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책

[신간] 문명사회 문맹 사회<2인 공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7. 3. 26. 12:14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
당신 눈에 먼저 들어오는 단어는 ‘정보’인가, ‘홍수’인가


정치적인 사건이나 공직자 부패, 방산 비리 같은 사건이 터지면 같은 날 우리는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 하나를 접하게 된다. 인기가수 모모 씨의 이혼이나 유명 배우의 불륜 같은 가십성 스캔들이다. 가십은 말 그대로 아무나 입에 올리고 씹어대기 좋은 것이여서 인터넷 포털 화면을 순식간에 점령한다. 하지만 그런 일이 하도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역으로 연예인 스캔들이 보도되면 ‘뭔가 덮어야 할 사건이 있나 보군’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정보의 홍수 시대. 홍수는 말 그대로 재난이다. 붙들어줄 기둥이 없으면 속절없이 휩쓸려가고 만다. 그런데 자연재해의 홍수보다 정보의 홍수가 더 무서운 것은, 정작 자신이 휩쓸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TV, PC, 스마트폰을 통해 한시도 쉬지 않고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정보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정보일까? 

오늘날 정보는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객관적인 정보가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일테면 어느 의학연구소의 실험 결과나 국가기관의 통계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과학으로 포장된 그 정보들은, 결국 발표자가 어떤 내용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때로는 해석이 아예 180도 달라져버리기도 한다. 제약회사의 리베이트를 받고, 실험 결과 중 그 회사에 불리한 내용은 쏙 빼고 유리한 것만 알리는 연구기관의 사례는 일일이 셀 수도 없다. 통계치도 마찬가지다. 수치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에 객관적일 거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때로는 숫자가 더 큰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서 또 한 번의 왜곡이 일어난다. 재해석 단계에서 일어나는 오류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그 정보를 수용했다는 데서부터 편향이 발생한다. 사실상 사람은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는 더 쉽게 받아들이고, 기존 믿음과 배치되는 정보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으로써 이전에 가졌던 믿음을 더욱 강화해가는 것이다.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에 휩쓸려가지 않아야 하고, 본성에 가까운 편향 탓에 왜곡해서 수용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보이는 대로, 아니 보여주는 대로 믿지 말고 그 이면을 봐야 한다. 



목차


프롤로그: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정말 당연할까?

1장 나와 내 주변
친구에게 털어놓으면 치유가 될까?
포커페이스가 성공하는 이유
정신일도 하사불성은 가능한가
당신은 어느 쪽인가, 낙천주의자 아니면 비관주의자?
성희롱 기준이 엄격할수록 사랑의 결실은 줄어든다
누구나 성희롱 욕구의 잠재성을 안고 있다
가을에 시작하는 사랑은 깨지기 쉽다
착한 사람만 있으면 큰 악이 창궐한다
나폴레옹이 작은 키였다고?
삶이 잘 안 되면 무조건 엄마 탓?
봤지만 못 봤다
남과 다르게 산다는 것은 정말 좋은 걸까
밥과 예술 
채플린이 쓰리잡 뛴 까닭
배트맨은 왜 동굴로 들어갔나
뱀파이어와 비타민D

2장 사회와 문화 
작심삼일, 결국 당신의 생체시계 때문
아홉수라서 그렇다고?
모유수유 외설 논란
싸이는 되고 레이디 가가는 안 돼?
어른을 위한 동화
베르테르 효과, 아무 데나 붙이지 말자구요
천재들의 수난사
행복하지 않은 카이스트 
능력주의 시대니까 모두 개인 책임?
예능 프로의 외국인 출연 러시를 보며
콩글리시가 어때서
대머리에 대한 시선
A형이라서 소심하다고?

3장 남과 여
남과 여
고정관념과 사회적 정체성
정체성 비상사태 
정체성과 인정투쟁
여성에게 인정투쟁이란 
인정투쟁의 흔적들
정체성과 ABCD 이론
나이 들수록 배우자 선택이 어려운 이유
여성은 사회적 약자인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언더도그마 현상
동굴을 찾는 늙은 화성인들
여자, 현대판 다윗인가
결혼 권하는 매체, 이혼 권하는 현실
미모의 플러스 알파, 여성의 애교
출산율이 정말 문제라면
결혼을 해도 장미의 전쟁은 계속된다
의도된 고독 vs. 사회적 고립 
신종 노이즈 마케팅, 꿀벅지
쉽게 하는 결혼, 쉽게 하려는 이혼
끼리끼리 문화와 부익부 빈익빈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사회적 동물
혼자는 정말 외롭고 불행할까

4장 경제와 소비
예쁘고, 나쁘기까지 한 남자
늘어나는 은둔형 외톨이
제조업이 지는 산업이라구?
수능 수험표 할인, 정말 좋은 걸까
낙서도 차별합니까? 
88만 원이 문제? 언제나 88만 원 받는 게 문제
아이돌 팬클럽의 쌀 화환
택시 승차 거부, 숨겨진 이유 하나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5장 정치와 제도
거기 빨간 옷 입은 분!
세상을 이끌어가는 두 세력, 충동파와 신중파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이 아니다
왜 유능한 소방관은 죽어야 해?
막후정치의 대가, 그대 여성이로다
표절 논란에서 흔히 빠지는 핵심은 이것.


