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박칼린이 만약 흑인계였다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12

<김헌식 칼럼>박칼린이 만약 흑인계였다면

2010.10.24 11:25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제주

 




[김헌식 문화평론가]2007년 8월 5일 'SBS 스페셜'에서는 현재 우리가 미인으로 삼는 얼굴의 기준에대해서 분석했다. 우선 우리나라 여성 가운데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로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성형을 희망하는 비율은 가장 낮았다. 그런데 성형의 모델로 삼은 여성은 모두 큰 눈, 오뚝한 코, 갸름한 턱선과 볼록한 옆선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서구 미인형이었다. 프로그램에서는 서구화의 영향 아래 매스미디어에 생산된 미인형이라고 결론내렸다. 

미용성형외과학회지(Aesthetic Plastic Surgery) 최근호에는 각 인종별 미인의 표준 얼굴에 대한 분석이 실렸다. 흑인, 코카시안, 중국인, 일본인 여성에 대한 분석 가운데 코카시안과 흑인을 비교하면 코카시안은 남성적인 모습이다. 광대뼈가 돌출하고 사각형의 얼굴형을 가지고 있으며, 날카로운 눈매에 입술이 두텁다. 

반면 흑인은 작은 얼굴에, 좁은 코, 갸름한 턱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미인형과는 반대였다. 사실 서양 미인의 얼굴이 크고도 거칠었다. 서양 미인을 따르려고 'V라인' 수술이 유행하는 것은 바로 한국인이 서양 여성보다 얼굴이 크다는 전제에 따른다. 하지만 한국인의 얼굴은 서양인에 비해 크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 얼굴이 서양인보다 작다. 여자의 얼굴은 371㎠로 서양 여자 (380㎠)보다 작았다. 사실 조선시대에도 형태는 둥글어도 작고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한 얼굴이 선호되었다. 한국인의 얼굴에 대한 연구를 수십년간 진행해온 조용진 교수는 작은 얼굴의 유전자를 갖는 남방계 여성들이 매우 유리하다고 말한 바도 있다. 

박칼린 리더십론이 그칠 줄 모르고 회자되고 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신뢰와 열정의 리더십, 인간적 배려와 책임분산과 권위 부여등등 많은 개념들이 그녀의 인기와 리더십 분석에 대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선순환과 악순환의 피드백 루프를 생각했을 때 한 가지 놓치는 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녀가 순종을 고집하는 한국에서 혼혈인데 성공한 것은 대단하다고 평가하는 기사보도가 많았다. 의미가 있다. 그런데 그녀는 백인 혼혈계다. 

만약 인순이와 같이 흑인 혼혈계였다면 처음에 주목을 받았을 지 의문이 든다. 흑인계에 대한 편견과 그에 따른 외면은 상대적으로 백인계에 비해서 심한 것이 한국이다. 더구나 인순이와 같은 혼혈계들이 겪는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실제로 수많은 박칼린 기사에서 혼혈인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 하는 것은 피상적이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이 없다. 

인순이는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78년 희자매로 데뷔하고 81년 솔로로 나서서 주목을 받았지만 곧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다. 얼굴을 가리고 노래를 부르라는 소리도 들었다. 10여년간 밤 무대를 전전해야 했다. 길고긴 슬럼프에서 구원해준 것은 KBS < 열린 음악회 > 였다. 라이브와 댄스를 소화하면서 가창력 높은 노래 실력을 보일수있는 가수였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인기가수가 명멸해가는 사이 인순이는 화려하게 비상했다. 

그 화려한 비상의 요인은 '실력'이었다. 특히 그녀의가 부른 < 거위의 꿈 > 은 그녀의 인생사와 결합하면서 국민가요로 등극하기도 했다.그녀는 한때 학력위조 의혹으로 곤혹을 당하기도 했다. 중졸의 학력을 고졸 학력으로 속여왔기 때문이다. 가난 때문에 배움을 이어가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어쨌든 많은 희생과 고통의 감내가 요구되었다. 박칼린의 경우 어린 시절부터 많은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을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순이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되었고, 오늘날의 박칼린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녀의 리더십의 근원은 소외와 차별과서 나오는 한의 리더십, 약자의 리더십이 아니라 당당한 자신감과 자존의 리더십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당당하게 말하는 구김살 없는 건강한 자아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의 행태이다. 오히려 그러한 점이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것이다. 그것은 콤플렉스가 없는 사회, 한국 사회의 대안을 모색할 때 고려되는 것이다. 

어디 여성만 그럴까.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있는 혼혈계 남자 배우는 흑인 혼혈계가 아니라 백인 혼혈계이다. 줄리엔 강은 드라마 < 스타의 연인 > 에 출연하는가 싶더니 < 지붕뚫고 하이킥 > 에 출연하여 확실한 인기를 구축한다. 다니엘 헤니는 2005년 MBC < 내 이름은 김삼순 > 을 통해 데뷔했고, 신드롬이라고 할만큼 큰 인기를 모았다. 최근에는 가수비 주연의 < 도망자 > 에 출연하고 있다. 여기에 데니스오나 리키 김을 들 수 있다. < 미녀들의 수다 > 와 같은 프로그램에는 백인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부각이 되어 왔다. 

2000년 9월 뮤지컬 < 페임 > (Fame)이 관객에게 선을 보였을 때 주연은 소냐였고, 음악 감독은 박칼린이었다. 그녀는 소니아에서 손희로 다시 소냐로 바꾸어야 했다.흑인 혼혈로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박칼린은 적어도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경제적 토대를 가지고 있는 위치에 있었다. 물론 백인 혼혈이기 때문에 무조건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다. 박칼린이 상대적으로 실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문화시대에 들어서면 이러한 혼혈인들이 적극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타당하지만, 한국에서는 흑인 혼혈 등은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흑인과 인디언계의 미군 병사가 한국인이 인디언계와 유사해서 한국 근무에 자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면서 분노에 찬 얼굴로 한국을 떠났다. 백인계에 대한 배려와 선망, 흑인계에 대한 차별과 배제 때문이었다. 하인즈 워드는 어디로 갔는가.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 노동자들에 대한 편견과 학대는 여전하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것은 '호모 풀크리투도'(Homo Pulchritudo) 즉 내면까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