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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의 승리자는 부부젤라?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8:24

<김헌식 칼럼>남아공 월드컵의 승리자는 부부젤라

 2010.06.27 08:24

 




[김헌식 문화평론가]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남아공월드컵이 재미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부부젤라'를 꼽았다. 메시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청용 선수에게 내준 골이 부부젤라 때문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각국의 방송사들은 부부젤라의 소리를 피해서 중계방송을 하는데 골몰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축구강자인 이들에게는 매우 불편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축구 약자 국가들 때문일까. 부부젤라 소리를 담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또한 부부젤라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하지 말라는 것을 더하려는 금기 위반의 암묵적 선호 심리일까. 처음 대하는 이들에게 한마디로 '부부젤라' 소리는 짜증나는 소리다. 전기톱(100㏈), 잔디깎이 기계(90㏈)보다 높다. 기차소음(110㏈)을 넘어서기 때문에 기차화통을 옆에 두고 있는 셈인데 그것들이 집단적으로 울려대니 정신을 못차릴 만하다. 

이러한 '부부젤라'가 왜 각광을 받을까. 일견 스트레스 해소효과로 설명하기도 한다. '부부젤라'를 힘껏 불면 속 시원해지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 다른 방의 소리는 소음이지만,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를 날리는 기제일 뿐이다. 

다만, 응원은 자신만이 기분 좋기 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응원하는 사람들이 잘하게 하려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응원은 자신의 팀만이 아니라 상대팀이 못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응원전에서는 상대방의 분위기를 압도하거나, 기를 죽이는 함성이나 타악이 사용되기도 한다. 

부부젤라를 선호하는 것은 부부젤라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부는 사람들이다. 사실 부부젤라 소리는 단순하고 지루하면서 시끄럽다. 선수들의 승부욕과 성취욕을 고취시키기에는 한계가 많다. 그럼에도 선호되는 것은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와 커뮤니케이션의 혼란을 주고 말기 때문이다. 신경을 자극하는 소리이기 때문에 상대 팀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감을 해치기 마련이다. 이는 팀웍의 훼손이기도 하다. 심리적 안정감이 흔들리면 경기를 월등하게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상적인 모습도 보여줄 수 없다. 

한국팀과 다른 나라 팀이 붙을 때 또 하나의 적이 '부부젤라'라는 말이 많이도 회자되었다. 이에 맞서서 꽹과리를 준비해야한다는 제안이 있기도 했다. 꽹과리가 부부젤라는 막거나 꽹과리 소리가 친숙한 한국선수들에게 응원 효과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꽹과리는 90~100db, 부부젤라는 130db이 넘는다. 꽹과리 소리보다 훨씬 시끄럽다. 문제는 다른 데 있는 듯싶다. 

처음에 부부젤라는 외국인들이 대부분 비난하는 악기였다. 그러나 그러한 악기를 남아공사람들은 모두 들고 나와서 응원에 사용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외국인에게도 유도시켰다. 부부젤라가 시끄럽고 지루한 소리이지만, 남아공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것은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그 시끄러운 소리가 승리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나라의 선수들에게는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게 될 것이다. 문화상징의 차원에서 그것은 의미를 갖지 못하고 단지 소음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신에게만 한정한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응원단에게도 전파 시켰다. 

만약 한국의 응원단이 모두 꽹과리를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인들이 모두 꽹과리를 들고 나와 응원을 한다면 스스로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어느새 우리는 스스로 꽹과리 소리를 싫어하는 점도 많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꽹과리가 더 큰 소리를 내는가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과연 전통과 음악에 대해서 얼마나 문화적 자신감을 갖고 있는가이다. 아니 애써 꽹과리만을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태평소'라든지 '대취타'라는 전통악기도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부부젤라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각 나라별로 다양한 응원 형태가 있고, 문화적 다양성 차원에서 그것을 보장해야한다고 본 것이다. 어떤 이들은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남아공의 문화적 승리였다. 부부젤라가 남아공 최대부족인 줄루족에서 유래되었든, 남아공의 나사렛 침례교회인 셈버교회(Shembe Church)가 병자 치료를 위해 사용되었든 남아공의 문화적 소산이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일까, 부부젤라가 무엇인지 모르는 세계인은 거의 없을 듯하다. 세계적으로 각인되었고 확산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부부젤라가 과연 얼마나 시끄러운가는 부차적이다. 부부젤라에는 나름의 기원과 문화적 정신이 있고, 그것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부부젤라를 적극 내세우면서 전통과 문화적 자신감을 세계에 알리는 그들의 자세만으로도 남아공월드컵은 성공했다. 앞으로 한국이 월드컵을 다시 유치한다면 우리는 어떤 문화적 전통과 정체성을 알릴 수 있을 지, 그것의 문화 전략에는 자존의 '문화적 뚝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