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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 "`주홍글씨` 등 자경단 불법 행위 법적 처벌 이뤄져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0. 6. 16. 14:16

○ 방송 : cpbc 가톨릭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 진행 : 윤재선 앵커
○ 출연 : 김헌식 박사/문화평론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터뷰 전문]

문화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짚어보고 대안을 생각해보는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박사와 함께 이른바 N번방 사건, 온라인 자경단 논란 등에 관해 생각해보겠습니다.


▷평론가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 자경단`이 뭔가요?

▶온라인 자경단이란 성 착취 음란물을 제작,유통, 구매, 소비하는 남성들의 이름, 나이, 전화 번호, 주소, 직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며 경찰 수사를 돕겠다는 온라인 활동을 말합니다. n번방의 핵심 운영자들의 명단도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서 먼저 올라왔는데, 예컨대 박사` 조주빈(24)과 공범 `부따` 강훈(18), `이기야` 이원호(19) 등의 신상도 먼저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되었습니다.

단지 신상정보만이 아니라 n번방 등의 참여 경위, 그 안에서 역할, 혐의도 적시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수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자경단을 구성하는 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인데 공개적으로 제보를 받거나 SNS를 추적해서 얻은 정보들을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를 하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반에 등장한 ‘네티즌수사대’ ‘누리꾼수사대’보다 더 나간 것이라도 합니다.


▷신상박제나 범죄자 청문회 등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이런 방식들이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가요?

▶네, 우선 신상박제라는 것은 신상털기 방식보다 더한 방법으로 개인의 신상을 잡아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지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박제는 타인의 잘못이나 실수를 스크린 샷으로 저장하는 것을 말하는 온라인 은어이고 신상박제는 얼굴, 이름, 전화번호 등 신상이 담긴 디지털 화면을 그림으로 갈무리해서 온라인에 올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수백 명의 신상이 인터텃에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되고 있고 매주 10여 명이 새롭게 신상박제된다고 합니다. 신상박제외에도 범죄자 청문회를 하는데 이는 직접 연락해 사과를 받아내고 이를 음성파일로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무분별한 신상 공유가 인권 침해를 낳을 수 있고, 2차 피해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정인이 정말 혐의가 있는지 알 수가 없고 부모님 등 가족과 친구들의 신상까지도 공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상이 박제된 이들 중에는 자신이 해킹을 당한 것이라며 고소하겠다는 주장도 합니다.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하는 등 명예훼손, 피의사실 공표죄 혐의, 무죄추정의 원칙 위반 등에 관해 저촉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이런 논란 외에도 자경단을 자처하는 이들이 본래 성착취물 공유에 참여하던 이들로 밝혀져 충격을 줬어요. 최근엔 구속영장이 기각되기도 했는데, 이건 어떻게 봐야할까요?

▶자경단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온 것도 사실입니다. 과거 n번방 등을 운영하다가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 좁혀오자 갑자기 경찰에 수사 협조한다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 n번방 공동운영자로 봤던 경찰이 수사를 해왔고 단체 대화방 주홍글씨의 운영자 송씨(닉네임 미희)가 성착취물 경로 대화방 완장방의 운영진 가운데 1명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를 협박 성착취물을 제적 유포한 n번방과 다르다며 관여정도가 같을 수 없어 개설자가 아닌 관리자로 본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이는 성착취물 무관용 원칙을 요구하는 여론에 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상박제는 선한 의도라기보다는 알력 다툼에서 서로의 신상 정보를 박제하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주홍글씨라는 단체 대화방의 행위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신상 공개를 빌미로 일부 남성을 노예로 만들어 각종 지시이행을 만들고 신체에 이물질을 삽입한 사진을 올리게 하는등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는데 이른 부분에 대해서는 구속여부에 관계없이 법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요?

