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헌식(중원대학교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아이돌 출신으로서 연기자로 활동하는 사례는 예전에는 드물었지만, 요즘은 한층 더 빈번해지고 있다. 아니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이른바 연기돌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앞서 절치부심의 노력을 했던 이효리는 자리매김하지 못했지만, 유진(S.E.S.) 성유리(핑클), 정려원(샤크라). 수지(미쓰에이), 혜리(걸스데이), 윤아(소녀시대), 정은지(에이핑크) 등은 걸그룹 출신임에도 연기자로서 상당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윤은혜(베이비복스)처럼 논란으로 더 지속하지 못한 예도 있지만, 걸그룹만이 아니라 보이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이준호(2PM), 육성재(비투비), 임시완(제국의 아이들), 박형식(제국의 아이들), 옥택연(2PM), 도경수(엑소) 등이 꼽힐 수 있는데, 윤계상(god)처럼 영화와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성공한 사례도 있다.
물론 연기자 활동하는 뮤지션 출신에 연기돌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근현대사에서도 예인이란 노래와 연기를 분리할 수 없었다. 연예(演藝)가는 게 예술을 널리 흐르게 하는 것이고 이를 담당하는 이들이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아이돌 출신 가수가 아니라 솔로 가수로서 성공적인 연계자 사례로 장나라와 아이유를 꼽을 수 있다. 얼마 전 장나라는 ‘굿 파트너’로 성공적인 드라마 복귀를 알렸고, OTT 시대의 한류 스타로 다시금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아이유는 ‘폭싹 망했수다.’로 글로벌 연기자로 부각이 되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후의 인생작으로까지 불리게 되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보다는 훨씬 더 연기의 폭이 넓어지고 깊어졌다. 특히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마저 잘 표현했다.
하지만 일반 솔로 가수 출신의 연기자와 아이유는 다른 점이 있다. 연기돌이나 가수 출신 연기자들은 대개 음악 활동을 더는 지속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음악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음악계를 떠나는 것은 음악 장르를 수단화한 것에 불과해질 수 있다. 음악을 수단으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결국 음악을 버린다면 진정한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아이유는 가창력 있는 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이면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아티스트’(hybrid artist)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아이유는 수없이 기획사 오디션을 보았지만, 낙방했다. 낙방한 기획사 가운데는 JYP도 있었다. 아이유를 낙방시킨 기획사들을 뭐라 할 필요는 없다. 특히, 댄스 음악 중심의 대형 기획사는 아이유의 가치를 알아볼 수 없었고 시도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대형 기획사에 소속되었다면 아이유의 잠재력은 훼손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이유는 스스로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고, 같은 곡이라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알고 있을 정도로 음악적 영민했다. 이러한 영민함으로 자신이 스스로 창작을 통해 이를 반영해왔다. 기획 육성되는 아티스트였다면, 오늘날의 아이유 활약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유 같은 솔로 가수 출신만이 연기와 뮤지션 즉, 하이브리드 아티스트를 구가하는 것만은 아니다. 블랙핑크의 지수가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수는 메인보컬에 작사 작곡을 하는 가운데 연기 활동은 드라마 ‘설강화’에 이어 ‘뉴토피아’ 그리고 ‘월간 남친’에 이르고 있다. 젊은 청춘 캐릭터를 넘어서서 좀 더 연기력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당연하게도 음악을 내버리지 않고 같이 병행하면 더욱 소망스러울 것이다. 앞으로도 아이돌 출신 가운데 음악 활동과 연기 활동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아티스트는 더 많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기획형 아이돌보다는 자율형 아이돌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자기 스스로 아티스트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이나 팬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영민하게 포착하고 반영하는 역량과 부단한 노력일 것이다. 그것이 왜냐하면 대중 셀럽의 존재 이유이며 연예인에 담긴 사명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리아나 그런데도 싱어송라이터로 활동을 하지만 원래는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위키드’로 글로벌 연기자로 부상했다. 레이디 가가는 음악 활동을 지속하는 가운데 ‘조커: 폴리 아 되’에서 인상적인 주연 연기를 펼쳤다. 우리 뮤지션들도 할리우드에서 그렇게 데뷔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 콘텐츠를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