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리더십

잭 스패로우 리더십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11. 3. 00:36

[김헌식] 잭 스패로우 리더십

리더십과 시스템사고

2008/03/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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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철학은 싸움을 열심히 하다가 도망가는 것이라고 현실적인 한계를 솔직히 말하는...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나 <코난>에서는 해적이 우스운 캐릭터이지만 대개 그들은 잔인하고 난폭하게 그려진다. 피터 팬의 후크 선장이 해적의 전형일 것이다. 스티븐슨의 소설 <보물섬> 해적 선장 애꾸눈 잭과 <피터팬>의 후크를 볼 때 해적은 악당중의 악당이다. 또한 해적하면 손이나 다리가 없거나 애꾸눈이다. 갈고리에 의족, 얼굴의 흉터는 해적깃발과 함께 위압적으로 악당의 기운을 뿜어낸다.

 

물론 악당형 해적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우주선장 하록>에서 하록선장(captain Herlock)은 아르카디아 호를 타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싸운다. 무표정이지만 속은 따뜻한 남자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다.

 

드라마 <해신>에서 염장(송일국 분)은 비극적 사랑의 주인공으로써 더욱 사랑을 받았다. 태어날 때부터 해적이었던 태생적 한계때문에 결국 악당으로 좌절하는 캐릭터였다. 물론 이러한 캐릭터는 복합적이라기보다는 일면적이었다. 이제 해적의 캐릭터는 복합적이며 다면적이다.  

<캐리비안 해적 3>은 그야말로 해적 캐릭터의 전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연 돋보이는 캐릭터는 잭 스패로우다. 그는 기존의 해적 캐릭터를 모두 뒤집은 21세기 캐릭터의 총아다.

 

잭 스패로우는 약탈과 폭력을 일삼은 해적과 다르다. 그는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폭력을 사용할 뿐이다. 또한 부드러운 폭력이다. 아울러 그의 손짓은 여성의 몸짓과 닮았다. 몸이 경직되어 있거나 군림하는 모습이 아니라 부드럽고 유연하다. 여성성을 가미하고 있기 때문에 크로스 섹슈얼리티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때에 따라서는 흐느적거리는 연체동물 같다. 거칠고 위압적인 해적과 다른 모습이다. 그 유연성은 사람을 대하는 면뿐만 아니라 싸움을 하는 데서도 드러난다. 돛대와 돛대 사이를 줄타기를 통해 오가며 중요한 결투와 위기 탈출을 이루어낸다.

 

비록 해적이지만, 주인공이라면 으레 의협심이나 정의감에 투철할 것 같다. 영화는 우악스러운 괴력의 소유자이거나 현란한 무예의 소유자라는 설정을 통해 영웅적인 모습을 부각시키지도 않는다. 인위적으로 신념이나 가치를 내세우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해적의 철학은 싸움을 열심히 하다가 도망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적의 현실적인 한계를 솔직히 말한다. 의적들이 일삼듯이 권력과 가진 자들에 대한 분노를 내쏟지도 않는다. 자신의 해적 행위를 의로운 행위로 합리화 하지 않는다. 비열한 것 같지만 용감하고, 기회주의적인 듯싶지만, 정의롭다.

 

삶의 태도는 고단수다. 농담을 즐기고 항상 낙천적인 사고방식을 통해 위험에서 벗어난다. 삶을 달관한 자만이 할 수 있는 경지다. 해적 선장으로써 신화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해적 선장인데도 자신의 배하나 없다. 배라고는 조각배에 그 흔한 부하도 없다. 배와 부하는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다. 주류에 있는 것 같은데, 항상 비주류에 있다. 그럼에도 항상 그를 경외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고 결정적일 때 그를 찾는다.

 

잭 스패로우의 매력은 해적의 매력을 강화시킨다. 외롭고 춥고 배고프고 위험한 바다에 노출되어 있지만, 권력과 제도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낭만적이다. 망망대해를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른 해적들이 많은 보물을 손에 넣지만 정작 자신은 물질적 소유욕에서도 자유롭다. 바다를 무대로 신출귀몰하며 기존의 권력을 교란한다.

 

요컨대 잭 스패로우의 리더십은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상황 대응의 사고적 유연성이며, 사람을 다루는 유연성이고 세계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유연성이다. 절대적 가치를 신봉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고쳐 나간다. 여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유머와 재치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한다. 경직된 해적들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전환시키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간다.

 

호령하거나 명령을 통해 사람들을 통솔하지 않는다. 항상 나긋나긋하게 말하지만, 그의 말은 위력을 지닌다. 권위주의적이지 않으면서 권위를 획득한다. 그러나 그 권위는 절대적이지 않다. 자발적 동의에 따른 권위이고, 당면한 과제 해결에 필요한 권위이다.

 

처음부터 예견이나 지레짐작으로 일을 망치지 않는다. 우선 부딪히고 본다. 생각하면서 행동한다. 행동하며 생각한다. 이론이나 쓸데없는 명분에 얽매이지 않으며 현실적인 논리에 따른다. 명성과 부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신의 업적을 신화화 시키거나 부풀리지 않는다. 이를 통해 진정성을 확보한다. 항상 기존의 권력이나 주류 질서에 영합하지 않는다. 새롭게 만들어가고 그것에서 벗어나 곧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그렇다고 거창하고 가식적인 대의와 정의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남을 구속하지 않는다. 조직과 권력에 연연해하지 않으니 오히려 그를 대단하게 여긴다. 강조하지 않아도 정의로워 보이는 이유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해적들과 국가에서 신화가 되었다. 물론 <캐리비안 해적>을 통해 대중의 영웅이요 지도자가 되었다.

 

십계중 하나는 ‘도둑질 하지 말라’다.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면, 정치인이 그의 리더십을 한번 고려해 볼 만하도 하다. 물론 해적은 해적이다. 정치인은 그래도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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