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숙종은 왜 세번째로 동이를 선택 했는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8:15

<김헌식 칼럼>숙종은 왜 동이를 선택 했는가?

데일리안 | 입력 2010.05.24 10:52

 




[김헌식 문화평론가]정신분석학자 아들러(Alfred adler)는 자녀 심리를 분석한 업적을 남겼다. 그의 심리적 분석에는 첫째, 둘째, 셋째 아이의 심리를 분석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의 심리분석은 숙종이 선택한 여성들과 진평왕의 세딸 - 덕만, 천명, 선화의 캐릭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점에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람들의 대중 심리가 반영되어 있을 것이다. 

우선 아들러의 심리적 분석의 내용을 살펴 보자. 첫째는 일찍 태어났기 때문에 어른들의 관심과 총애를 받는다. 하지만 뒤에 동생이 태어나기 때문에 주목을 끌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곧 자신만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게 된다. 일찍부터 다른 어른들과 잘 관계 맺는 법이나 주위 기대에 부응하는 행동거지를 보여주며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쨌든 첫째라는 지위는 불변이므로 그렇게만해도 가족내에서 중심축을 담당하게 마련이다. 

둘째는 첫째보다 뒤늦게 태어났다. 이 때문에 첫째에게 모아진 어른들의 관심을 돌리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첫째가 가지지 못한 점을 갖춤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굳게 할 수 있다.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이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 따라서 둘째는 첫째보다는 경쟁적이고 성공지향적인 특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간섭과 보호의 정도에서 보았을 때 첫째가 가장 크고 차남으로 갈수록 적다. 셋째의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교육면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융통성을 발휘한다. 여기에서 융통성은 바로 여유로움이다. 따라서 셋째에 대한 간섭이나 과잉보호는 덜한 편이다. 이 때문에 셋째는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막내는 혁신적인 업적을 쌓는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이미 앞선 형제들이 웬만한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독자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 

드라마 < 동이 > 에서 숙종(지진희)은 동이(한효주) 앞에서는 인현왕후 희빈 장씨와는 다른 태도를 보인다. 숙종은 숙빈 최씨가 되는 동이 앞에서는 언제나 농담(弄談)을 잘 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 왠지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사실 인현왕후는 첫째아이의 성격을 보이고, 희빈 장씨는 둘째 아이의 성품을 보인다.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내용을 보면 동이는 막내의 특징을 확인하게 한다. 

우선 인현왕후는 원칙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원칙은 대개 어른들이 기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주위 관계들을 잘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행동거지를 보여준다. 인현왕후는 온후하다. 비경쟁적이다. 하지만 희빈 장씨는 원칙을 지키기 보다는 현실적이다. 인현왕후와는 달리 총기가 더 튀고, 경쟁적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동이는 이러한 경쟁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거리가 멀다. 기득권에 대한 관심은 없으며,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나 호기심에 가득 차 있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욕망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성격에 구김살이 없다. 이러한 점은 다른 사람에게 편안함을 주기 마련이다. 숙종이 희빈 장씨를 선택한 것은 노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으니, 이는 정치적 책략이기도 했다. 이러한 점은 숙종이 희빈 장씨를 편하게 대할 수 없는 면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동이는 이러한 점에서 자유로웠다. 숙종에게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는 동이가 유일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숙종은 동이에게 '네 앞에서 만큼은 평범한 사내이고 싶다"고 말한다. 어쨌든 전해지는 역사 기록에 숙빈 최씨는 희빈 장씨와 경쟁관계를 갖게 되고, 나중에 인현왕후와 같은 견해를 갖게 된다. 결국 남아 있는 역사의 기록은 숙빈 최씨의 시각에서 씌어진 것이겠다. 

어쩌면 이러한 점들은 드라마의 캐릭터는 현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대중심리가 시공을 초월하는 점은 그 '보편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예컨대, 드라마 < 선덕여왕 > 에서도 비슷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천명은 원칙을 강조하고, 사회적 관계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대처해 나간다. 처음부터 천명은 경쟁적이거나 전략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둘째인 덕만은 자신의 존립 자체가 위협했기 때문인지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을 갖추고 이는 결국 정치적 행동을 모색하는 전략적 행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드라마 < 선덕여왕 > 에는 선화 공주는 등장하지 않지만, 설화에 따르면 막내의 특성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성격은 결국 당시 적국이었던 백제의 무왕과 결혼하는 파격성을 보여주었다. 

선화공주 설화를 보아도 이는 시대를 가로질러 사람들의 심리가 막내에게 투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라마 < 동이 > 는 또 하나의 설화로 남겨질 것이겠고, 역사적 사실에 상관없이 당대 사람들의 심리가 투영되어 있는 점이 방점이겠다. 결국 사람들은 막내 - 제3의 인물을 통해 통해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이겠다. 역사적 고증과는 별도로 숙종의 선택도 이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실험이 현실에서 실패하면, 선화공주와 같이 설화로만 떠돌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숙빈 최씨는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