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와 문화 콘텐츠

드론 빛의 예술 모듈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9. 3. 18. 07:29

드론 빛의 예술 모듈

-느슨한 연대의 시대정신



                 김헌식(카이스트 미래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토지문화관)

 

2014년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는 취리히공과대학 플라잉머신아레나(Flying Machine Arena) 연구소와 함께 만든 10분짜리 단편 영상을 공개해 공연계에 적지 않는 충격을 주었다. 태양의 서커스는 스러져간다는 서커스를 재발견해 새로운 창조의 역량으로 예술의 경지로 올려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와 대중적 흥행에 성공했다. 1980년대초반 거리 공연자인 기 랄리베르테(59)가 캐나다의 작은 마을에서 20명의 거리예술인을 모아 공연하면서 시작되었다.예술과 곡예 그리고 문화를 결합시켰는데 근래에는 테크놀로지를 적극활용하여 더욱 그 가치를 배가했다.


이 짧은 영상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연과 연결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10여분짜리 영상에는 환상적인 스탠딩 조명의 군무가 보는 이들의 눈을 매혹하게 만들었다. 겉으로만 보면 이 스탠드 불은 그냥 책상위에 있는 것들이 공중에서 춤을 추는 느낌을 갖기게 충분하게 한다. 한편으로 흔히 그렇듯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특수효과를 가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충분했다. 그런데 공연을 주로 하는 태양의 서커스가 애써 이렇게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하여 특수 효과 영상을 만들 이유가 의아 스러웠다. 한 영역에서 성공한 이들이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일은 흔하기 때문에 그럼 태양의 서커스도 영화 분야에 진출하려 한 것일까.


영상을 좀 더 집중해서 보면 내용이 공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곧 알 수가 있다. 바로 스탠딩 조명의 주인공이 단순히 전등이 아니라 드론이기 때문이다. 10개의 드론이 공중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이 곡예를 한다. 드론도 이렇게 공중에서 아름답게 서커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드론은 본래 군사용 비행 무기였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일반 비행체와 달리 사람이 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점이고 기존에 있던 헬리 캠과도 다른 것은 디지털을 통해 조종과 촬영, 데이터 저장과 전송이 더 원활하다. 디지털 기술은 물론 비행체에 이에 적응되고 기술이 많이 진화했다. 군사용 무기였지만 오히려 다양한 영역에 사용되어 왔는데 배송, 재난 구조, 통신은 물론 교통 정보 제공 등만이 아니라 인간의 몸과 손이 잘 갈 수 없는 위치에서 촬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상 혁명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제는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 예능에서도 드론은 일반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다. 대개 콘텐츠와 드론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기존에 잘 닿지 않았던 측면에서 영상을 촬영하는 점을 연상한다. 드론이 등장하면서 위협을 느낀 이들은 바로 헬기조종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예전에는 공중에서 촬영하는 것은 큰 헬기가 담당했다, 이 때문에 간혹 불순한 일기 등의 탓으로 촬영 헬기가 사고 나기도 했다. 물론 드론도 이런 추락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문적인 조종술이 없는 경우 전문조종소가 운전하는 헬기보다는 사고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드론의 공연에 활발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단지 혼자 움직이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결핍을 벗어나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을 염원해왔다. 밤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반짝인데 그런데 그 별들은 하늘에 박힌 듯이 고정되어 자신의 질서대로 움직일뿐 인간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이 존재한다. 만약 인간의 손으로 별빛을 이동시킬 수 있다면 그 아름다운 모습들을 항상 우리 안에 자유자재로 빛나게 할수 있을 것이다. 영상 그래픽 기술로는 가능하지만 그것은 미디어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간접성의 미디어를 벗어나 우리 앞에 마치 별이 움직이는 것처럼 구현할 수는 없는 것일까.


공중에 불빛을 자유롭게 구성하는 것은 창조의 영역이면서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드론이 이런 예술의 경지에 이르려면 단 한 대로 움직이면 안되도 무리를 지어야 한다. 이른바 군집비행을 해야 한다. 별무리가 내려온 것이다. 자연적인 불빛으로 이를 어느 정도 한 것은 풍등이나 연날리기이지만 이는 예술적 효과를 내는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드론은 디지털로 컨크롤하는 전기불빛으로 집단 효과를 나타낸다. 그런데 군집비행을 하려면 이에 대한 모듈 프로그램 기술이 필요하게 된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시리즈 중 가장 화려한 볼거리와 최대 규모 빅탑을 자랑하는 '쿠자(KOOZA)'에는 춤추는 드론이 등장한다. 태양의 서커스단이 참여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파라무어에도 등장했는데 2년여 동안 작업한 결과이다. 2017년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 슈퍼볼 결승전에서 세계적인 팝 가수 레이디 가가의 공연에 드론 무리를 띄웠다. 다만 날씨 때문에 사전 촬영되었다. 201923슈퍼볼 2019’이 열렸는데 세계적 인기 가수 마룬5‘She will be loved’를 시작하자 인텔의 150대의 드론은 공연 현장 하늘에서 ‘ONE’‘LOVE’라는 글자를 만들었다. 한국에서도 2018년 평창 올림픽 개막식의 1218대의 드론 오륜기 퍼포먼스가 있었으며 20193.1운동 백주년을 맞은 행사에서 사람들의 만세삼창이 있을 때 드론 50대가 태극기를 매달고 날아올라 숫자 ‘3’‘1’을 만들기도 했다.


