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송혜교의 킬힐 그리고 걱정되는 박근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3. 2. 2. 09:35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티저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화제가 된 이유는 배우 송혜교의 패션 때문이었다. 이른바 굽이 매우 높은 구두, 킬힐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그 킬힐이 색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은 아니었다. 보통 거리에서 이런 유형의 신발은 크게 주목받지 못할 만큼 일상생활 패션으로 확산되어있다. 그만큼 많이 볼 수 있는 디자인의 신발이었다. 이 사례에서 단순히 주목이 아니라 논란이 되었던 것은 바로 그 킬힐을 장애인이 신었다는데 있었다.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은 송혜교가 킬힐을 신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킬힐을 신는가하는 비판이다.

더구나 배우 송혜교가 킬힐에 이어 화장을 한 모습은 장애인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논란에는 하나의 편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겠다. 장애인의 패션이 수수하고 검소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즉 장애인은 가난하고 서민이며 사회적 약자라는 관념이 우리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겠다.

당연히 장애인도 얼마든지 화려한 옷을 입을 수 있고 패션감각을 발휘할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장애인이라도 각 개인의 차이가 있는 법이다. 아울러 장애인의 90%이상이 후천 장애, 중도장애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감각이 뛰어난 사람도 부자도 장애인이 된다. 장애인이라고 멋을 내지 말아야 하는 법은 없다. 다만 킬힐은 보조자가 있어야 시각장애인들에게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옷차림이 수수해야한다는 이미지 차원의 선입견은 확장된 편견을 낳기 쉽다. 이는 장애인은 순수하고 착하여야 하며 자기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이자 불우한 소외계층으로만 가두어 놓는 것은 뜻하지 않는 정치적 책략에 이용된다.

종종 사회적 약자라는 측면은 오히려 특정한 세력의 목적달성을 위해 활용되기도한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다. 그는 불우한 환경에서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을 이룬 모델로 국무총리에 지명되기도 했다. 새로운 정부가 서민과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장애인이지만 부유했으며 가난한 사회적 약자도 아니었다.  통상적인 착한 장애인도 아니었다. 온갖 도덕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되는 행위들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드러났다. 그가 한 일은 거꾸로 장애인사이에서도 계급적 계층적으로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착한 장애인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가난한 장애인만이 아니라 부유한 장애인도 얼마든지 많다는 것이다.

영화 '언터처블ㅡ1%의 우정'에서 주인공은 부유한 지체장애인이었다. 사실 헬렌캘러도 가난하지 않았다. 그들은 처음에 착하지도 않았다. 정창권의 '역사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를 보아도 양반 사대부 장애인이 많이 등장한다. 일반 서민장애인과 달리 부와 지위를 갖고 떠받들어져 살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마치 가난한 장애인까지도 모두 대변하는 것처럼 일반화 하는 것에 있다.

마치 여성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여성을 대변할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오류와 같다. 즉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여성들 전체를 대변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 주장하는 것과 같다. 여성도 다 같은 여성이 아니라 계층과 계급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상류층을 우선하는 혹은 대기업을 우선하는 정책에 여성과 남성이 따로 있을 수 없다. 결국 서민 여성은 근본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시키지 못한다.

여성이나 장애인이기전에 중산층 서민이라는 사회경제적 위치가 더 중요하다. 물론 부유한 이들이라고해서 가난한 이들을 대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남성이 더 여성 정책에 신경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장애나 여성이라는 단어들을 통해 작위적으로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것은 하나의 실체 없는 수사학에 그칠 가능성이 많다. 즉 언더도그마의 오류다. 약자임을 내세워 특정 목적을 추구하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목적달성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바로 김용준 인수위원장의 국무총리임명 사례였다. 이 인선 사례를 통해 염려되는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자칫 여성대통령이라는 수사학에 빠진 박근혜 당선인이 이런 언더도그마의 오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