작의 자유이지만 막대한 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나 드라마가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화려한 아이돌 그룹 데뷔가 보장될 것으로 보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치명적인 파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쉬울 것 같은 경쟁의 현장들은 그 아름답고 설레는 과실만을 강조해 사람들을 끌어모으지만, 냉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잘 드러내지 않는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누군가 소수는 과실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들어서 그런 경쟁 시스템을 합리화하거나 정당화하는 이들도 있다.

일단 오징어 게임은 이러한 경쟁 시스템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프론트맨 황인호(이병헌 분)와 성기훈(이정재 분)의 대결은 이를 압축하고 있다. 시즌 1이 오징어 게임 그 자체의 비정함을 다뤘다면, 시즌 2에서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갖고 불신하는 황인호와 그래도 인간을 믿고 서로 간 협력을 강조하는 성기훈의 세계관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어쩌면 황인호가 말하는 세상의 현실은 ‘오징어 게임’과 같을지 모른다. 개인들의 욕망을 이용하는 그 어떤 세력들이 있는 현실이 있다. 자본 시장의 원리이거나 자유주의 사회의 민낯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냥 그대로 시장의 원리에 맡긴다면 자유주의에 민주주의가 결합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물론 황동혁 감독은 성기훈이 시즌 2에서 보여준 무장 투쟁 나아가 혁명이 오히려 많은 이들의 희생을 낳았다는 점을 갈파하려 했다.

정부가 필요한 이유는 아무래도 성기훈의 세계관이 반영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현실에서 완벽한 시장 자본주의도 없고 사회주의도 없다. 어느 나라 어느 체제라도 인간의 의지와 행위가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실천적 행위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 때문에 결과를 끊임없이 수정·보완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가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이들을 견제하거나 심한 경우 제거해야 한다. 오징어 게임에서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 수많은 이들의 살육 게임을 통한 희생을 조장하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공정한 룰과 그에 따른 국정운영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희생당하거나 억울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한 것은 다름 아닌 공공 분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5년 5월 7일 발표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조사’에서 성인 절반 이상이 장기 우울 상태였고, ‘기본적으로 세상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10명 가운데 7명(69.5%)이었다. 울분을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 정치·사회 사안에선 정부 비리나 잘못 은폐,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안전 관리 부실로 초래된 참사 등을 꼽았다.

이러한 요인들은 모두 공적인 영역에서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셈이다. 과오에 대해서 모두 투명하게 밝히고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 결과가 말하고 있듯이 실패하는 조직은 오류나 실수를 숨기고 성공하는 조직은 이를 밝히도록 독려한다. 그래야 수정·보완할 수 있어서다.

성공하는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잘못이나 오류에 대해서는 솔직하고 밝히고 이를 바로잡거나 보완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실패나 오류에 대해서 허용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의도적 실패, 태만 실책, 반복적 실수는 좌시하면 안 되고 대신 창조적인 실책이나 실수·실패는 옥석을 가려서 기회로 삼아야 한다. 비판과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은폐하고 조작하거나 나아가 합리화·정당화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민폐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정권 자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공정한 룰 그리고 공화정의 원리에 따라 누구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은 정부부터 투명한 소통과 상호작용 하는 데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