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싸이의 세렌디피티는 성공할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12. 1. 13:42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에서 뉴욕에 사는 조나단(존 쿠삭 분)과 사라(케이트 베켄세일 분)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애인에게 줄 장갑을 찾다가 똑같은 것을 동시에 집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둘은 친해지게 되고 따로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인이 된다.

우연히 만났지만 그들은 운명 같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우연적 필연이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노사연의 노래 ‘만남’의 가사를 보면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운명이었어.’라는 대목이 있다. 우리는 이런 우연의 법칙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이 인류문명을 진일보 시킨 면이 있다.

가수 싸이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정규 7집 '칠집싸이다' 발매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싸이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정규 7집 '칠집싸이다' 발매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에서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말을 사용한다. 우연한 계기로 매우 중요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가리킨다.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발견과정이나 플레밍의 페니실린의 발견, 퀴리부인의 라듐 분리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연으로 그냥 간주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우연히 이루어졌지만 알고 보면 그 안에는 법칙이 숨겨져 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그것을 우연이라고 여길 뿐이라고 말한다. 세렌디피티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연히 아니라 법칙의 산물일 때 사람들에게 더 반복적으로 재현과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학자나 경영자들을 모두 포괄하여 우연 안에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내재되어 있는 법칙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면은 문화예술창작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수 싸이는 인터넷 1인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앨범 ‘칠집싸이다’를 소개하면서 ‘강남 스타일’은 뒷걸음질 치다가 우연히 걸려들었다고 말했다. 즉 싸이는 우연하게 ‘강남스타일’이 히트 친 것을 말했다.

과학적 발견이나 발명과 달리 우연히 일어난 대중적 인기의 경우 그것을 법칙화 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문화예술콘텐츠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핵심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여러 가지 상황과 변수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다시 그만한 성공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영화감독이 항상 천만관객의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며, 영화배우도 마찬가지다. 이를 법칙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마케팅 전략이 작용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것도 여러 가지 상황과 변수가 맞물린 결과물이었다. 콘텐츠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대중적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렌디피티의 법칙화를 위해서 마케팅 관점에서 노력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유튜브를 통해서 크게 파급되었다. 유튜브를 통해서 신작 콘텐츠를 마케팅하는 것은 이미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제는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싸이는 인터넷 1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노래를 선공개하는 방식을 취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사전에 마음껏 할 수 있으니 이를 통해서 좀 더 많은 홍보를 하고 주목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런데 그 노래들은 ‘강남스타일’같은 유형을 다시 반복하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노래 세계를 좀 더 자리매김하고 다지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섣불리 우연을 법칙화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힐 수가 있으며, 우연의 법칙화는 자신의 뜻보다는 역시 우연에 맡긴다는 함의도 지니고 있다. 법칙화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오히려 자신의 활동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전제되고 있는 것이겠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연결될 수 있다. 자신이 하던 방식으로 노래를 툭 우연히 던졌던 것이고 그것이 대중 흥행법칙과 맞물린 것이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크게 히트를 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마련이고 이는 세렌디피티의 법칙화에 해당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제한되어 있다. 이는 세렌디피티도 마찬가지다. 세상의 법칙을 다 알고 있고, 그것에 맞게 움직일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릴 때 세렌디피티 법칙이 찾아오는 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연을 법칙화하겠다는 연구와 프로젝트는 실패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며 그것에 대한 평가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인사대천명이란 자신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면 우연의 법칙이 내려온다는 뜻이겠다. 비록 싸이가 이번 ‘칠집싸이다.’가 ‘강남스타일’만큼 크게 흥행을 하지 않는다해도 그것은 혹평이나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적어도 자신의 스타일에 충실했다면 말이다.

그러한 충실성 속에 다시 세렌디피티는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도 무리한 시도나 마케팅 전략보다는 자신의 스타일 유지가 중요한 이유다. 기획과 연출이 과도한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강남스타일'에 관한 성공요인 분석은 너무나 많지만 그것을 다시 재현하는 것이 싸이 스스로도 너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글/김헌식(문화전략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