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엣지녀와 건어물녀는 트로피 남편 못얻나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9. 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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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녀와 건어물녀는 트로피 남편 못얻나
-혼활시대의 남녀 신조어 분석

최근 유행하고 있는 신조어를 보면 바뀐 남녀의 사회적 지위와 그것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행복도 추구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변화된 사회문화를 말해주면서 현대의 남성과 여성들이 모순적인 딜레마에 처해있음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초식남과 육식남은 많은 매체에 오르내렸다. 초식계 동물처럼 성격적으로 순하고 부드러운 초식남은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있어 여성과 소통이 잘 되며 여성들의 친구로 각광을 받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여성에 대한 소유욕이 떨어져 육식남보다 이성의 선택에서 밀리고 마는 슬픈 운명을 지니고 있다. 이는 격화된 경쟁과 사회적 자원의 상대적 고갈에 따른 나름의 자구책인데, 상품 소비시장이 초식남을 생존하게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 상품 소비시장이 생존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건어물녀나 철벽녀도 마찬가지다.

건어물녀는 상대적으로 초식남보다 사회적 성공에 대한 열망은 있다. 하지만 그것이 육식남처럼 자신의 여자를 소유하고 자식들을 건사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건어물녀들은 밖에서는 화려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집에서는 자신 멋대로 행동하는 이들을 말한다. 그들에게 연애 감정이나 결혼의식은 건어물처럼 메말라 버렸다. 휴일은 드라마보고 잠자며 집에 틀어박혀 실컷 망가지는 날이다.

그들은 직장에서는 적어도 엣지녀처럼 되고 싶을 것이다. 엣지는 가장자리 모서리를 뜻한다. 그만큼 도드라지게 쉽게 눈에 띄는 것이다. 광고 디자인계에서는 남다르고 차별화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 '스타일'에서 박차장(김혜수)이 '엣지있게~!!' 라는 말을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회자되기 시작했다. 엣지녀는 개성 있고 트렌디한 감각을 가진 여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성공적인 조직 생활을 염원하는 대중들의 주체성 갈망의 심리가 투영되어 있다. 물론 광고 디자인계에서 '엣지있게'는 이제 낡은 개념이라고 한다.

최근 여성에 관해서는 긍정적인 단어가 더 많아진다면, 남성에 대해서는 기존의 남성 이미지에서 부정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생긴 듯 싶다. 2PM(투피엠)과 같이 완소남이나 훈남을 밀어낸 짐승남이 한국판 육식남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일부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김밥에 들어가는 우엉처럼 흐물거리는 우엉남이 인터넷상에 오르는 것을 보면 남성들의 정체성이 상당히 모호해진 것만은 사실일 것이다.

자신의 이상형에서 벗어난 남성이 접근하면 완벽하게 철벽수비를 감행하는 철벽녀들에게 우엉남이나 고충남은 완전히 논외의 대상일 것이다. 철벽녀들은 품절남을 여전히 가슴에 담아두면서 끊임없이 수비에 치중할지 모르겠다. 품절남은 괜찮은 남성으로 이미 다른 여성이 채어갔을 때 사용할수 있다. 품절녀도 마찬가지로 이미 다른 이들이 데리고 간 뜻을 지니고 있다.

철벽녀들이 원하는 것은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 일지 모르겠다. 여성을 외조하면서 육아와 가사를 담당해주는 것이 트로피 남편이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여겨질 수 있는 셔터맨과 다른 점은 백수나 무능력자가 아니라는 점. 자신의 전문적인 일까지 있으면 더욱 좋다. 트로피 자랑스럽기 때문에 어디든 내보일 수 있는 트로피 와이프에서 파생된 용어다.

그들은 자신의 성공보다는 아내의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쓰기에 기존의 부부 관계를 뒤집는다. 하지만 이러한 남성들은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 건어물녀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자기 생활을 영위하는데 집중할수록 괜찮은 남자들은 품절되고 고충남이나 우엉남, 그리고 초식남들이 우글거릴 테니 말이다. 물론 철벽녀 쪽에 기울수록 더욱 그렇다.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난 것은 자신의 일과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남녀들이 늘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인 정체성의 구획이 허물어지는 점도 한몫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떠나 여성의 경제력이 확보되면서 결혼의 절대적 관념이 붕괴된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여성 차별과 구속의 사회에서 학습한 여성들이 자유를 구가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일 수 있다. 이러한 현상(특히 초식남)에는 가족을 위해 직장에서 자신의 평생 삶을 내맡겨야 하는 남성들도 마찬가지의 변화상이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결혼에 대한 과장된 공포감과 도피 기피 심리가 이러한 현상을 쓸데없이 확산시키고 있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독신으로 살 수는 없는 법. 덕만녀와 같이 언제든 많은 꽃미남을 거느리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에서 덕만녀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덕만 공주와 같은 여성을 말한다. 뒤늦게 자유로움을 일정정도 거두고 결혼을 생각하지만 쉽지 않다.

최근에는 남성과 여성의 나이 차이가 문제가 되지 않고, 초혼, 재혼의 경계도 무너졌고 무한경쟁의 시대에 들어선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은 언제든지 다른 이들이 채갈 수 있으므로 그녀를 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해졌다. 이것이 일본에서 유행하는 ‘혼활’(婚活)이다. 물론 여성도 그렇다. 능력이 있다고 오는 남자만 생각하면, 꾼들만 몰려들게 된다.

또한 '나는 나야' 라고만 할 때, 그럼에도 박기자-김혜수 같은 여자에게 남자가 남아 있는 건, 다른 조건(성적 매력 혹은 돈)을 본 남자들만 버글버글한 이유와 같다.  현실에서 대개 괜찮은 남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현실에서 박기자를 좋아하는 것은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의 구동백이다. 현실에서 내이름은 김삼순에 등장한 엄친아 현빈이 '멋대로 나르시스트 삼순이'를 좋아하지 않을 게다.

어쨌든, 이제 결혼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 공부와 같이 상당한 공부와 학습이 중요해진 시대이다. 불량품들이 나르시시트 대중문화콘텐츠를 보며 자기 위한 합리화를 해도 시간은 절대불변으로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무턱대고 초식남이나 건어물녀, 철벽녀라는 용어에 자기 긍정성을 투영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한 철 지난 것들이다. 뒤늦게 초식남, 건어물녀, 철벽녀에서 벗어나려 해도 쉽지 않기 때문에 혼활은 필사적이 된다. 일본의 혼활은 한국의 싱글족들이 곧 겪게 될 상황인지 모른다.

어떤 것이든 끊임없는 배움과 학습, 경험이 중요하겠다. 한순간의 반함으로 인한 행복한 결혼 생활의 성취는 하이틴 로맨스에서만 나온다. 또한 나르시시즘을 정당화 하는 한국의 드라마에만 가능하다. 나는 나일뿐이라고 주장하는 과잉된 자기애에 빠진 이들을 좋아할 이성은 없다. 품절남이나 품절녀를 보면서 손가락이나 빨아야 하는 신세를 좋아할 사람도 없겠다. 결국 인간은 노력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김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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