책속으로

대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의학적으로 여성들도 가을을 탄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을에 배우자의 조건 변화에 대해 ‘가을에 조건이 완화된다’고 답한 남성이 44%였던 반면 여성은 무려 61.9%가 그렇게 답했다. 이를 해석하면 가을에는 보통 때는 눈에도 안 차던 남성이 여성의 눈에 들어온다. 남성 입장에서는 가을에 여성들과 연인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들이 거절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있다. 다른 설문조사를 보면 가을에 ‘외로움 못 이겨 했던 행동’은 남녀 모두 ‘좋아하지 않는 이성과 교제’(남성 34.9%, 여성 40.7%)를 1위로 꼽았다. 외로우면 사귀는 이성에 대한 기준이 낮아지고, 마음에 꼭 들지 않아도 사귀게 된다는 것이다. (...)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성과 사귈 경우 깨질 가능성도 커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 p.54

2012년 5월 1일 오전 경북 의성군 25번 국도에서 DMB를 시청하던 25톤 화물차가 선수단의 승합차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사이클 선수들 중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가 DMB를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 2006년 4월, 영국 러킹턴 인근의 레이번 강물이 불자 강 입구에 통행 금지판을 세웠다. 길 양쪽에도 경고 표지판을 세웠다. 그러나 2주일 동안 매일 한두 대의 차가 강물에 처박혔다. 운전자들은 내비게이션만 보고 가다가 표지판을 보지 못했고 강물이 불어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DMB를 시청하면서 운전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시선 자체를 전방에 주지 않을 확률이 핸즈프리나 핸드폰보다 더 높기 때문이다.
--- p.81~83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교 조 포가스(Joe Forgas) 교수 팀은 〈실험심리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서 사람들은 맑고 햇빛이 좋은 날 들뜨기 쉽고 가볍게 판단하기 쉽지만, 자신이 무엇을 보고 대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하며 자신이 소비한 결정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거꾸로, 날씨가 우중충한 날일수록 사람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이에 따른다면 쇼핑 매장에는 조명을 가능한 한 현란하고 밝게 해야 한다. 차분한 조명은 오히려 소비를 줄이게 한다. (...) 심리적으로 우울한 사람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밝은 공간에 있으면 우울증이 심화된다는 연구도 있다. 프랑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마르세유에서는 온화한 날 자살이 증가한다고 했다. 우중충한 날 우울해서 자살이 증가할 것 같다는 일반적 인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 p.104~105

세계적인 천재를 길러낸다는 한국의 카이스트에서 2011년에는 학생 4명과 교수 1명, 2012년에는 학생 1명, 2014년 학생 2명, 2015년에는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이은 자살 사건들은 카이스트의 환경이 얼마나 황폐한지를 보여준다. (...) 카이스트가 2007년부터 도입한 제도의 영향을 생각해봐야 한다. 바로 그것은 징벌적 등록금제다. 일반 대학교의 장학제도를 생각한다면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학비를 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학생의 수치이면서 부모의 수치가 된다. 부모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한국과 같이 주위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해야 하는 사회에서 학생들의 심리적 상처는 매우 강하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학생이 3등 하는 것과 100등이 103등 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개인에게 다른 심리적 현상을 낳는 것이다. 그러한 수치를 벗어나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문제는 누군가는 그러한 비참한 지경에 반드시 빠질 수밖에 없는 상대평가의 구조다. 
--- p.160~162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연설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그 논란의 핵심은 영어를 잘했다와 그렇지 않다는 점이었다. 언론매체 가운데는 역대 영어를 잘한 대통령 순위를 매긴다. 물론 여기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발음이나 억양, 호흡, 띄어 읽기 등을 말한다. 그 안의 메시지에 대한 평가는 부차적이다. (...) 비슷한 시기 영국 여왕의 연설에 대해 좋은 톤과 억양, 발음으로 연설을 잘했다느니 하는 언론매체는 없었다. 그 연설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가 중요했다. (...) 그런 의미에서 그들이 붙인 ‘박 마담’이라는 호칭은 묘한 뉘앙스를 연상하게 했다. 영어 연설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올리는 데 신경 쓸 시간에 차라리 콘텐츠, 즉 성추행의 주인공 윤창중 대변인 같은 사람의 인식 수준을 바꾸는 데 집중했어야 한다. 영어 연설로 얻었다는 이미지는 윤창중식 손짓 하나로 한 방에 날아갔기 때문이다.
--- p.180~181

