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오바마시대, 미국인은 뉴욕이 어디 있는지 알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7. 16. 01:11

-마치야마 도모히로의 '미국인의 절반은 뉴욕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를 읽고





제목을 본다면 막연하게 무식한 미국인들을 비판하는 책으로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인의 절반이 자기네 나라 안에 있는 뉴욕이 어딘지 모른다니 말이다. 무식한 미국인들을 통해 강대국 미국이 사실은 얼마나 엉터리 나라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일 수 있겠다. 실제로 책에는 이러한 내용이 적지 않게 들어 있다. 올림픽이 맨 처음 열린 나라가 미국이라고 답하거나 히로시마, 나카사키 하면 생각나는 것이 ‘유도’라니 이 상식 없고, 역사 소양이 낮은 미국인이라고 조롱할만하겠다. 더구나 2005년 노스웨스턴대 존 밀러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가운데 약 20퍼센트는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미국인들의 무식함을 새삼스럽게 폭로하려는 책은 아니다. 촌철살인으로 칼럼리스트 특유의 문체로 미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의 현실을 잘 짚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몰상식한(?) 미국을 만드는 중요한 원흉(?)은 미국인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적 리더들이다. 특히 가장 도덕과 윤리를 강조해야할 종교계가 위선과 모순에 빠져 있는지도 보여준다.

여섯 살짜리 애에게 죄를 많이 지었다고 회개하라고 가르치는 흰 백발의 어른들 앞에서 아이들을 흐느껴 울며 자신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한다. 저자는 그들이 죄를 지었으면 얼마나 지었겠느냐고 말한다.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백만의 가정 중에 70만이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라는 통계는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라는 말을 되 뇌이게 한다. 물론 이런 원리주의 가정의 부모들은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가르친다. 이래서인지 미국인의 45%는 진화론과 빅뱅의 우주기원론을 믿지 않는다는 통계조사가 나오는지 모른다. 이러한 내용들은 왜 아시아 학생들에게 미국 학생들이 성적과 대학 진학에서 밀리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는 기독교 차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도그마를 말하는 것이다. 뉴턴이나 케플러, 파스칼은 모두 하나님이 만든 세계를 알기 위해 과학에 빠졌다. 심지어 일부 목사들은 성경이외의 책을 읽지 않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들은 미국이 기독교의 나라인데 이교도에게 점령당했기에 다시 찾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랑스럽게 자신의 교회는 이교도에서 나라를 찾는데 필요한 용사를 길러내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슬람원리주의와 다를 게 없다. 이러한 복음주의자들이 미국의 3분의 1이며, 부시대통령을 자신들이 만들어냈다고 주장한다.

마치야마 도모히로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은 수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 것이 미국사회라는 점을 드러내준다. 예컨대 상하의원과 신부들이 어린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희롱하는 점도 다룬다. 특히 일부 상원의원들은 게이 반대운동을 하면서도 소년들과 성적인 관계를 맺어오다 공개적으로 발각되는 이야기도 빠짐이 없다. 게이를 이용해 전세계인에게 웃음을 주는 지도층 인사이야기도 들어있다. 예컨대 부시 대통령을 대대적으로 밀어주었던 폴웰 목사는 9.11 테러는 게이의 천국인 미국에 내린 천벌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99년 텔레토비의 방영 금지를 요청 했다. 이유는 보라색의 등장인물이 게이로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인권 변호사였던 펠프스 목사도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병사들이 죽은 것은 게이의 나라가 받아야할 천벌을 대신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일가족은 전사자 유해가 오는 공항에서 이러한 주장을 떼로 몰려다니면서 했고, 이를 경찰이 막으면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는 언론 탄압 소송비용을 대주는데 이 가족의 주요 수입원이라는 이야기도 미국의 단면을 보여준다.

