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시크릿가든>때문에 책팔리면 윤리적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48

<시크릿가든>때문에 책팔리면 윤리적인가

2010.12.25 09:03

 




[김헌식 문화평론가]2010년 출판가의 화두는 정의와 윤리였다. 이에 관한 묵직한 주제의 철학과 경제비판서가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상징적 아이콘은 마이클 샌덜과 장하준이었다. 이외에도 < 위험한 경제학 > 이나 < 하우스푸어 > 같은 책들이 주목을 받은 것도 이러한 흐름을 대변하기도 했다. 공정사회론이 국정의 목표가 되어야 했고 국민적 주목을 받았던 점을 생각한다면 사회적 모순이 분명 존재해 보이고 이에 대한 시민적 혹은 대중적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공정사회 코드는 슈퍼스타K-2의 흥행요인 분석의 결론으로 많이 회자되었다. 

잘 팔리는 책의 키워드는 정의와 윤리였지만, 출판가 자체는 정의롭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 덕혜옹주 > 나 < 강남몽 > 과 같은 작품의 표절시비는 그런 사안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문제는 서점이었다. 2010년 초기 인터넷 서점은 할인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 특히 작은 서점들이 큰 원성과 분노를 토해냈다. 

하지만 하반기에 이를수록 인터넷 서점도 원성과 분노를 쏟아내기에 바빴다. 바로 오픈 마켓 때문이었다. 60~70%에 이르는 할인을 했던 것이다. 이정도 되면 최대 2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인터넷 서점 입장에서는 곡소리가 나올 만 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살펴본 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했다지만, 지금은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한 다음에 오픈마켓에서 책을 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고객에게 값싸게 책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겠다. 소비자 선택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파괴의 피해자는 인터넷 서점도, 오프라인 서점도 아닌 바로 작은 출판사들이다. 큰 출판사들은 물량공세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책을 공급하기 때문에 개개 책의 할인율을 신경 쓰지 않고 실제로 그렇게 대폭적인 할인율 때문에 크게 휘청거리지도 않는다. 끊임없이 책을 찍어 밀어내기 전략을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누구에게 불공정하게 메커니즘이 돌아가게 되는 지를 보여준다. 

최근 드라마 한 편이 출판가의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바로 < 시크릿 가든 > 이다.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 잘나가는 예를 생각할 수 있지만 < 내이름은 김삼순 > 의 '모모'라는 책과 같이 드라마의 이야기 전개 과정에 나온 책들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 나온 책들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는가 하면, 잘 나가지 않던 책들을 다시 판매되도록 했다. 그런데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양상은 사뭇 다르다. 한 두 권이 아니다. 단지 한권의 책만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이 이러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점은 이런 점만이 아니다. 책안의 내용은 주인공들의 감정과 행동들을 설명하는데 지속성을 가지며 유효적절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대형 출판사 위주의 이른바 그럴듯한 책들만 쓰인다면 이도 윤리성을 묻을 수 있겠다. 예전의 < 느낌표 > 가 비판에 직면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사실 올해부터 간접광고가 허용되었다. 주인공들이 때 아니게 생뚱맞게 라면을 끓이고, 특정 브랜드의 자동차나 핸드폰이 길게 등장한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그런 차원에서 드라마에 책이 구비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앙드레 콩트 스퐁빌은 < 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 > (이현웅 옮김, 생각의 나무, 2010)에서 자본주의는 윤리적이지도 않고 비윤리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다른 영역에 적용하면, 기업은 윤리적이지도 않고 비윤리적이지도 않으며 국가는 윤리적이지도 않고 비윤리적이지도 않다. 다만 정치행위는 윤리적인가, 비윤리적인가를 따질 수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요체는 그 안의 사람들일 것이다. 그 사람들이 윤리-비윤리적인 행태들을 만들어낸다. 조지 소로스도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책에서 시장과 경제를 예측할수 없는 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안의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송도 윤리적인가 묻는다면 비윤리적이지도 윤리적이지도 않겠다.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주체들이 과연 윤리적인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MBC < 느낌표 > 에서 도서를 선정하는 것은 결국 제작진이 과연 공정할 수 있었겠느냐는 문제였다. 그런데 단순히 공정한가, 윤리적인가만을 가지고 시청자, 고객의 선택이나 소비를 설명할 수는 없다. 

드라마 때문에 새삼 많은 책들이 자연스럽게 독자들에게 알려진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완전히 윤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외적요인이 도서소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조건 비난을 할 수만도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앙드레 콩트 스퐁빌이 지적하듯이 가치와 의미이며 그것을 사랑하게 되는가이다. 

그것은 영적인 문제이므로 기술과 제도의 시스템차원에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무조건 싼 가격에 책을 판매한다고 해서 그것이 긍정적인 선호의 지속성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외면적인 비윤리성이 중요한 것보다 책을 하나의 싼 물건 처리하는데서 의미와 가치, 사랑이 소멸한다. 통큰 치킨과 같이 단순히 싼 가격의 닭에 대한 선호가 장기적으로 고객의 큰 뒷받침을 못 받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 때문이기도 하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