수능이 국가적인 행사인지라 이를 위해 사회 전체가 올 스톱되는 상황은 금기의 정지와 욕망의 만끽을 주술적으로 불러낸다. 예컨대 평소에는 성형수술이 금기시되어도 수능만 보고 난 뒤라면 너무도 쉽게 용인되어버린다. 또한 수능은 학벌과 입시 교육의 합리화 제도인데도 수능만 끝나면 사회 전체에 걸쳐 돈으로 가능한 일탈이나 방종이 용인된다.(...) 뭔가 극단적인 고생을 한 이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무엇인가가 제공되어야 하며, 그것은 타인에게 해로운 행동이어도 종종 용인된다. (...) 그러나 수능을 보기 전이나 수능을 보고 난 뒤에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실과 그 현실을 마주하는 존재는 그대로다. (...) 무엇인가 대단한 일을 치러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수험표의 위력 아닌 위력은 좀더 풍요로운 우리의 삶과 반대로 곤두박질치는 교육 현실을 은폐할 뿐이다. 제도적 병폐의 틈바구니에서 어차피 할인 안 되어도 그만인 상품을 통해 마치 엄청난 횡재라도 한 듯 혼동하는 도파민이 피폐해진 뇌의 한구석을 잠시 적실 뿐이다. 
닫기 --- p.320~322



출판사 리뷰


아이돌에게 화환 대신 쌀을 보내는 일은 얼마나 이로울까?
‘저 원래 그런 놈 아닙니다’라는 범죄자들, 원래 그런 놈은 누구일까? 

아이돌이나 무슨 행사장에 꽃다발 대신 쌀을 보내는 움직임이 한창인 적이 있었다. 물론 좋은 일이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한 걸음이기도 하다. 꽃은 얼마 못 가 시들면 쓰레기가 될 뿐이지만, 쌀은 먹을 수 있고 주위에 나눠줄 수도 있다. 그런데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이 움직임이 실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일까? 특정 농가에 가서 직접 사온 쌀이 아닌 이상, 개인이 아니라 영농법인의 쌀을 사는 셈이다. 다시 말해, 흔히 생각하는 농가 소득 증대라는 효과는 거의 없다. “쌀 화환 자체에 대한 비난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칫 쌀 화환으로 생색을 내지만 정작 농민이라는 상징 기호만 추구하는 선에 머물고 말 수도 있다는 것이다.”(342쪽) 
잘못을 질타받을 때 ‘원래 저 그런 놈 아닙니다’라고, 그러니까 원래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라고 흔히 말한다. 원래 나쁜 놈, 착한 놈이 따로 있을까? 나아가, 세상이 온통 착한 사람들로만 가득 차면 사는 게 더 좋아질까? “조직 안에 착한 사람들만 있으면 잘 굴러갈 것 같지만 그렇지 않기가 더 십상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잘못한 행위를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56~57쪽)
툭하면 터지는 예술가나 스포츠 선수의 표절 의혹. 물론 표절은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예체능 분야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학술적, 이론적으로도 완벽해야 한다는 건 과도한 요구 아닐까? 간혹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성추문. 성희롱 기준을 엄격하게 하면 줄어들까? 오히려 ‘선수’들은 요리조리 다 빠져나가고 ‘쑥맥’들만 더 위축되게 하는 건 아닐까? 제4차 산업혁명이 임박했다는 21세기, 제조업은 지는 산업 취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이 없다면 아이언맨의 최강 웨어러블 슈트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프지는 않게 살짝, 
그렇지만 정신이 들 정도로는 따끔하게 
우리를 꼬집어주는 책 

이 책은 우리가 당연시하는 생각이나 인식을 다시 한 번 되짚는다. 옳거나 그르다는 가치맥락적 측면이 아니라 이런 면도 숨겨져 있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리 안으로 숨겨진 행간의 의미를 해석하고 바람직한 방향성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1장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마주치는 화두나 이야깃거리를 다루었다. 특히 개인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그것이 앞날에 미칠 영향을 살폈다. 2장에서는 우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문화적인 현상들을 개인적인 의사선택과 연결하여 풀었다. 3장에서는 ‘현시대의 여성은 과연 약자라고 할 수 있는가’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사회적 성 평등을 함께 고민한다. 4장에서는 저성장 경제, 취업, 고용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5장에서는 정치와 제도를 다루었다. 선거 행태와 리더십의 유형 그리고 제도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들을 살폈다. 
일상적으로 접하던, 또는 나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왔던 여러 주제에 대해 그간 생각해오던 방향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적 즐거움이기도 하거니와,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갈 때 잠깐 멈춰서 그게 최선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 무엇보다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가지 않고 줏대 있게 살아가도록, 이면을 꿰뚫어보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