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석

장영실은 과학자인가 공학자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2. 15. 23:42

KBS 1tv 주말드라마 '장영실'은 대하드라마 최초 과학 사극으로 노비로 태어난 장영실의 고난과 좌절, 그리고 조선의 희망이 되기까지 인생을 그린다.ⓒKBS
드라마 '장영실'에서 명나라에 선진 과학을 배우러 온 장영실(송일국)은 주태강(임동진)의 명령에 따라 전설의 물시계 수운의상대를 재현해야 한다. 주태강은 장영실에게 그것을 복원하지 않으면, 죽음에 처하겠다는 말을 했다. 장영실에게는 참으로 위기의 순간이었다. 한편으로 곤경에 빠진 자신을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운 과제였다. 수운의상대의 원형은 전혀 알 수가 없고, 있는 것은 부품 뿐이었다. 따라서 그 부품들을 맞추어 전설이 되어 버린 수운의상대를 만들어 내야 했다.

대개 뛰어난 주인공을 다뤄내는 드라마에서 이러한 역경 극복 장치는 흔히 등장한다. 주인공은 천재적인 역량을 발휘하여 어려운 과제의 해법을 만들어낸다. 이 드라마에서도 장영실은 한 번 본적도 없는 수운의상대를 부품을 통해서 이해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만들어낸다. 아무도 만들어 내지 못한 그것을 장영실은 천재적인 능력으로 당당하게 많은 사람들의 눈 앞에 내놓은 것이다. 더구나 회회국의 혼천의를 보고 시간과 하늘을 동시에 계측하고, 시간을 별자리의 움직임에 따라 정확하게 알려주는 간의의 원리를 파악하고 만다. 참으로 놀라운 장영실의 능력이었다. 오로지 장영실만이 대단할 뿐, 다른 이들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만다. 조선에서 훌륭한 능력자는 오로지 장영실 혼자 뿐이다. 

그런데 장영실의 모습은 항상 무엇인가를 깎고 만들고 맞추고 움직이게 만든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떠올리게 만든다. 항상 자신의 작업실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그의 모습은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토니 스타크도 자비스라고 하는 뛰어난 보조자가 있었다. 연구를 하고 컨셉을 떠올리고 디자인으로 옮기거나 설계를 한다. 또한 직접 제작해 그것을 직접 만들어낸다. 모든 작업들을 장영실 혼자 해내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장영실'이 정통 사극을 표방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이런 대목을 보자면 오히려 퓨전 사극이나 판타지물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에서 장영실은 과학자일까, 공학자일까. 과학은 근본 원리를 탐구한다. 당장에 무엇인가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법칙을 발견하는 일을 많이 한다. 대개 물리, 화학, 수학 등이 이에 속한다. 그들은 주로 연장을 들고 뭔가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종이에 그들의 발견을 기록하고 체계화하고 그것을 반복적으로 실험한다. 공학자들은 테크놀로지를 다뤄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만들어낸다는 것은 대개 사람들의 눈에 보여지는 것을 창조한다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에서 장영실은 원리를 탐구하기도 하지만, 그의 대부분의 행동은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과학자라기보다는 공학자에 가깝다. 대중적으로 그가 알려진 것은 많은 기기나 기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 많은 어린이들은 과학자를 꿈꾼다. 그들이 과학자를 꿈꾸는 것은 우주선이나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악의 무리를 무찌르는 최고의 비밀 병기를 만드는 과학자를 꿈꾸는 것은 한 번쯤 품어 볼만하다. 그런데 미사일이나 로봇, 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과학자가 아니라 공학자이다. 사이언티스트가 아니라 엔지니어에 가깝다. 장영실은 과학적인 원리들을 다른 이들보다 뛰어나게 이해하고 그것을 실제 기기들로 만들어 내는 과학자의 역량이 더 컸던 것으로 생각된다.

드라마에서는 장영실이 과학자이면서 공학자의 면모를 다 갖춘 인물로 등장한다. 이런 점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가 있을 것이다. 과학자이면서 공학자의 역량을 다 갖추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 융합의 정신이자, 실제이겠다.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아 보인다. 그러나 정작 천재이자 융합 과학자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완성시킨 사례는 별로 없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그것은 어쩌면 그를 신화로 만들어 판매한 이들의 작품이었던 것일 수 있다. 과학과 공학을 일단 분별해서 봐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체계적인 디자인과 설계, 부품 생산의 트레이닝을 거의 받은 적이 없는 장영실이 놀라운 개인기로 천문 기기와 시간 관련 공학기기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이로울 뿐이다. 과정의 트레이닝과 성취, 그리고 그것의 공유가 좀 더 시청자와 나누는 공감을 크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 시킬 필요가 있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