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심리와 의사결정

아이를 죽인자보다 아이를 낳은 자가 비판 받다.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1. 18. 23:51

아이를 죽인자보다 아이를 낳은 자가 비판 받다.

-미혼모와 미혼녀의 차이

 

한 여자가 있었다. 결혼하지 않은 채 아이를 갖게 되었다. 남자는 외면했다. 친구나 선후배는 아이를 지우라고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아서 키웠다. 아이가 여섯살이 되었다. 친구가 싫다는데 결혼 정보 업체에 등록시켰다. 그곳에서 한 남자를 연결 받았다. 그 남자는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운 여자를 높게 평가했다. 아이를 지켰기 때문이다. 남들은 아이 아빠가 누군지 모를 꺼림의 대상일 지 모르는데 그에게 오히려 미혼모는 매력적인 요인이었다.

 

영화 내 안의 그놈에서 미숙(라미란)은 장판수(박성웅)의 딸 현정(이수민)을 몰래 낳아 키운다. 만약 미숙이 아이를 임신 중절하고, 살았다면 미혼녀로 다른 남자를 만나기가 용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니 딸 현정도 힘들고, 엄마 미숙의 삶도 쉽지 않은 점을 영화는 부각시킨다. 물론 영화에서는 아이 아빠인 장판수가 회장 후계자를 거부하고 어둠의 세계 활동도 청산하면서 아내 미숙과 딸 현정에게 돌아온다. 이런 영화가 이상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거꾸로 미혼모가 적고, 아이를 죽인 미혼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이비 박스는 아이를 넣으면 보호해주는 함을 말한다. 넣으면 자동 감지기가 들어온 아이를 인식해서 신호를 보내게 된다. 신호를 접한 관리자가 아이를 바로 보호할 수 있게 한다. 베이비박스에 20191, 현재 1500여명이 보호 입양되었다고 한다. 해당 목회자는 사람이 쓰레기가 아닌데 무참히 버려지는 아이 사체를 방지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주로 10대들이 아이를 놓고 갔는데, 갈수록 20-30대의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이 아이를 놓고 가게 되었다고 했다. 원치않는 임신은 불륜, 성폭행 때문에 일어난 임신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이 베이비박스가 오히려 버려지는 아이를 양산한다고 주장했다. 베이비 박스에 버려도 되니 마음대로 임신해도 상관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다고 한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이 쉬운 과정도 아닌데, 베이비 박스 때문에 미혼모 출산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선적인 사고일 것이다. 오히려 아이를 버려 죽음에 이루게 하는 행위를 막게 하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아이가 죽지 않는다는 것은 생명의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출산으로 고민하는 정책 당국자들은 이를 나쁘게 보지 않을 것이다.

 

출산을 장려하려는 당국자들에게 미혼모는 오히려 장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저출산 극복 정책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야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개인주의 문화 확산도 있지만, 그것이 미혼모를 둘러싼 부정적인 시선을 긍정의 문화로 포용해야 하는 공공적 과제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단체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낙태를 합법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정부등이 받아 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낙태의 생명권도 중요하지만 출산율 높이기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미혼모의 권리를 대폭 강화해서 제도권 안으로 적극 끌여 들였고, 이 때문에 출산율은 상승한 바가 있다.

개인 여성이 임신 중절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논하기 전에 미혼모와 임신 중절 여성을 문화적으로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미혼모는 과거의 기준으로 결혼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여성이다. 생명을 버리지 않고 키워낸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존중내지는 존경을 받아야 한다. 더구나 오랜 동안 혼자 아이를 키웠다면 더욱 더 그러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반드시 결혼을 한 상태에서 낳아야 한다는 문화적 인식은 오히려 미혼모를 고통 스럽게 만들었다. 또한 나아가 아예 낙태를 하도록 만들었다. 사회적 비난과 차별 때문에 아이 엄마나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갖가지 고통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가정은 모두 한부모가 아니라 양부모가 있을 때 성립할 수 있다는 문화적 인식 때문이다. 만약 한부모로 아이를 키울 때 별 어려움이 없다면 낙태하거나 아이를 버리는 일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그것은 결국 문화적 인식의 문제가 얽혀 있다고 보겠다. 혼자 사는 아이가 살아갈 사회가 녹록치 않다면 아예 낙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면 낙태를 할 것이 아니라 출산을 통해 그 아이가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책과 제도가 필요하다.

