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과 온라인 커뮤니티, 옐로우 저널리즘 공생 구조
2019년 10월 포털 다음이 연예 기사의 댓글창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비참한 죽음이 직접 영향을 미쳤다. 평소 악플에 시달렸다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극은 설리에게만 한정되지 않았다. 2019년 11월 24일 가수 구하라도 참혹한 죽음에 이르렀다. 설리 사례와 마찬가지로 네이버와 네이트 같은 포털 플랫폼에 악플 관련 비판이 쇄도했다. 비판을 견디지 못한 네이버는 2020년 2월 19일 댓글창을 전면 폐지한다. 뒤이어 끝내 네이트도 2020년 7월 6일 댓글창을 없앤다. 이렇게 댓글창을 없애면서 연예 기사 자체의 이용이 줄어든 것으로 여러 연구 보고서에서 나타났다. 그렇다면 문제는 해결이 되었을까?
악플 문제는 그치지 않았다. 포털 기사의 악플은 줄어들었는지 모르지만 다른 곳으로 이동해갔기 때문이다. 이른바 악플의 풍선효과였다. 바로 인터넷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 DC 인사이드의 연예인 갤러리(남연갤, 여연갤, 국연갤), 스포츠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펨코)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악플은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불과했다.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사실, 왜곡된 텍스트와 이미지나 영상, 가짜 뉴스 등이 최초 게시되거나 강화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곳을 이용하는 이들만 콘텐츠를 공유하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단견이고, 근시안적인 생각에 불과했다. 단순히 풍선효과를 넘어서는 근본적으로 부정적 효과의 온상지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악플보다 더 문제가 되는 가짜나 혐오 콘텐츠의 배양소 역할을 했다. 이곳에 게시하는 이들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익명성 속에서 전혀 책임질 생각도 없이 마구잡이로 콘텐츠를 게시하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이나 인격모독은 물론이고 사생활 침해, 허위 사실 및 유언비어 유포쯤 일도 아니었다.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르는 콘텐츠들은 공식적인 미디어 채널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날 것이므로 강한 전파력을 갖게 된다. 자신만이 알고 있을 것 같은 내용인 것 같아 공유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게 한다. 자신도 알게 모르게 이런 커뮤니티에서 프레이밍 된 관점으로 퍼 나르게 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콘텐츠는 두 가지 방향으로 파생되었다. 하나는 SNS로 퍼져나가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다시 두 개의 갈래가 있다. 하나는 페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개인 SNS이고, 다른 하나는 프리이코노믹스 채널인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나뉠 수도 있다. SNS가 아닌 방식으로 퍼져나간 것은 바로 뉴스 매체를 통해서 확산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회자가 되고 있는 내용들을 무비판적으로 기사화한 매체들은 다시 이를 포털에 공급하게 된다. 보통 일반 사람들이 특정 연예인에 대한 부정적인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것은 이러한 뉴스들이라고 할 수 있다. 당사자 처지에서 가장 강력하게 고통을 받을 수 있는 점은 이러한 뉴스 매체의 보도이다. 공신력을 갖는 언론의 보도로 생각되고 그것이 여론을 더 확장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 뉴스의 댓글창을 닫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오류다. 더구나 이러한 뉴스들에 대해서 포털사들은 언제나 마찬가지로 자신들은 직접 생산하지도 관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뿐이다. 단지 콘텐츠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을 강변한다. 물론 으레 그렇듯이 각각 매체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버는 손쉬운 방법으로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유명인의 가짜나 혐오 콘텐츠 기사화를 선택하는 것이 반복된다.
여기서 다시 초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콘텐츠를 게시하는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올린 콘텐츠가 언론 기사를 통해 포털을 도배하게 되면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른바 성취감을 통해 도파밍 심리를 느끼게 된다. 마치 세상을 자신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통제감도 느낀다. 더구나 이중적이고 허위의식이나 허영에 가득 차 있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혼내주고 응징했다는 이른바 정의의 영웅이 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따라서 다시 같은 행위를 반복하거나 더 강화하는 행태를 보인다. 미디어 메커니즘 속에서 이러한 행태가 무한 반복이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잘못된 결과가 나와도 책임지지 않는다. 언제나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다닐 뿐이다. 정말 큰 문제는 단발적인 개인들의 펌질과 공유보다 수익을 위해 지속해서 이런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는 크리에이터와 언론 매체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법과 제도는 정작 뉴스 매체와 플랫폼의 책임은 묻지 않는다. 모든 것이 익명성에 기댄 악플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머물 뿐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전혀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며 여지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계속 희생자는 반복됐다. 앞으로 얼마나 죽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악플만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의 적절하지 않은 콘텐츠를 기사화하고, 이를 콘텐츠로 공유시키는 언론 매체와 플랫폼에 대한 책임을 크게 지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