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낚시한 패떴이 농사지은 무도에서 배울 점?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1. 1. 13:01


´리얼리티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본부터 되돌아 보아야

김헌식 문화평론가 (2009.11.01 12:01:58)

SBS ‘패밀리가 떴다’가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네티즌들이 전문 낚시꾼도 잡기 힘든 시가로 수십만원하는 참돔을 연예인 출연자가 단번에 낚았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는 것. 여기에 잠수부들이 참돔을 걸어주었다는 네티즌 제보는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참돔의 지느러미가 없어 보이는 것은 낚시바늘에 걸기 쉽도록 잘랐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사실 많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물고기를 미리 물속에서 걸어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것을 애써 숨길 일도 아니다.

하지만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두 가지 점이 다르겠다. 사실 올 초 대본 논란에 출연자 논란 이어 낚시 논란은 불쾌감과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 대본이나 낚시 논란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흔히 용인될 수 있는 사안이지만, ‘패밀리가 떴다’가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문제제기와 이에 대한 강변의 강도는 강해질 것이다. 제작진의 처지에서는 그야말로 고초의 연속이겠다.

어쩌면 ´패밀리가 떴다´를 둘러싼 논쟁은 리얼버라이어티의 본령과 그 한계를 적시하는 사례인지 모른다. 31일 방영된 '무한도전'은 20%를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연아 편 이후에 6개월 만에 처음 20%를 넘어서 제작진에게는 감회가 남다르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20%를 넘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뭔가 색다른 내용이었을 것이겠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이었기에 시청률 20%를 넘을 수 있었을까. 그 내용은 가을 추수였다. 이는 단순히 1박2일이나 며칠 야외에서 찍을 수 있는 내용을 뛰어넘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다큐에서나 가능한 일종의 장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1년간 농사를 지은 과정과 결실을 거두는 장면들은 그 자체가 계절에 부합하며 흥미로우면서도 보람되는 일이다. 또한 그 많은 시간동안 들인 노력은 노동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오랜 기간에 걸친 만큼 출연자들의 다양한 볼거리도 흥미롭지만,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것을 통한 결실의 과정은 그 자체에서 시청자의 지지를 받을 만하다.

그런데 ‘패밀리가 떴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심리는 정반대다. 시청률 때문이건, 방송 제작의 용이성 때문이건 잡히지 않은 물고기를 낚시 바늘에 고기를 달았다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방송 제작 행태를 반복하는 것이 된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단기적 체험형 리얼버라이어티의 한계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것에 비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리얼리티를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정말 농사를 지었고 그것은 단순히 곡식 농사가 아니라 방송프로그램도 오랜 시간이 필요한 농사라는 점을 일깨웠다. ‘무한 도전’에서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추수는 그들의 노력과 노동에 따라서 정직하게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여기에는 조작논란을 제기할만한 원천이 없었다. 그것이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어야 할 것이었다.

한편 ‘1박 2일’의 시청자 투어 참여건 수가 13만 건으로 지난해의 10배에 이른다고 한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그 행운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관심이 증폭되게 마련이다. 그야말로 구전 마케팅과 연결되는 사례다. 지난해의 사례와 네티즌들을 통한 빠른 전파는 참여의 증가를 크게 했다. 구전 마케팅의 특징은 참여자들이 모두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된다는 사실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자면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그 예로 들 수가 있다. 그 프로에 참여한 수많은 이들은 열렬한 팬으로 다시 시청률을 높였다. 열린 개방성과 참여, 소통으로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 시켜간다는 점이 중요하겠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패밀리가 떴다'의 경우에는 그동안 제작진과 시청자가 적이 되어 버렸다. 한쪽에서는 계속 공격하고 다른 쪽(제작진)에서는 방어하면서 공격하는 네티즌에 다시 공격하는 형세가 되어 버렸다.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그간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이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과는 달리 시청자 참여의 측면에서 폐쇄적인 양태를 보였다. 이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일반인과 시청자의 참여를 통해 생생함과 순수성, 열정으로 주목을 받았다면 한국의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전문예능인들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아무래도 전문 예능인들이기에 폭발적인 재미를 주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소통이 적었다. 이러한 점을 '1박 2일'이 시청자 투어를 통해 보완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낳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를 둘러싼 논쟁과 '무한도전'과 '1박 2일'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간단하겠다. 단순히 생생한 체험과 구성원의 리얼리티만을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프로그램 농사가 중요해졌다. '무한도전'의 추수 편이나 '1박 2일'의 시청자 투어는 오랜 노력이 부여된 가운데 얻어지는 결과물이다. 그것은 '애씀'의 결실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핵심인기 요인 가운데 하나가 애쓰는 가운데 나오는 인간적인 매력이었다.

이는 새삼스런 지적도 아니다. 무엇보다 리얼리티는 수용자의 참여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잊을수 없는 포인트다. '강심장'과 같이 단순히 많은 출연자 등을 통한 물량 공세가 대안도 아닐 것이다. 이는 비단 오락 프로그램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다. 물량 공세나 진정성의 강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수용자의 기호와 담론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는 데 애쓰는가가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