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인(컬쳐 트렌드 인사이트)

브로맨스 신드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3. 21. 08:16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는 남녀 간의 커플만이 아니라 남성과 남성간의 관계가 눈길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송중기와 진구였다. 심지어 그들은 똑같은 줄무늬 옷을 입고 등장하기도 했다. 대개 이렇게 같은 옷을 입는 것은 커플 티나 커플룩에나 해당되는 일이었다. 영화 ‘검사외전’에는 황정민과 강동원, ‘내부자들’에서는 이병헌과 조승우가 이런 남자와 남자의 묘한 기류를 만들어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류준열과 박보검에게서도 이런 기운이 느껴졌다.





근래 영화와 드라마에서는 물론이고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쉽게 인식되고 있다. 물론 이런 기미가 가장 먼저 감지된 것은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했다. 사실 공연계에서도 이런 기미는 꽤되었고 올해도 이런 작품들이 여전히 관객들을 찾아간다. 이런 브로맨스 코드가 있는 작품의 경우 폭발적인 좌석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을 브로맨스라는 명칭이 가리키고 있다. 브라더와 로맨스의 결합어인데, 형제간의 로맨스라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온전히 그 성격이나 특징을 잡아낸 말은 아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이전에 버디 무비가 있었다. 버디 무비는 두 사람의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들이었다. 예컨대, ‘내일을 향해 쏴라’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돈독한 남자들만의 관계를 드러내주는 영화들이다. 이를 한층 더 진하게 담아낸 것이 바로 홍콩 영화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정을 넘어서서 끈끈한 의리를 기본으로 한다. 어떤 때는 그들의 행동이 정말 바보 같아 눈물이 나기도 한다. 80년대 후반의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같은 영화들은 최근 재개봉한 ‘무간도’에까지 관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영화들은 주로 남성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90년대 ‘델마와 루이스’라는 여성 버전의 버디 영화가 나오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브로맨스와 이런 버디영화는 어떤 점이 다를까? 그것은 단지 형제애나 우정 그리고 의리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에 다르다. 브로맨스에서 로맨스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로맨스는 주로 남녀 간에 일어나는 사랑의 감정과 관련된다. 그렇다면 브로맨스는 바로 남성과 남성 간에 일어나는 정서적 관계를 말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사랑인지는 알 수가 없다. 요즘말로 하면 케미가 일어나는 듯이 보일 뿐이다. 이렇게 남성간의 묘한 사랑의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동성애 문화의 부각 때문이다. 

동성애 문화가 수면 아래의 서브 컬쳐의 단계에서는 이러한 남성들 간의 케미는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금기이기 때문이다. 언급만 해도 분위기는 무거워졌다. 하지만 동성애에 대해서 이제는 그렇게 무겁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반드시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 점은 아니라는 데 포인트가 있다. 즉, ‘동성애’라기보다는 그와 비슷한 ‘동성애 코드’에 부합한다. 

당연히 이런 브로맨스가 많아진 것은 여성관객들의 힘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 공연에서 핵심주도층은 여성들이다. 여성관객들은 여성들 간의 레즈비언 코드에는 별 관심이 없다. 문화는 미지의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바로 남성의 동성애도 이런 모드 안에 있다. 이성에 대한 알 수 없음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법이기도 하다. 더구나 꽃미남의 멋진 남성들이 벌이는 케미는 흥미를 자극한다. 물론 남성들 스스로는 이러한 남성들 간의 케미에 대해서는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다. 오히려 예전처럼 버디무비스타일을 원하는 것이 여전하다. 브로맨스의 주인공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같이 잘 생겼고, 미끈하다. 물론 낫고 덜하고의 차이가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엇보다 브로맨스는 버디 형식과 비교했을 때 남성들도 우정과 의리를 넘어 사랑 즉, 애(愛)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문화적 다양성의 관점에서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것이 반드시 육체적 욕망 충족의 차원이 아니라는 점에서 동성애와는 거리를 둔다. 그것은 오로지 그것을 보는 시청자, 관객 그리고 팬들이 판단할 문제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끈끈한 무엇이 아닌가. 남녀를 넘어서서 남성들 사이에도 말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