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심리경영 이론과 사고법 100

꼼꼼한 관여-몰입도, 핫미디어 쿨미디어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4. 4. 7. 07:28

인기 프로그램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감독의 꼼꼼한 관여가 사람들의 몰입도로 이어져

2014년 02월 04일(화)

 > 융합·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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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많은 채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송된다.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전부 세어보지 못할 정도로 많은 프로그램이 있다. 어떤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어떤 프로그램은 그렇지 못하다. 또한 똑같은 드라마라고 해도 어떤 드라마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드라마도 있다. 

똑같은 시간을 방송하고, 똑같은 장르의 프로그램인데도 다르게 느끼는 이유는 바로 ‘몰입도’ 때문이다. 마셜 맥루언(Mashall McLuhan)이라는 미디어학자가 ‘미디어의 이해’에서 처음 사용한 핫미디어(hot media)와 쿨미디어(cool media)를 설명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미디어를 대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프로그램에 얼마나 관여하고 참여하며, 내용을 보완하는가를 두고 구분하는 이론이다. 사실 핫(hot)과 쿨(cool)은 미국에서 속어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로, 표면 그대로 ‘뜨거운’ 혹은 ‘차가운’ 이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맥루언이 어떤 미디어는 정보량은 많으나 특정 단일 감각기관을 고도로 확장시켜 커뮤니케이션을 왜곡시키는 반면, 또 다른 미디어는 정보량은 적지만 모든 감각기관을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이상적인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 미디어에 따라 주어지는 정보의 양이 다르다. 영화처럼 촘촘한 정보를 제공하여 집중할 수 밖에 없는 미디어를 '핫미디어'라고 부른다.  ⓒ연합뉴스

맥루언은 표면적으로 주어지는 정보의 양은 많지만 대상들에게 그 감정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미디어를 ‘핫미디어’라고 했다. 대표적인 예로는 라디오나 영화, 활자 등으로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미디어를 말한다. 

반면 표면상으로 주어지는 정보의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상들에게 감정의 전달이 잘 이루어지며,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혹은 다른 일을 하면서도 즐길 수 있는 미디어가 ‘쿨미디어’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텔레비전이나 전화통화, 만화 등이 속한다. 

핫미디어와 쿨미디어의 차이는 바로 ‘보완’에 있다. 핫미디어의 경우에는 미디어를 수용하는 수신자 측의 참가의식이 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신자가 보완을 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정보가 지나치게 촘촘히 주어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쿨미디어의 경우에는 수신자 측에서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 핫미디어에 비해 크다. 상대적으로 정보가 허술하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이해할 수 있으며, 정보를 해석하는 시간에 있어 핫미디어보다는 덜 걸리기 때문이다. 

데이터의 충실과 정밀도, 그에 따른 참여도 

정리하자면 정보량이 많지만 참여를 요구하지 않는 미디어는 ‘핫미디어’이며, 깊이 참여하고 관여하는 것을 요구하지만 정보량이 적은 미디어가 ‘쿨미디어’다. 핫미디어는 단일한 감각을 고도의 정밀도까지 확장하는 것이며, 쿨미디어는 그 반대의 상황이다. 

‘고도의 정밀도’라는 개념은 데이터가 충실한 상태를 뜻한다. 미디어를 받아들이는 수신자에게 콘텐츠와 관련된 정보를 촘촘하게 전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사진과 만화는 둘 다 눈으로 ‘보는’ 미디어이다. 하지만 사진은 시각적으로 높은 정밀도가 있고, 만화는 지극히 근소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한다. 

똑같은 방법으로 매체를 받아들여도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라디오와 전화통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라디오는 귀에 주는 정밀도가 높기 때문에 핫미디어라고 할 수 있으며, 전화는 쿨미디어이다. 왜냐하면 말을 듣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 적고, 오히려 하는 쪽에서 여러모로 메워나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정밀도가 ‘몰입도’와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되며, 이것이 참여도와도 연결된다.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의 이해’를 통해 핫미디어는 듣는 쪽에서 메우는 부분 혹은 보완하는 부분이 지극히 적어 참여도가 낮은 반면, 쿨미디어는 참여도나 보완하는 정도가 높다고 밝혔다. 

인기 프로그램에 사로잡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시사 잡지 ‘타임’은 여러 연구를 소개하며 사람들이 인기 프로그램에 사로잡히는 이유를 소개하였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감독의 꼼꼼한 관여다. 감독들이 인위적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요소들을 장면 곳곳에 심어놓을수록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몰입도를 높게 만드는 것이다. 

프린스턴 대학교 심리학과의 유리 해슨 교수팀은 2010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를 통해 같은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뇌에서 같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뇌 활동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뇌 활동과 같아졌다고 보고한 것이다. 

연구팀은 영화의 일부 장면들을 보여주고 그들이 시청하는 동안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촬영하였다. 그 결과, 감독이 각 장면에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끌 만한 요소들을 심어놓은 영화인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볼 때 실험대상자들의 집중도가 특히 높아졌다. 

이는 내러티브(이야기 구조)가 집단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 동일한 정체성을 갖도록 하는 사회적 접착제 역할을 했음을 뜻한다. 이야기가 사람의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영향으로 인해 미디어에 따라 어떠한 몰입도를 보여주는지 알 수 있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영상 매체에는 ‘가상선’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주제들이 서로 연결되는 동작선으로, 동선(動線)이라고 흔히 부른다. 이는 화면 내에서 피사체나 카메라 움직임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져야만 시청자들이 혼란을 갖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일종의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이다.
 
대체적으로 영상 매체에서는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서 동일한 가상선 위에서 모든 일들이 진행된다. 그래서 사건의 전개가 다소 복잡하고 관객의 몰입도가 높은 매체인 영화에서는 가상선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제한된 화면으로 인해서 간혹 무시되기도 한다.

이슬기 객원기자 | justice0527@daum.net

저작권자 2014.02.04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