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범죄자 대신 포르노를 구속시키자고?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8. 15. 12:30
<김헌식 문화평론가>외부에 책임을 돌리는 ‘전가(轉嫁)의 심리’
김헌식 문화평론가 (2012.07.27 08: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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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원춘 사건을 보도한 뉴스Y(연합뉴스TV) 동영상 화면 캡처.
미디어 효과를 언급할 때 강, 중, 소 효과 이론이 있다. 강 효과에는 탄환효과가 있는데 탄환을 맞은 것처럼 미디어가 수용자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액션 영화의 무술을 보면 그대로 따라해 보는 것이 바로 탄환효과다.

소 효과 이론은 사람들에게 미디어가 약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액션 영화의 무술을 영화 관람 때만 오락의 요소로 소비하고 만다. 중 효과 이론은 사람들이 미디어를 자신의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이용하고 충족한다고 본다. 어떤 이들은 무술 장면을 자신의 필요에 따라 일상에 활용하는 것이다.

사람을 이성적 자율적 존재로 보는 사람일수록 미디어의 강 효과 이론을 부정한다. 그런데 강 효과 이론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할 때 더욱 부각된다. 청소년들일수록 자율적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는 전제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강 효과와 관련한 점들은 오히려 본질을 밝히는데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사회적 처벌이나 금기가 강한 사안일수록 사람들은 단순히 미디어를 접촉했다고 그것을 따라하지는 않는다. 영화에서 이성에게 구애하는 장면을 모방할 수는 있지만, 은행강도를 따라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성폭행 같은 행위도 마찬가지다.

흔히 일탈행위를 한 이들이 영화 때문에 그랬다는 말을 자주한다. 이 말을 들어서 영화미디어가 범죄와 이상 행동을 조장한다는 논의를 펼치게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전가(轉嫁)의 심리’가 작용한다. 영화를 보고 일탈행위를 했다는 말에는 자신의 책임이 없음, 혹은 자신보다는 영화에 책임을 돌리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만약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영화가 없었다면 일탈 행위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이런 논리에 부응하면, 책임은 영화에 있다. 그러므로 영화는 없어져야하거나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본질로 돌아가면 일탈행동을 한 것은 사람이다. 이는 자신의 행동을 외부의 원인에 돌림으로서 책임의 강도를 줄이거나 회피하는 행위의 하나이다. 많은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단순히 미디어의 접촉을 통해 일탈행위나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 배경에는 다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인을 외부에 찾는 행동은 대상에 대한 책임 전가로 이어진다. 예컨대, 여름철 여성의 노출 때문에 성범죄가 많아진다거나 여성의 일정한 행동 때문에 발생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만든다. 인터넷에 성적 콘텐츠가 무방비로 방치된 탓에 그런 성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이는 모두다 자신의 책임을 외부나 다른 대상에 전가하는 것이다.

최근에 김점덕, 오원춘 등의 사례를 통해 마치 포르노가 범죄의 원인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이라면 포르노를 구속시켜야 할 태세이다. 포르노 자체가 바람직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주장할 수는 없지만, 포르노가 범죄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범죄 행위자에 대한 책임을 탈색시키는 셈이 된다. 포르노에 노출된 사람들이 모두 성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그 판단과 실행은 해당자가 하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재판과정에서 포르노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이므로 형벌을 감해주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원인을 잘못 진단하면 해결방법도 잘못 도출될 수 있다. 포르노가 성범죄 원인이 된다면, 포르노를 없애면 해결이 된다. 설마 전적으로 이렇게 여기지는 않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과 별도로 잘못된 해법에 매달리게 한다. 이는 정책 비용의 소모를 막대하게 낳을 수도 있다.

어떤 이가 포르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포르노의 지시가 아니라 그 행위자가 그렇게 했기 때문이다. 포르노가 그 사람을 찾아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당자가 성적 일탈성이 강할수록 포르노를 찾을 가능성이 많다. 그의 성적 행태의 하나가 포르노에 대한 빈번한 접촉이며, 성범죄인 것이다.

그렇다면 성적 일탈성을 왜 갖게 되었는지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유전적일 수도 있고, 후천적 경험과 학습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 포르노 접촉은 그의 생활 양태의 하나이며 성범죄는 그 해당자의 판단과 행동에 따른 것이다. 포르노 자체는 무죄이지만, 그 해당자는 유죄이다.

포르노는 그 해당 범죄와 관계없이 다른 법률을 통해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할 뿐이다. 무엇보다 잘못된 성적 행태가 왜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고 언론은 여기에 프레임을 형성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나라 전체의 사회문화적 구조와 시스템에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