 

만약, 불법 낙태를 통해 아이를 없앤 미혼모는 미혼자가 되어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아이를 낙태시켰는지 보통 알 수가 없다. 결혼 시장에서 더욱 선호 되는 것은 미혼모가 아니라 미혼자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선호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낙태를 통해서라도 미혼의 상태임을 강조할 것이다. 생명의 관점이라면 아이를 낳아 키운 미혼모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권리, 예컨대 행복 추구권 차원에서 낙태를 선호할 수 있다. 문화의 충돌이다. 혼전 순결을 강조하는 문화권일수록 성관계는 하면서 아이의 존재는 지워야 한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이더라도 결혼을 너재로 해야 아이는 살아남을 수 있다. 결혼과 임신을 등치 시키는 문화 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요즘은 미혼모보다는 비혼모라는 단어를 더 쓸 수 있다. 결혼은 안하지만 아이만 낳아 키우려는 여성들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혼을 해야만 아이를 임신 출산할 수 있다는 문화적 인식과 배치 되는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다는 문화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에서 낙태가 자유롭게 허용이 된다면 어떨까.

아이를 낙태한 사람들은 합법 행위를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베이비 박스는 당연하게도 없어질 것이다. 아이를 낳아서 버리느니 차라리 사전에 없애면 그만이다. 힘든 임신과 고통의 출산 과정이 없어질 것이다.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될 여지도 적다. 오히려 미혼모들이 더 힘들 것이다. 혼자 낳은 과정이나 양육 과정은 말할 것도 없이 문화적 인식조차 타당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낙태한 여성은 선호되고 아이가 있는 미혼모는 탐탁치 않게 대우를 받게 된다면 과연 이것이 문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를 중절시켜 없애버린다는 것은 동물도 그렇게 하지 않고, 오직 인간만이 그렇게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행위를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이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 아이를 죽이는 일은 과연 문명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개인의 인권을 생각하면 그럴 수 있지만 아이의 인권을 생각하면 그렇지 않다. 문화적인 행위가 반문화적인 행위가 된다. 아이는 아직 자기를 보호할 수 없는 약자이기 때문에 제거 된다. 그것도 아빠나 엄마가 말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런다고 치자. 그렇다면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사회의 개념이다. 개인이 못한다면 사회가 해결하거나 보완해 주어야 한다. 개인이 아이를 버려야 한다면 공동체와 나라가 키워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 한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전 부족이 필요한 것은 맞다. 전 사회가 아이를 키워내야 한다.

 

아이를 출산하고 그 아이가 살 수 있도록 공동체는 물론 국가가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며, 고아에 대한 편견이 문화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고아가 없게 하려면 당연히 입양에 관한 문화적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양을 당연시하도록 해야겠지만 입양 하는 사회적 부유층과 리더들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재산 소유권 상속이 혈통 중심으로 상류층이 고수하는 경향이 크다. 이는 조선 시대 가부장적 가문 문화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사대부 문화로 뼈대 있는 자기 혈통을 중심으로 상속해 왔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상속제도도 결국에는 이런 혈통 승계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을 염려한다면 무엇을 개선해나갈 지는 분명하다.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혼외 자녀인 나라는 프랑스·벨기에·칠레·멕시코 등 12개국이다. 이들 국가의 출산율 평균은 1.79명이다. 스웨덴·덴마크·노르웨이 등 북유럽은 혼외 출산 비율과 출산율이 높다. 출산율(2.0)OECD 상위권인 프랑스 신생아의 58.5%(2016)가 혼외 가정 자녀다. 프랑스도 60년대까지 혼외 자녀를 '잡종'이라고 표현할만큼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거 가구, 법적 부부의 차별이 없다. 프랑스는 1999'시민연대계약'(PACS)을 도입했다. 동거 가정에도 가족수당·소득세 등에서 동일하게 혜택을 준다. 이런 조치들 덕분으로 1명대였던 출산율이 20062명이 되었다. 그렇다고 유럽이 다 이런 미혼모를 제도화 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나 폴란드는 임심과 육아를 결혼이후로 생각하는 전통적 결혼 문화를 중심에 둔다. 전통적인 방식 하나로 수용하지 않으면 결혼도 안 하고 출산도 하지 않는다. 반면 프랑스스웨덴 등은 가정의 모델이 굉장히 다양하다. 내가 결혼할지, 동거로 살지 등 선택의 폭이 더 넓다. 문화의 차이가 이런 의사결정의 차이를 만들어가고 그것은 문화가 그렇듯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그러한 것은 동의와 실현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글 김헌식(미래세대 행복위원회, 박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