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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 예능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상반된 모습으로 희비 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6일 방송된 <세바퀴>는 시청률 23%(AGB닐슨 미디어,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면서 안정적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토요일을 대표하던 <무한도전>(MBC)의 시청률을 훌쩍 뛰어넘은 지도 오래다. 반면 17일 방송된 <일밤>은 시청률 5.6%를 기록하며 정체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초 새롭게 단장해 출발하면서 8%대의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방송이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하향하고 있는 추세다.
‘세바퀴’- 다양한 연령대의 출연진, 세대·시간 초월해 소통
성공하는 예능·오락프로그램의 공통법칙은 국민MC라는 강호동, 유재석 둘 중 하나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세바퀴>는 이 같은 법칙을 깬 유일한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박미선, 이휘재, 김구라를 공동MC로 내세웠으며 여기에 이경실, 조형기, 조혜련, 김지선 등 상당한 내공을 자랑하는 방송계의 대표적인 ‘입심’들이 포진했다. 이들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적절히 나서서 띄워주고, 게스트가 활약을 하면 조용히 받쳐주는 탄탄한 ‘미드필더’를 구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토크 프로그램과 달리 병풍처럼 앉아 있는 출연자들도 없다. 최근 김정렬, 서승만, 황기순, 배영만 등 평소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연예인들이 나와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도 <세바퀴>의 열린 분위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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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아이돌스타부터 60대 연기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출연, 폭넓은 시청층을 끌어안으면서 예능 프로그램의 지형을 확대했다는 점도 <세바퀴>의 미덕이다.
아이돌그룹 유키스의 막내 동호부터 60대 탤런트 선우용녀까지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를 풀어낸다. 선배 연예인들이 솔직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다보니 아이돌스타들도 또래끼리 출연해 모범답안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여느 예능프로그램에서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다양한 세대가 출연하는 만큼 콘텐츠도 화려하다. 고전적인 퀴즈와 콩트쇼를 비롯해 토크, 댄스배틀, 분장쇼가 등장하고, 전화퀴즈를 통해 다른 연예인들까지 간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소통의 미덕이 가장 잘 발휘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세대간의 진솔하고 진정성을 담은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다보니 그 자체로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며 몰입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일밤’- 해외촬영 등 차별화 불구 강요된 감동·식상한 코드로 진정성·재미 둘다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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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일밤>은 결국 ‘쌀집아저씨’ 김영희 PD를 투입하며 부활을 도모했다. 그러나 최근의 시청률 흐름을 보면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일밤>은 3개의 코너를 내세워 화려한 MC군단을 투입하고 해외촬영 등으로 다른 예능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웃기려고 애쓰는 대신 감동과 눈물을 주고 그 안에서 웃음과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한 것. 천편일률적인 버라이어티와 다른,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1990년대 김영희 PD가 선보였던 ‘양심냉장고’ 등 공익예능을 표방했던 프로그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과거를 되풀이하는 느낌이다. 감동을 준 아버지에게 전달하는 상품마저 예전의 냉장고가 그대로 사용되면서 식상함을 더하고 있는 것.
정체성이 애매모호해진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멧돼지의 피해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헌터스’가 동물보호단체 등의 항의로 한달 만에 친환경을 주제로 한 ‘에코하우스’로 바뀌었지만 내용은 예전에 <무한도전>이 방송했던 친환경 미션 수행이나 <1박2일>의 친환경 집짓기의 일부분을 차용해 뒤섞어 놓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자극적인 연출 방식은 감동받을 것을 강요하는 형태로 나타나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면서 “슬프기는 하지만 뭔가가 불편하고 감동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 ‘풀빵엄마’와 같은 감동 다큐가 각광받고 있는 시대에 다큐와 예능을 결합한 어정쩡한 형태가 만들어지면서 진정성과 재미 둘 다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영희 PD는 “감동과 정보를 강요하는 모습으로 표현됐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 “앞으로는 경쾌하고 재미있게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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