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방탄소년단 콘서트 연출을 왜 강조하지 않았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2. 7. 6. 08:10

-케이팝 시대를 항해하는 콘서트 연출기 리뷰.

 

책을 읽어갈수록 책 제목이 놀랍게 느껴졌다. 이런 느낌이 있는 경우, 대개 제목에 비해 반전의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은 책 제목과 다른 내용들이 들어 있어서 놀랍기보다는 당황스러웠다. 책에 관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집어들었을 때는 가벼운 연출 노트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코믹스 그림체의 만화 형식 삽화까지 대거 삽입되어 있기 때문에 무식하게도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물론 연출 노트 형식의 책인 것은 맞지만, 그냥 가벼운 연출 노트는 아니었다. 앞부분을 보면, 자기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와 콘서트 연출 경험담을 써내려간 책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도 한 것이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중고등학교 대학에 이르는 학창 시절을 내리 적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그런 생각이 편견이었다는 점이 물씬물씬 들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의문점이 들었고 이것이 책 제목이 놀라운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 책 대부분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공연 연출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노래 가사나 마케팅 기법을 분석한 책들에 비해 피땀이 묻어 있는 책이었다. 작년부터 방탄소년단 책들이 대중문화 분야에 빈번하게 얼굴을 들이밀고 있지만 마땅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책은 방탄소년단을 내세워도 될만했다.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방탄소년단 세계 투어 공연을 전담했던 필자의 실제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서든지 방탄소년단과 연결 시켜 책 이름을 짓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풍토에서 이 책은 이러한 흐름과 아예 거리를 두고 있다니 당황스러웠다. 이 책은 내용을 그대로 놓고 봤을 때 방탄소년단 팬 즉, 아미들이 절대적으로 읽어야 할 책으로 보인다. 가능하다면 해외 팬들에게는 번역본을 제공해주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세계 투어공연의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의 책이 갖고 있는 장점은 물론이고, 가치도 그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론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추천사를 썼다면, 대형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추천사를 부탁하는 게 당연한 출판문화 아닌 문화니까 말이다. 그렇게 몇 년을 같이 동고동락을 했던 연출가의 책에 간단한 언급이라도 해주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으니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 책이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아니라 공연을 충실하게 해 낸 그 경험의 공유에 더 마음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콘텐츠학 전공생들이 소설 작법보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듯이 학생들은 공연 연출보다는 콘서트 연출에 매우 관심이 많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담아내고 있는 강의는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곳이 학생들을 혹하게 하려고 대중음악 콘서트를 내걸고 일반 공연 전공자들이 담당하기도 한다. 물론 스토리텔링 강의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학생들의 실망은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런 대중음악 콘서트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들도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아주 해외의 원론적이고 기초적이거나 이미 시일이 많이 지난 내용들이다. 이른바 라떼~는 밀이야 책들이다. 더구나 해외 공연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라 각 대륙별 투어 콘서트를 전담했던 경험을 가진 이들은 많지 않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제 케이 팝의 한류 현상으로 그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전문 인력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정말 격세지감이자 미래에 고무적인 일이다. 책에서 충분히 알 수 있는 풍부한 실무 경험은 비록 코로나 19 때문에 잠시 주춤하고 있어도 그 에너지는 언제든지 폭발적 진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현실과 이상, 가상의 음악적 세계관(Universe)이 콘서트 공연으로 재현될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청춘기 경험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가 만약 안정된 방송사 피디에 최종 합격했다면 이런 대중음악 콘서트 연출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고 세계적인 투어를 해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저자가 그렇게 청춘의 고군분투 이력을 밝힌 이유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세계관을 해석하여 세계 청춘들이 공감을 더 불러일으킬 수 있는 콘서트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덕질의 열정 하나로 버텨내면서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묵묵히 걸어간 그 덕분에 많은 이들 나아가 세계팬들 마저 자신들의 취향과 유니버스를 대중 투어 콘서트를 통해 만족할 수 있게 되었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방탄소년단과 삶의 세계관과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열과 성을 다한 도전은 비록 결과적으로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도전자의 머리와 가슴에 분명히 무엇인가를 남긴다. 실패한 도전이었다 해도 그 과정에서 도전자가 뚜렷이 성장했다면 그건 그냥 실패가 아닌 성공적인 실패라고 불러야 마땅하다.”(80) 그의 청춘기는 콘서트로 인연을 맺는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시리즈와는 매우 부합하니 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이 책은 대중음악 콘서트에 대한 환상을 홀랑 깨주기도 한다. 저자는 사실 콘서트 연출이 혼자만의 예술혼을 불태우는 아티스트와 다름을 여실히 보여준다. 혼자만의 상상이 아닌 집단적 상상력을 실현하는 현실의 작업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지난 하다.

 

구성원들의 상상력에 한계를 두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게 함께 만드는 상상력은 점점 거대해진다. 다양한 기준으로 상상력을 다듬고 깎아나간다. 내부 회의를 거치고 담당 팀들에게 재차 삼차 문의하면서 어떤 것은 삭제되고 어떤 것은 조금씩 모양을 바꾸고 어떤 것은 합쳐지고 어떤 것들은 오히려 더해지는 과정이다.”(250)

 

하지만 그 과정들은 필수적이고 그 조율과 콜라보를 잘하는 것이 성과를 좌우한다. 그래서 말과 글과 레퍼런스 이미지와 손그림 스케치로 존재하던 거대한 상상력은 그렇게 도면으로 큐시트로 현실에 모습을 드러내고 실제로 제작되어 현실에 존재하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런 생각도 계속하게 된다, 역시 공연 현장은 초인적인 인간의 노고와 헌신을 요구한다. 스텝의 투혼을 불사르는 콘서트 공연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현상은 이런 젊은이들의 뼈와 살을 깎는 노동과 희생이 없다면 불가능하니 말이다. 언제까지 청춘을 화력을 에너지로 쓸 수만은 없다. 청춘의 워라밸 그 미래가 방탄과 같은 케이팝이 그리는 미래 세계다. 물론 그것이 자신의 꿈 실현이라면 예외지만.

글/김헌식(평론가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정책학 박사 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