▶해외에서도 이러한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영국의 ‘레츠고 헌팅(Letzgo Hunting)’은 아동범죄를, 미국의 ‘변태적 정의(Perverted Justice)’는 불법 성매매 감시하고, 중국의 ‘인육검색엔진(Human Flesh Search)’은 각종 불법 행위를 추적 공유합니다. 명분은 좋지만 언제나 부작용이 따를 위험성이 있는데요. 특히 함정 수사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방식이 문제가 되는데, 인권 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공디는 자료들이 무고한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폭탄 테러 때는 현장의 동영상, 사진 등을 수사기관에 제공해 기여를 하기는 했지만 무고한 시민들이 용의자가 되어 인권 침해를 많이 당했습니다. 공적인 명분을 내세워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는 것은 항상 주의를 해야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활동 등을 수사기관과 정보 플랫폼 운영자자 긍정의 방향으로 유도해서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하는데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국가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콜라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때라고 보겠습니다.


▷한편으론 n번방을 소재로 한 영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데, 또 다른 성 상품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면서요?

▶미성년자 성착취와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복수극을 다룬 영화로 알려졌는데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고 전모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제작을 추진하고 홍보를 하는 것은 성범죄에 대한 이슈를 통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 범죄자의 행태로 규정하는 것은 부분적이라는 것이고, 사회 문화적인 전체 구조에 대해서 간과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과연 얼마나 n번방의 본질을 담아낼지 의문입니다.

그동안 한국 영화들이 이런 성범죄에 대한 영화들을 제작해 왔는데 예컨대 그간 작품화된 사건이나 소재로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스튜디오 성폭력, 여성 감독 성폭력, 장자연 사건 등등이 있었지만 만족할 만한 작품들은 나오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성범죄를 자극적 선정적으로 다루기도하고 단순 애로물로 만들어 미투 운동의 근본 맥락에서 이탈해서 본질을 왜곡하고 비난을 오히려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이슈에 대해서 관심 환기를 하는 창작자들의 노력은 보장이 되어야겠지만 본질과 진실에 가까운 작품이 우선일 것입니다. 충분한 숙의와 창작과정이 필요하겠죠.


▷이런 성적 착취물에 관해 법적인 조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는데, 이번에 마련한 n번방 방지법. 그런데 졸속 논란이 일고 있다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가요?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즉, n번방 방지법은 인터넷 사업자에게 음란물을 삭제하고 접속 차단 의무를 지우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개정안을 보면 제22조의5 제2항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성폭력처벌법 제14조에 따른 불법촬영물, 제14조의2에 따른 딥페이크 영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하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지에 필요한 기술적 관리적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합니다.

하지만 정작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서버의 서비스에 대해서는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인터넷 사업자가 게시물을 사실상 검열을 당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용자의 사생활과 통신비밀, 표현의 자유 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지금은 암호화 때문에 사업자는 볼 수가 없는데 앞으로 상시 데이터를 감시해야 하기 때문에 불법 사찰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개정안에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의 정확한 의미를 밝히지 않아 향후 시행령에서 과도한 규제가 양산될 것이라는 지적도 업계에서는 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전문 숙의 기간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그간 인터넷 사업자들이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아왔다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는 지적도 비등합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 N번방 관련 수사가 너무 느리다, 코로나 대응과 비교해봤을 때 수사기관의 의지가 약한 것 아닌가라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최근 서울시가 이태원 클럽 인근의 통신 기지국 접속자 만 905명의 명단을 확보해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선 것을 두고 n번방에 대한 수사 의지가 있는 것인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성착취 영상물 공유와 소비에 가담한 26만 명에 대한 처벌과 신상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청원만이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러한 요구가 넘쳐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입니다. 이태원 사례를 들어 온라인으로 제공되고 있는 신상정보를 활용한다면 빨리 찾아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다만 텔레그램은 해외 서비스 업체이고, 신상 공개 자료를 무분별하게 수사의 자료로 사용할 수 없는 면이 있을 것입니다. 불신을 회복하고 사법적 정의를 실현하는 사례를 하루빨리 만들어내는 경찰과 사법부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네, <문화로 읽는 세상>, 김헌식 문화평론가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cpbc 윤재선 기자(leoyun@cpbc.co.kr) | 최종업데이트 : 2020-05-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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