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김유신의 아름다운 변절 어떻게 볼 것인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9. 23. 07:15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덕만에게 충성을 맹세한 우직했던 김유신은 미실의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덕만은 슬픔의 눈물을 흘렸다. 김유신을 사랑한 덕만의 처지에서는 당연한 노릇이기도 하지만, 미실에게 자신의 가장 사랑하는사람을 빼았겼으니 낭패감도 클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김유신의 행동을 변절이 아님을 부각하려 했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김유신은 자신의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 미실의 사람이 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는 김유신의 일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 모른다. 신라에 편입된 가야계의 후손으로 1인자가 아니라 2인자로 오랜동안 숙여지내는 것이 개인적으로나 가야계로나 유리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의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굴욕을 감내하면서 정적에게 굽혔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드라마 선덕여왕의 문노와 대비된다. 문노는 자신을 굽히지 않고 미실의 편에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평생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김유신의 명분은 문노마저 감동시키고, 문노가 평생 일구어 놓은 것, 삼한지세를 김유신에게 주게 만든다. 물론 그 삼한지세는 원래 진지왕의 아들 비담에게 주려한 것이다. 김유신이 내세운 명분은 일견 타당하지만, 어떻게 보면 교묘하기도 하다.

자신의 세력, 그러니까 자신을 따르는 백성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는 것은 리더십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무슨 짓이든 이라는 것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미실과 같은 지배자들은 현실적으로 그 백성과 유신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정책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즉 김유신이 백성을 해하는 일을 시키거나 백성을 없애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함부로 백성을 위한다는 이유로 어떠한 일을 하겠다는 것은 거꾸로 백성을 죽이는 일을 미실과 같은 인물이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유신의 행동을 아름다운 명분으로  무조건 합리화 할수만은 없지 않을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김유신은 처세의 달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했기 때문에 가야계임에도 불구하고 신라에서 살아남아 사실상의 왕이 되었다. 그것은 한편으로 긍정적이면서도 위험한 것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신라가 원하는 무슨일이든 했을 것이며 그것은 때로는 자신의 세력인 가야계를 파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실은 비단 일부 정적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신라의 처지에서 가야계가 김유신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아름답게만 유신의 행동을 그릴 수 없는 현실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요점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를 볼 때 미실과 유신이 다를바 없는 것 아닐까? 다른 구도를 통해 선덕여왕은 이야기를 풀어갈수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