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경제학 관점의 맥락 이해 필요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인기스타나 셀럽들의 기부 행위에 대해 가해지는 설왕설래의 현실을 보면서 정보의 결핍과 불확실성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특히 그들에 대한 정보를 일반적으로 알기 힘들기에 여러 가지 사회적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에 대한 결핍과 왜곡에 관해서 정보비대칭이 발생해서다. 이를 설명하려는 것이 정보경제학이라는 연구 분야이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해 정보경제학의 이론에 관해서 설명이 필요하다. 정보경제학(information economics)에서 대표적인 정보의 비대칭 이론에는 크게 세 가지가 속하는데 레몬시장 이론(Lemon Market), 신호(Signalling), 선별(screening) 등이다. MIT 박사과정을 졸업한 조지 애컬로프는 1970년 레몬시장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다. 레몬은 겉모습은 달콤해 보여도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착안했다. 레몬은 정보를 알기 힘든 대상을 가리킨다. 그는 대개 중고차에 레몬 시장 이론을 적용했다. 그러나 중고차에 나쁜 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레몬인 줄 알고 사는 사람이 있듯이 중고차임을 알고 사지만 그래도 쓸만한 차를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나쁜 차만 판매되는 곳이라면 좋은 차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차를 팔려는 사람은 좋은 차라는 것을 강조해서 팔아야 한다. 1973년 마이클 스펜스(Andrew Michael Spence)는 이에 관련하여 하버드 박사 논문으로 ‘시그널링’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고용시장에 적용했다. 예컨대 고용시장에서 피고용인들은 취직하기 위해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학위다. 학위가 있을수록 고용주에게 어필을 할 수가 있다. 상품을 사려는 사람으로서는 어떨까? 2001년 '비대칭정보 하의 시장에 대한 분석'으로 마이클 스펜스와 같이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선별(screening)을 중시했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어 골라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소비자의 관점을 생각하게 한다.

보통 유명 셀럽이나 스타들은 자신이 ‘레몬’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보통은 그들을 일반인이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매우 부족한 정보로 일반 대중(소비자)은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좋은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중적 어필을 위해 학위보다는 좋은 언행 특히 선행이 좋을 것이다. 이러했을 때 좋은 이미지가 형성되고 평판에 영향을 미치며 향후 활동과 콘텐츠 판매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나라에 불행한 일이 일어났을 때 기부를 하는 것이다. 이번 전국적인 산불 참사가 일어나자 많은 연예인과 스타들이 기부 행렬에 나섰다. 주로 1억 원대에서 10억 원에 이르기도 했다. 한편으로 이러한 기부를 한 이들 이외에 하지 않는 이들을 향한 비판이 공격적으로 가해지기도 했다. 많은 돈을 벌면서 왜 기부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선별 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행태는 불량품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선별하려는 의도와 같아 보인다.
하지만 기부 여부가 그 기준이 될 수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설령 기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인성이나 평판을 깎아내릴 수 있을까? 기부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강요할 수는 없다. 오히려 생색을 내는 것이 자신이 레몬임을 가라는 것일 수도 있고 레몬이 아닌 사람을 오히려 오해하게 할 수 있다. 기부했는지, 안했는지 정보경제학 차원에서 알 수가 없는 정보 비대칭 현상이 일어난다. 엑소의 백현이나 블랙 핑크의 제니의 경우에 애초 비난받았지만, 기부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손흥민 선수에게 기부를 강요하는 이들은 그 전에 그가 얼마나 기부했는지 알고는 있을까. 특히, 연예인의 세계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더욱 힘들기에 온전히 알 수 없는 정보 비대칭 현상이 상존한다. 즉, 선별 행위를 면밀하게 하지 못하면 오히려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정보의 혼란을 통해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훼손할 수 있는 스마트 모바일 환경이다.
더구나 기부한 사실을 인위적으로 밝혀야 하는지도 의문인 것이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너희 의를 행치 않도록 하라(마 6:1), 네가 자선을 베풀 때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마태 6, 3)”라는 말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요컨대, 기부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이들이 과연 진정한 선행을 하는 것이고 좋은 사람들인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선행을 밝히지 않는다고 욕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좋은 활동으로 팬들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는 무조건 도덕과 윤리의 관점으로 평가의 잣대를 들이미는 행위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부 행위를 무조건 숨기는 것이 능사일까? 여기에서 생각하는 것은 선한 영향력이다. 영향력 있는 이들이 선행을 하면 아무래도 팬들만이 아니라 다른 일반인들의 관심과 실천을 더 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물론 그들이 억지로 팬이나 일반인에게 선행을 강요하는 분위기라면 이 또한 일반 사람들에게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더구나 일반 사람들이 좋은 사람 이미지를 갖거나 평판을 높이기 위해서 기부할 필요는 없다. 대개 이름 없이 선행에 참여한다. 그렇기에 일부 유명인들이 하듯이 기부는 하되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않는 것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의 선행을 언론들이 주목하고 더 의미 부여하는 것이 특정 인기인에 몰리는 과도한 쏠림과 그에 따른 부작용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