10대의 수난은 범국가적인 프로젝트에서도 여전했다. 부시대통령이 취임한 후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이 ‘절대금욕운동’이었는데 무려 8억 달러가 투입되었다. 문제는 그 결과다. 이를 주도하는 운동그룹들은 십대들에게 피임법을 절대 가르치지 않았는데 이유가 걸작이었다. 피임법을 알면 그들이 마음대로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이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음에도 십대 임신율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대했다. 십대들은 피임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냥 관계를 맺었고 가난한 미혼모가 되었다. 태어난 아이들은 다시 일찍 아이를 낳았고 빈곤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저자는 무방비한 성적 관계는 원리주의에서 말하는 문화의 퇴폐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는 글도 많은데, 이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나 다큐를 통해 설명한다. 그는 맥도널드 체험기 <슈퍼 사이즈 미>의 모건 펄록이 만든 워칭 푸어 체험기 <30일>을 설명하며 평균 임금 차이가 200배인 중산층 붕괴의 미국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미국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400배다. 또한 홈 코미디 <위즈>에서 나타난 평범한 가정주부가 갑작스런 가장의 죽음으로 마약을 거래하야 하는 미국의 모순을 덧붙인다. 디큐 영화 <킹콘>의 두 젊은이는 실제로 옥수수농사를 지어 미국인들의 몸이 옥수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미국의 옥수수 밭은 일본보다 넓으며 옥수수는 전분이나 시럽이 되는데 옥수수 사용량과 미국인의 비만은 비례한다. 옥수수를 먹은 소는 두 배나 빨리 자라지만 풀만 먹는 소는 거친 곡식 옥수수 때문에 위가 구멍이 나고 업자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먹인다. 그 항생제는 사람 몸에 옮겨오며 소떼의 엄청난 옥수수 배설물은 환경을 오염시킨다. 환경오염 이야기는 또 있다. GM은 10여년 전에 이미 전기자동차를 발명했고 이를 시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회수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석유회사들이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다큐 <전기 자동차를 누가 죽였나>의 중심내용이라고 저자는 소개한다.

또한 이 책의 많은 부분은 미국이 얼마나 잔혹한 짓을 세계평화의 이름으로 자행하는가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물론 그러한 자행은 미국의 리더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 미국이 독재자인 무바라크를 지원한 이유는 그가 반공 노선을 견지하기 때문이었다.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도 지원한 것은 반항자인 이란을 혼내주기 위해서다. 언제나 뜻대로 되는 것이 세상일이 아니다. 소련을 타격하기 위해 연간 7억 5천만 달러를 동원해 아프칸의 이슬람 게릴라 단체를 지원했는데, 그들이 나중에 미국의 쌍둥이 빌딩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다. 물론 후세인도 세상일 마음대로 안 되었다. 미국이 자신의 칠 줄은 몰랐다. 물론 이 책의 논지대로라면 그러고도 남는 것이 워싱턴이다.

마지막의 상당량에서 저자는 이러한 미국인들의 행태 정점에 바로 공화당과 부시 정권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부시정권이 아니라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다면 미국인들의 어이없는 행태들이 없어지는 것일까? 물론 어느 정도는 없어질 것이다. 말로 안 되는 원리주의 리더들이 정치권과 결탁하고 형편없는 정책으로 10대들의 우매의 계곡으로 몰아넣는 프로젝트는 없을 것이다. 미국 패권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그 침략에 나오는 자원을 대자본에게 분배해주는 후안무치의 행태들은 줄어들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젊은이들이 명분 없는 전쟁에 끌려가 죽거나 정신병에 걸려 오는 일도 없겠다.

하지만 몇몇 지도자들이 바뀐다고 미국인들의 행태가 바뀔까? 핵심은 나태의 ‘욕망 군중’과 리더의 결합이다. 우선 나태한 욕망 군중은 베트남전쟁을 일으킨 것이 미국이었느냐고 여전히 반문할 것이고, 세계대전은 세 번 일어났으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하면 핵폭탄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뉴욕이 어디에 있는지도 절반은 모를 것이다. 또한 치킨호크(비겁한 강경파)들이 리더가 되는 한 더욱 무지한 폭력과 파괴가 계속될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일류대학 가운데 하나인 프린스턴 2004넌 졸업생 1200여명 가운데 100여 명 만이 군대에 가는데 안 간 이들이 치킨 호크가 되어 전쟁을 일으킨다. 상하 의원에 군대경험자는 5%, 군대 경험 없는 이들과 풍족한 생활에 젖어 있는 이러한 2-3세 리더들이 지도자가 될수록 자신들의 욕망을 위해 전쟁을 벌인다. 그들이 욕심쟁이 미국인과 결합할 때 더 돌이킬 수 없다. 저자는 그것은 비단 미국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결론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