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성균관 유생과 화랑도는 왜 꽃미남 천국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09

<김헌식 칼럼>성균관 유생과 화랑도는 왜 꽃미남 천국인가

 2010.10.18 08:54 | 누가 봤을까? 20대 여성, 부산

 




[김헌식 문화평론가]공민왕은 재위 16년(1367) 12월, 숭문관 옛 터에 성균관을 창건했고, 이색을 중심으로 삼아 성균관을 중영, 제2의 도약기를 마련했다. 공민왕은 결국 고려의 중흥을 위해 많은 인재들을 길러내려 노력했다. 실무적인 기술을 익힌 관리들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대표적인 인재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길러진 신진사대부들은 고려의 중흥에 머물지 않았다. 결국 정도전을 비롯한 성균관 출신의 신진사대부들은 이성계와 손을 잡고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다. 성균관을 국비장학생교육기관을 생각할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프랑스의 국립행정학교(E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에 해당한다. 고급 행정 관료들을 육성하는 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 성균관 스캔들 > 은 드라마 < 선덕여왕 > 의 데자뷔를 확인하게 한다. 국가와 백성을 생각하는 공적 집단의 구성원이 모두 꽃미남 상품화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 선덕여왕 > 에서는 화랑도의 낭도가 있었다면 < 성균관 스캔들 > 에서는 성균관 유생이 있었다. 

< 선덕여왕 > 의 화랑은 성균관 스캔들의 성공을 예견하는 판단 준거가 되었다. 화랑도 속의 여성, 덕만. 성균관 속의 여성, 윤식. 

그러나 신분은 전혀 다르다. 덕만은 왕실의 피를 받은 공주, 윤식은 과거 성균관 박사의 딸. 

하지만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다. 지극히 낮은 천한 신분은 아니니 말이다. 윤식에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출생의 비밀이 아니라 성정체성의 비밀일 뿐이다. 덕만 보다는 한가지 줄었지만 결국 '금등지사'에 관한 중요한 비밀의 키워드와 연관되어 있다. 

윤식은 신라시대와는 다른 여성적 한이 배어 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가로막고있는 근본적인 사회질서 혹은 사상적 이데올로기에 좌절해온 조선 여성들의 한이 담겨있다. 호국의 충정으로 몸과 마음을 닦던 화랑은 꽃미남 집단이 되었다. 위로는 임금을 두고, 아래로는 백성을 아우르는 

미래의 목민관 양성소 성균관도 꽃미남 기숙사가 되었다. 

< 선덕여왕 > 에서 화랑도의 낭도들은 수평적 대등의 존재가 아니라 수직적 불균형의 존재들이었다. 즉 낭도사이에 계급과 직위가 세분화되어 있고 계파에 따른 권력 경쟁도 치열했다. < 성균관 스캔들 > 에서 성균관 유생들도 학업에만 정진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직위와 계파가 존재하면서 경쟁과 암투가 존재한다. 대의와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면에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세습하는 기관이라는 면에서 역시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드라마 < 선덕여왕 > 은 화랑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랑도를 거쳐서 한나라의 왕이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렸다. 생존을 위해 화랑도에 들어섰지만, 제왕학을 이루는 중간과정이 된다. < 성균관 스캔들 > 의 주인 김윤식(박민영)은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서 과거시험을 대신 치르다가 입교했다. 결국 병조판서의 집에서 인간답게 살지 못하느니 성균관에서 사람답게 살겠다고 말한다. 

학습과 훈련, 정진의 조직이라는 이미지가 가득한 이 집단들에 대해서 두 드라마는 모두 꽃미남이라는 코드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화랑도와 성균관에는 모두 꽃미남이 그득하다. 여성이 전원 남성인 조직 속에서 고군분투한다는 내용도 같다. 여기에 여성이 혼자 변복을 하고 생활한다는 설정도 드라마 < 선덕여왕 > 과 < 성균관 스캔들 > 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남장여성이라는 복선은 드라마 전개에서 긴장감을 발생시키는 중요한 얼개가 된다. 물론 공통적으로 남성 주인공은 상대가 여성인줄도 모르고,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을 자학하기도 한다. 이는 드라마 < 커피프린스 1호점 > 에서도 능히 충분히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데 활용되었다. 

이렇게 꽃미남과 남장여성이라는 코드를 활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이 여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화면가득 꽃미남들이 등장하는 것은 텔레비전 드라마의 기본 기능인 볼거리 충족에 충분하겠다. 화랑도, 그리고 성균관을 다루었다면, 앞으로 젊은 남자들만 존재했던 집단이라면 앞으로도 청춘 사극에서 주목을 받을 만 할 것이다. 

콘텐츠 소비에서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는 강렬한 쾌감의 경험이 있을 때 그 경험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다고 할 때, 이제는 한명의 꽃미남만 등장하는 사극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는 믹키유천 한 명만 캐스팅 했겠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오히려 그것이 출연배우 본인이나 드라마 제작사에도 한결 부담이 덜하겠다. 

하지만 < 성균관 스캔들 > 과 같은 드라마의 한계는 세대론적 폭이 그렇게 넓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 선덕여왕 > 과는 결정적으로 달라지는 것이겠다. 김윤식에게 성균관은 그야말로 목적이지만, 덕만에게 화랑도는 목적 그 자체는 아니었다. 개인의 실존적인 고민이 더 크다는 점에서 < 성균관 스캔들 > 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모른다. 

진중한 사극을 원하던 시청층에게는 반갑지만은 않겠지만, 그것을 염두한 듯 '금등지사'와 '탕평'이라는 진지한 화두와 각 세력들의 치열한 경쟁과 투쟁이 벌어지며 정조와 정약용 등 실제 인물을 등장 시키며 팩션의 겉모양을 내기도 했기 때문에 단순히 스캔들이라는 단어에만 함몰시킬 수는 없겠다. 하지만, 성균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과 남녀의 미묘한 심리들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그런 면에서 사극의 지평을 새롭게 넓힌 점이 있다. 사극하면 진지한 명분과 대의를 중요하게 여기며, 성균관도 의당 그런 범주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다만, 이 드라마에서 앞으로 < 스타워즈 > 시리즈에서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제기하는 철인정치 - 제다이 집단의 허구성만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다. 아직도 성균관 스캔들은 이분법적 선악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보니 현대적인 입체적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고려말 성균관 유생들은 조선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꿈꾸었다. 

하지만 조선내내 성균관 유생들이 꿈꾼 비전들은 무엇이었든가. 분명 새로운 꿈이 있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조선이 망국의 길로 간 것은 아닐까. 이 때문에 청춘 사극 속 김윤식(박민영)이라는 주인공의 근본적인 한계가 아쉬워진다. 더구나 이선준, 걸오는 패기만만하지만 결국 새로운 꿈을 실현시키는 원대한 비전은 갖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