이러한 군집비행기술은 전문업체가 있기에 가능하다. 실내 공연용 드론 전문업체 베리티 스튜디오스(Verity Studios)’가 시리즈 A펀딩 라운드에서 18백만 달러의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베리티 스튜디오스는 취리히 연방공대(ETH Zurich)가 개발한 실시간 무대 연출용 드론 기술을 기본으로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드론 기술은 태양의 서커스만이 아니라, 메디슨스퀘어가든, 프린세스 크루즈, 록밴드 메탈리카 등이 채택하고 있다.


드론 공연을 위해 필요한 기술이 있다. 아무 드론이 아니라 공연에 적합한 모델이 있다. 정확한 Payload를 계산하고, 이에 맞는 드론을 골라야 한다. 공간의 특성에 따라 공간에 진입 가능한 드론 개수, 측위, 비행시간 등이 필요하다. 수십대 수백대의 드론이 서로 간격을 유지하면서 충돌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드론 공연을 위해서는 위치 인식을 위한 기반시설이 필요한데, 이 구축비용이 단위 드론의 구매 비용보다 훨씬 비싼 한계점이 극복되어야 한다.


드론 제어 기술도 필요하다. 특히 실내 비행을 제어하려면 각 드론의 위치정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주로 IR센서 기술과 IR-UWB 두 기술을 이용한다. IR센서는 mm까지 고정밀 제어가 가능하다. 하지만, 넓은 지역에 설치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 또한 조명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IR-UWBUWB기술의 진화로 최대거리를 880m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위치 정확도가 10cm정도로 정확도에서 오차가 큰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외에서 공연을 할 것인지 실내에서 할 것인지에 따라 이러한 기술의 적용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거리간 유지가 중요한데 통신모듈 개발이 미래이다. 모듈은 사용자와 드론간의 통신 외에도 드론과 드론 상호간 통신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러 대 드론을 조종하거나 군집 비행할 수 있게 된다. 기존 군집비행에는 각 드론마다 좌표값을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이러다보면 입력된 좌표값이 오류이면 사고가 나게 된다. 또한 하나하나 입력해야 하는 수고로움은 물론 제한된 움직임만가능했다. 이에 비해 드론끼리 통신이 되면 한 대 드론을 통해 다른 드론들도 좌표 공유가 되고, 충돌 방지나 자율주행 등의 기능이 구현될 수 있다.


다음으로 공연연출기술이다. 드론에 다양한 전시모듈을 장착할 수 있는데 LED, LDM 모듈을 장착할 수 있고 거울, 로보틱스 등에 따라 다양하게 장착이 이뤄질 수 있다. 특히 타임라인 기반의 영상, 음향, 조명 등 다양한 주변장치를 통합운영시스템으로 드론공연을 운영한다. 물론 추락에 대비해 안전 정치를 공간안에 마련해야하는 것도 역시 고려의 대상이다. 충격을 견디는 드론도 필요하고 추락에 자동으로 작동하는 안전장치들이 모색되는 것은 물론 추락시의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가드가 필요하기도 하다.


야외 공간에서는 정밀도가 덜할 수 있지만 고려해야할 야외 변수가 있다. 평창올림픽에서 1218대의 '슈팅 스타(Shooting Star)'라는 이름들의 드론들이 서로 간 150이내의 간격 속에서 오륜기만이 아니라 스노보드 선수 등을 드론 군무로 만들었다. 비나 눈, 바람, 안개 같은 날씨가 가장 큰 변수이다. 드론 군무 드론 간 수단위 측정이 가능한 '실시간 운동(RTS) GPS'를 사용, 바람에도 드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제어 기술 등이 사용되었다. 군집제어 기술로 한 사람의 조종사가 각각의 드론에 GPS 위치를 잡고, 드론의 비행경로를 입력한 한 대의 컴퓨터로 조종되었다. 기술력이 있다해도 1218대의 '드론쇼'는 안전성과 당일 날씨 때문에 사전 제작되었다. 특히나 겨울날씨가 더욱 불확실한 변수였다. 한편 야간의 메달 시상식장 등에서는 드론 300대로 3~5분짜리 라이브 드론쇼가 있었다.


드론 플랫폼도 중요한데 스마트 모듈,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시스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스마트 모듈은 드론 제어, 군집비행, 영상정보 등 복합 데이터 처리를 담당한다. HDMI 표준 카메라 장착을 지원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비행경로 설정 및 실시간 통합관제 등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시스템 등은 수집된 영상정보, 기술정보 등 각종 복합 정보 데이터의 중계 및 보관을 담당한다. 앞으로는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보다는 이런 드론 플랫폼을 활용하여 군집 비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에 특화된 것도 상황의 성숙에 따라 성장할 것이다.


드론 연출가와 창작자는 공간의 특성에 따라 위치정보인식과 실시간 제어 시스템을 구축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세계만이 아니라 관객들이 원하는 꿈을 이뤄줘야 한다. 이러한 역할은 앞으로 테크놀로지와 문화예술이 결합되는 영역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이자 역량이며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역시 결핍과 소망이 같이 상호 오가며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는데 적어도 드론은 무조건 뭉치면 서로 충돌하고 각자 놀아도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가깝지만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사람도 그렇고 사회도 그러한 시대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