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아이리스, 남자유혹이 여성리더의 본질? 덕만, 미실을 보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1. 9. 01:28

-미실과 덕만에게서 최승희가 배울 점.


아들러(Alfred adler)는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을 통해 큰 신체적 약점이나 결함이 있는 사람은 그 약점이나 결함 때문에 그것을 보상할 다른 방안을 강구하게 되면서 상대방보다 우월하기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점은 자녀관계에서도 적용된다고 보았다.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이는 스스로 독립해서 잘 살아가지만 둘째 아이는 형이나 누나의 능력에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데, 한편으로는 형과 누나 사이에서 헤쳐 나가려고 경쟁심이 강해지거나 야망을 갖게 된다. 이는 막내로 갈수록 강해지고, 이 때문에 막내 가운데에 혁명가가 태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생물학자 가운데에는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서 자신의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다른 장점을 자기 강화한다고 보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존재 자체를 지키고자 하는 필사적인 분투라고 보겠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불리한 점이 있던 대부분의 여성들이 발달 시킨 것은 미색보다도 지능이었다. 왜냐하면 모든 여성들이 예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남자보다 육체적인 우월성이 적고 그렇다고, 미색도 갖추지 않은 여성은 무엇을 발달시켜야 할까. 더구나 아무리 미색이 뛰어나도 나이는 들고 젊은 여성들은 끊임없이 궁으로 몰려들 때 어떤 것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까.

그것은 머리, 뇌이다. 따라서 역사에서 궁중 암투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좌지우지 한 것은 바로 이러한 특화 생존 전략에서 비롯한다. 만약 머리 한번 잘못 쓰면 자신의 생존이 위태롭기 때문에 이런 여성은 언제나 민감하고 머리 회전이 빠르게 된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은 진골 출신이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좌절, 무력감에 빠진 인물에서 일약 왕권은 물론 권력의 중심인 남성과 귀족들을 장악해낸다. 그것은 그의 열등감에 따른 부단한 노력과 분투의 결과물이었다.

화랑세기에서는 그녀의 방중술이나 미색을 강조하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미색이 뛰어난 인물은 궁중에 많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실이 엄청나게 특화시킨 것은 지능과 사고력이었다. 즉 그녀는 현명하고 지혜롭고 통찰력을 갖추기에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덕만도 만만치 않은 열등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사서와 달리 덕만은 둘째로 태어났고, 더구나 여성이면서 이미 버려진 혹은 없어져야할 생명이었다. 하지만 그 버림의 강도만큼 덕만은 스스로 왕권에 도전하고 특히 절대 권력자인 미실에게도 도전해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극복의 태도이다.

덕만이 스스로 자신의 한계와 결함을 잘 알고 있으며, 부단한 학습과 시행착오를 통해 그것을 극복해낸다. 특히 적대자인 미실을 모방하거나 적극적으로 그녀의 충고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확장, 강화 나간다. 그것이 결국 덕만이 살아남는 법이기 때문이었다. 공통점은 덕만이나 미실은 다른 남성들처럼 격투기나 칼싸움, 활쏘기가 아니라 오로지 머리 하나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움직여간다는 점이다. 이는 여성을 미색이라는 관점에 묶어버리는 기존의 잘못된 접근과도 다른 점이다.

그런데 이러한 미실과 덕만은 드라마 ‘아이리스’의 인물과 비교가 된다. 바로 최승희라는 캐릭터다. 간혹 드라마 ‘아이리스’와 비교되는 영화 본시리즈에서 첩보원들은 나름 기막힌 사연과 함께 말 못 할 고통이 있다. 각자 자신의 장점이 있으며 이를 위해 엄청난 고통과 노력을 감수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특기로 조직의 역할 수행에 기여한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최승희(김태희)는 어느 날 갑자기 김현준(이병헌)과 진사우(정준호)의 친구에서 팀장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왜 팀장인지 의심스럽다. 팀장이 보여준 것은 화려한 미색을 내세우며 남자테러리스트를 꼬신 것뿐이다. 그것도 나중에 탄로가 나서 김현준 등이 그녀를 구해준다.

사무실에서의 약간의 지휘만이 그녀가 '짬밥'을 허투루 먹지는 않았음을 알려준다. 그 외에는 첩보원 경력이 많아 이야기해줄 에피소드나 경험, 지혜가 많은 것도 아니다. 첩보원에 대한 나름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즉 왜 첩보원 활동을 하고 있는지 모를 인물이다. 무엇보다 직접 뛰어다니지 않는 첩보원이라는 우수한 사고력이나 전략적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지만 이도 그렇게 시원치 않다.

결국 김현준의 애인이다. 드라마가 시작한 이래 그들은 사내 연애를 찐하게 하느라 첩보원들의 일상이 저렇게 낭만적인가 싶게 왜곡을 주었다. 요컨대, 회를 거듭할수록 최승희 역의 김태희는 무늬만 팀장이고 언제나 그녀는 위기 상황에서 첩보원 같지 않게 멍을 때리곤 한다. 어느새 이는 나아진 연기력을 상쇄하고 있다.

예컨대 사랑하는 애인이 죽을 고비를 넘겨가면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그녀는 도와주거나 작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기차표를 예매하는 것도 그렇다. 이미 총상을 심하게 입어 움직이는 것이 만만치 않고, 북한 요원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는 김현준이 기차표를 끊으려 간다. 물론 얼굴도 알려지지 않고, 총상도 하나 입지 않은 멀쩡한 팀장은 차안에서 대기한다. 이유는 간단한 것일까. 여자이니까. 아니면 팀장이니까 차안에 기다리는 것이었을까.

결국 사랑하는 애인을 탈출시키기 위한 리더의 전략과 사고력은 없고, 수동적인 여성에 머문다. 그녀가 열망하는 것에는 김현준에 대한 생사확인을 해달라는 간곡함 만이 크게 보인다. 물론 그것은 조직구성원이 아니라 주관적인 존재이며 이는 페미니즘이 항상 비판하는 여성의 감상주의적 행태이다.

첩보원이나 사랑하는 연인을 구하는 존재로 화려한 액션을 보여 달라는 말이 아니다. 최소한 진화생물학의 논리대로 여성 특유의 지략이 필요하다. 미실이나 덕만과 같이. 미실이나 덕만이 어디 칼자루, 화살로 남성들과 싸우며 세상을 움직이든가. 그들이 멍 때리고 미모나 자랑하고 있던가. 그들은 무수한 남성들을 웨어러블 로봇 삼아 천하를 호령하고자 하니, 그것이 21세기 약자들의 강한 리더십, 여성리더십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