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분석

"돈과 권력 있는 자들이 부러운 거네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6. 1. 24. 15:51

가짜 악당과 환상속의 복수, 오락과 액션으로 소비되는 복수극의 함정

 

 

근래 영화와 드라마에는 상류층이나 권력 집단의 카르텔을 폭로하거나 그들과 맞서는 내용들이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크게 유행하는 이유는 매우 간단해 보인다. '대리만족'이라는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현실에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대신 충족한다는 지적은  매우 익숙하다. 이런 대리만족의 관점은 대중문화를 바라보는 단골 메뉴지만, 그것이 갖는 다른 면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대리만족이 마치 커다란 사회의식이나 실천의 흐름이 되는 듯 다뤄지기 때문이다.

 

영화 '베테랑'은 재벌 3세를 혼내 주는 내용이다. 보통 옆에서 보기도 힘든 그들을 혼내준다는 것은 통쾌함을 선사하겠다. 오만하고 비열하게 폭력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 해낸 배우 유아인에게 찬사가 쏟아질 뿐이었다. 마침 흙수저, 금수저도 논란이었던 상황에서 부모 잘 만난 이들에게 향하는 대중 시기와 분노가 버무려 졌다. 결국 영화는 탈출구 없는 재벌가의 비주류 인생을 혼내 주었을 뿐이다. 그들의 공고한 시스템은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 부당하게 세습 유지되는 자본의 재생산 구조는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드라마 '황금의 제국'에서는 재벌가 안에서 일어나는 탐욕스런 권력 싸움을 적나라하게 다뤄내고 있는데 오히려 주인공이 그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전쟁에서 승리할 것을 꿈꾼다. 결국 이 드라마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 안에서 우월한 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낼 뿐이었다. 갈수록 오락액션영화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지만 표피적인 측면에서 그럴듯한 홍보 컨셉만 취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암살'에서는 결말에 이르러 독립군 출신들이 배신자 친일파 염석진을 살해했지만, 그것은 일개 개인에 대한 사적 복수였다. 친일파가 득세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카르텔을 유지한 것 시스템은 전혀 건드리지 못했다. 어차피 환타지 픽션 영화인데 말이다. 여성 독립군의 면모를 재발견 시켰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왜 외면되었는지는 한국 사회 주류의 모순 관점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친일파를 중용하여 대통령이 되고, 친일파가 대통령이 되는 주류의 본질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친일파에 대한 공분 심리를 대리충족 시켜주었다는 분석이란 허허롭게 만든다. 영화 '내부자들'은 감독판까지 공개하며 청불 영화 천만 기록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컨셉은 역시 상류층이나 권력층의 카르텔 폭로와 복수다. 언론인이 기업 회장이나 검찰 고위층과 짜고 대한민국을 좌지우지 하는 내용은 지나치게 단순화 된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소재나 서사 전개 형식이 무엇이든 창작의 자유가 있으니 다 좋은데, 그들을 혼내 주려면 검사가 되어야 하고, 조폭이 되어야 한다. 물론 보통의 관객은 둘 다 쉽게 할 수는 없는 직종이다. 현실 타개의 방식이 천편일률적이다.

 

배우 유승호의 복귀작으로 알려진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도 가진 자들의 카르텔을 주도하는 재벌가의 전횡을 초점에 두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이기 때문인지 가족 특히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다루고 있는데, 그 복수를 위해 아들을 사법 고시를 패스한다. 쉽지 않은 일이나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희한한 기제를 등장시켜 단번에 어려운 시험에 붙게 한다. 그 이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펀치'에서는 검찰청을 중심에 두고 대통령과 청와대 그리고 법무부 등 권력기관을 둘러싼 암투를 다뤄낸 바 있다. 여기에서도 법정이나 수사권 적용 장면은 빈번하게 등장하며, 못된 사람들의 몰락을 통해 충족감을 주려는 듯싶었다.

 

이런 콘텐츠들은 황당한 설정인 경우가 많은데도 찬사와 호평의 대상이 된다. 막장 드라마가 많은 상황에서 뭔가 묵직한 사회적 의식을 상기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대중영합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드라마와 영화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선 현실을 과장하고 극적으로 만든다. 현실이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현실이 아니지만 분노하는 대중정서를 유도한다. 이렇게 되면 현실 불가능한 수단들이 개입되어야 모순이 해소 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상황과 설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 한다. 시스템이나 제도의 모순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악성에 초점을 둔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복수나 징벌이 중심이다. 주인공과 악당의 관계성이 대부분 분리되어 있다. 즉 악은 우리들 스스로에게서 발생할 수 있음을 외면한다.

 

왜 그럴까.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을 미워하고 그들을 징벌하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들이 되고 싶은 심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 심리는 부러움에 따른 질시인 것이다. 그래서 악당의 어록이 더 주인공보다 주목을 받는다. 그러니 정작 현실에서는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 같은 정당에 투표를 하며, 이력을 쌓아 그런 정당에 들어가 국회의원을 한다. 공공체적인 복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더 잘 먹고 잘사는 방편으로 정치와 권력에 접근한다. 미디어에서는 사회적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하지만 항상 황당한 액션과 두뇌 추리극으로 채운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들이다. 볼 때는 재미있고 때로는 통쾌하지만 돌아서면 허전하기는 매번 마찬가지다. 못된 녀석들만 골라 혼내주거나 그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고 만다. 그 시스템은 온존 시키고 그 안에 자신들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

 

갈수록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이 강해지고 있다. 연애, 결혼, 육아, 병영, 요리, 캠핑, 반려동물 등등 수많은 분야를 미디어를 통해 체험한다. 불안함 미래 담론 움츠러들게 만들고, 경제적인 측면이 공포와 불안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면서 미디어의 간접 체험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본질과 진실은 미디어 이미지와 프레임 속에 갇히고 만다. 그 안에서 선택과 행위는 수동적이 되고 편견과 왜곡의 심리에 영합하게 된다. 자본과 그 자본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을 절대적인 존재로 강화시켜준다. 미디어를 통한 성공에 대한 환상 신화는 이를 뒷받침차기 쉽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자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것 같지만 정작 그것은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디어가 신기루의 환상을 줄수록 정당의 신기루 정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영화와 드라마를 포함한 미디어 콘텐츠는 그런 신기루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일부 소수만이 부와 권력을 갖게 만드는 시스템을 부수는 방법의 대한 모색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선거이든 집단적인 실천이든 막론하지 않고 말이다. 그것이야 말로 근본적으로 색다르고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대중문화에서 지향해야할 것은 이런 것쯤일 것이다. ‘짱돌을 들지는 못해도 투표는 똑바로 해야 하지 않겠나. 투표는 허황된 성공 욕망을 벗고 자신과 같은 계층의 사람들이 같이 살수 방법을 어차피 픽션인데, 근본적으로 그려주면 안되나.’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