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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 한동근을 응원하는 이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9. 5. 09:52

'복면가왕' 투표하세요의 정체는 '위대한 탄생3' 우승자 한동근으로 밝혀졌다.MBC '일밤-복면가왕' 화면 캡처
한동근의‘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해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놀랍게 했던 것은 이 곡이 2014년에 발표한 곡이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깜놀 역주행이었다. 대개 역주행이란 발표한 지 몇 개월 정도 지난 뒤에 다시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것이 통례이다. 시즌송이라는 것도 있지만 1위를 차지하는 것은 힘든 것이다. 

그것도 8개 이상의 음원 사이트에서 말이다. 1위 역주행은 뒤늦은 발견을 통한 순위 상승에 해당하는데, 이러한 점은 EXID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직캠 공유 덕에 역주행에 오른 경우였다. 이렇게 역주행은 인터넷을 매개로 이뤄지는 것이 대체적인 특징이었다. 하지만, 한동근의 경우에는 인터넷을 통한 역주행과 달랐다. 당연히 시즌송과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한동근의 역주행 원인은 텔레비전이었다. 그가 '듀엣가요제'에 출연하여 우승했기 때문에 그의 노래가 뒤늦게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가 이렇게 텔레비전 때문에 새삼 주목을 받은 것은 미디어 변화의 상황에서 당황스러움을 주기도 한다. 이미 역주행 요인은 텔레비전에서 인터넷 디지털 환경으로 넘어간 것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대개 네티즌들의 입소문과 동영상들이 SNS를 통해 공유되어 역주행이 이뤄진다. 한동근은 아직도 한국에서는 역주행에서도 텔레비전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그의 부상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오디션 프로 출신들의 재등장여부이며 그것이 오디션 프로의 부활을 이끌지 하는 점이다.

그가 주목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MBC '위대한 탄생' 출신이라는 점이다. 이미 '위대한 탄생'은 없어졌다. 없어진 이유는 '위대한 탄생'이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오디션 프로그램은 다른 기획사 오디션과는 달리 기본적으로 한계가 뚜렷했다. 

오디션 과정에서 해당 가수를 노출시켜주거나 이후에 가요 프로그램에서 몇 번 무대를 가질 수 있을뿐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해줄 수는 없다. 방송사가 음반이나 음원 활동을 유지하여 줄 수 없고 그 몫은 기획사에서 담당해야 한다. 이러한 연계성이 없기 때문에 해당 오디션 출신 가수들의 생명력이 오래가지 못했다. 이러한 점은 국내 오디션 프로의 격발을 일으켰던 '슈퍼스타 K'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SBS 'K팝 스타'는 기존 오디션 프로의 한계점에 착안해서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들과 연계하여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장수 프로그램이 되었다. 지망생들은 이 프로그램에 계속 쇄도했다. 지망생들이 원하는 것은 기획사에 소속되는 것이 꿈이었기에 직접 기획사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오디션 기간에는 몇 개월 동안 대중에게 노출되었다. 이는 텔레비전 오디션의 한계를 넘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담보해줄 수 있는 보완책이기도 했다. 이는 지망생과 그 가족, 친구들을 시청자로 유입시키는 역할도 했다. 왜냐하면, 기획사들의 대표들이 좋아하는 음악적 코드와 인재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시청자와 참여자를 구분하는 경계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 출신이 부활을 했다. 물론 그것은 방송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려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음악 프로그램이었다. MBC '듀엣가요제'는 자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한동근을 내세웠고, 우승을 통해 그를 화려하게 재등장시켰고 그것이 대중적인 호응을 크게 이뤄내 성공을 거둔 셈이 되었다. 듀오나 듀엣을 통한 경연 방식은 신구 협력과 조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어왔는데, 이러한 점은 오디션 출신들의 조합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다. 방송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음반 음원 활동이 아니라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이런 신구 듀엣 경연 포맷이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한동근의 부활은 다른 방송사들에게도 어떤 영향을 줄 지 궁금증을 일게 만든다. 방송사가 이런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시금 오디션 출신 가수들의 소환을 해내는 것은 신뢰와 책임지는 모습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만약, '슈퍼스타 K'나 '탑밴드'가 이런 듀엣가요제와 같은 형식의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서 오디션 프로 출신들을 다시 런칭시켜주는 노력을 한다면, 새삼 소속사에 연연해 하지 않아도 될 지 모른다. 왜냐하면 기획사에 소속된다고 해서 대중적 주목을 받드시 받으리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대중적인 주목이라는 것은 단지 인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진가를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물론 한동근의 사례에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성이 전제되고, 그것이 대중적인 공감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하는 점이겠다. 가수에게 필요한 것은 그를 뮤지션으로 인정해주고 지속적으로 무대가 주어져야 하는 점이다. 가수로 활동했던 이들이 다시 오디션에 출연하면서 아티스트로서 갖는 정체성과 자존심을 파괴하는 행위는 반음악적이며, 결코 음악 프로의 시청율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동근 사례에서 지켜봐야 할 것은 그가 방송사의 인기가요 순위에도 반영이 될 지 여부이다. 또한 지속성을 얼마나 갖는가도 중요하다. 그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실체적인 역주행인지 지켜봐야 할 점인 것이다. 대개 방송은 일시에 불다가 흘러가기 쉽기 때문에 항상 그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음은 부정할 수 없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