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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대한 오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3. 3. 1. 13:07

-뇌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글/ 김헌식(박사, 평론가, 교수, 미래학회 이사)

 

 

사람들은 뇌에 관해 아인슈타인의 말을 되 뇌여 왔다. 바로 인간은 자신의 뇌를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라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아인슈타인 본인이 최대 뇌의 15% 이상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인간이 더 뇌를 많이 사용할 수 있다면, 엄청난 창조적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 세기의 천재라는 사람도 이정도 밖에 사용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일반인도 뇌를 잘 쓰면 천재보다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뇌 전문가들은 이러한 뇌 10%론에 반대한다. 이미 사람의 뇌는 100%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일을 해도 뇌 전체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기능성자기공명장치로 촬영을 해보아도 이는 충분히 확인이 된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말은 인간이 노력을 더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므로 몇%라는 숫자의 개념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영화나 소설, 만화에서는 인간의 뇌는 10%만 사용되고 나머지는 잠들어 있는 것처럼 말한다. 그것이 이야기 흐름에서 매우 극적이고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나 영화 루시(Lucy)’도 이러한 맥락에서 제작되었다. 영화 리미트리스의 에디는 적절한 문장이나 단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작가에 불과한데 알약을 먹고는 뇌를 100%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는 작가를 넘어서서 천재 예술가가 되고 나중에는 금융업에 진출하여 돈을 번다. 물론 약을 끊으면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심지어 죽게 된다. 영화 루시에서 루시는 마약운반책으로 이용되던 중 신종 마약을 흡수한 뒤 놀라운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심지어는 마치 신과 같은 경지의 양자 슈퍼컴퓨터가 된다.

 

약물을 사용해서 뇌의 활동을 더 활발하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작은 일을 할 때도 뇌를 모두 사용하고 있어도 그것의 효용 정도가 높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뇌가 현재에도 100% 사용되고 있지만, 그것의 효율성을 더 높이는 것이다.

 

사실 루시처럼 뇌를 사용하는데는 치명적인 오류가 하나 있다. 뇌는 활동 할 때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만약 영화처럼 루시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여야 한다면 엄청난 영양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영화 주인공 루시는 별로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도 하지 않고 영양학적으로 영향도 받지 않는다. 세계의 모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지구의 에너지를 모두 흡수해 사용해야 할 지도 모른다.

 

또한 인간의 뇌는 일정한 시간에 사용되면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나 루시는 잠도 자지 않는다.이런 상황이 되면 뇌는 파괴되고 말 것이다. 뤽 베송의 영화 루시는 뇌가 구체적으로 어떤 물질로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전제가 없다. 그러나 영화에 대해서 너무 과학적인 지식의 진위여부만 따지는 것은 인간의 소망과 상상력을 제한하는 재미없는 일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사람들은 이러한 스토리에 관심을 보이는가이다.

 

이렇게 인간이 제대로 뇌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가설은 윌리엄 제임스에게서 비롯했다는 설이 있다. 그가 1908년 그의 책을 통해 적은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보다 육체적 정신적인 능력을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처세실용서에서 크게 회자되면서 대중적인 각인을 낳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 분야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뇌 10%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를 10%밖에 쓰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더 분발하여 뇌를 사용하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논지이다. 뇌를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므로 뇌를 제대로 활용하면 성공과 행복이 올 수 있다는 말은 정말 희망을 갖게 만든다. 무기력과 실패감에 빠진 상황이라면 미래에 대응할 힘을 주기 때문이다.

 

허구적인 가설을 통해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럴듯하거나 대중의 욕망을 대리투영시켜주면 되기 때문이다. 영화 '타짜-신의 손'의 결말은 결국 속임수였다. 제아무리 신의 손 경지에 오른 사람도 결국에는 속임수를 통해서 판을 쓸어버린다. 대중영화는 이런 욕망의 분출구이다. 영화적 사기를 통해서라도 현실의 욕망을 대리충족 시키려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일반 관객들은 도박판에 뛰어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기를 통해 판쓸이를 하는 이야기는 일반관객의 삶과는 별개다. 다만 뇌의 활용의 경우에는 실제로 많은 이들에게 강력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약간은 다른 점이다. 당연히 뇌의 몇% 활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시의 삶을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 2001)에서 프린스턴 대학의 지도 교수는 논문을 쓰지 못하고 윌러 연구소에 가고 싶다는 내쉬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시, 너는 포커싱(집중)하지 않았어!" 천재도 한 곳에 집중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