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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설마 이치로가 되는건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09. 4. 8. 10:42

국민 여동생 김연아와 문근영, 공적 이치로
-진정한 승자와 국민 스타의 격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변변치 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스즈키 이치로(鈴木一朗). 그는 객관적인 성적이나 이력을 보면 뛰어난 선수임에는 분명하다. 그는 약관의 어린 나이에 프로야구에 뛰어들어 1994~2000년 7년 연속 퍼시픽리그 타격왕이 되었다. 그는 이러한 성적으로 2001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곧 그는 타격왕, 최우수선수, 신인왕에 올랐다. 그는 초반에만 좋은 성적을 낸 것이 아니었다. 2008년까지 8년 연속 200안타, 3할 타율, 100득점을 기록했고, 여기에 도루 30개 이상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적 때문에 이치로는 올스타전 출전과 골든글러브 수상도 연이어 거머쥐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공격, 수비, 주루의 삼박자를 갖추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는 비난을 넘어 혐오의 대상임은 말할 것이 없다. 이치로를 비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으로 비치기 까지 했다. 이번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이치로를 3연속 땅볼로 처리해 발을 묶은 봉중근은 안중근 의사로 격상되었고, 그에게 안타를 맞고 우승을 놓치게 했다는 임창룡은 일부 네티즌들에게서 마치 역적 취급을 받았다.

이치로가 공적이 된 것은 주지하다시피 이른바 그의 ‘30년 발언’ 때문이었다.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해주겠다.”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치로가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이 말이 본래는 “앞으로 30년간 일본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열심히 하겠다”였다.

어쨌든 이치로가 공적이 되고, 반일 감정을 일으킨 것은 이른바 안하무인의 교만함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은 실제 실력과는 관계없이 악한 행동으로 보이고 미웠다. 결국 이치로는 진정한 실력을 갖추고 그것에 맞는 승자의 품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의 말이 오해를 샀건 아니건간에 대중스타는 빌미를 줄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에 한 신문은 김연아가 자신의 연습을 방해하는 일본 선수들(아사다 마오 포함)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은 진정한 승자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했다. 그런 행동이 일본 언론들에게서 불필요한 민감한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물론 김연아의 인터뷰를 무분별하게 보도한 매체의 책임도 있지만 결국 그 발언을 한 김연아에게 화살이 모아졌다.

조심해야할 부분은 이뿐만이 아니다. 김연아 선수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그녀의 패션이 매체 상에서 화제가 되는가 하면 옷과 신발이 유행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야구와는 다르게 개인에게 주목되는 종목의 특징만이 아니라 은반위의 여왕이라는 실존적 상징은 동일시와 선망 감정이입이라는 대중욕구를 잘 반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그녀는 우유, 화장품, 전자,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14개 이상의 광고에 출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들어서 최근 김연아 안티 카페가 10여개 생겼다. 김연아 선수가 광고에 너무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란다. 마치 돈만 밝히는 이미지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물론 김연아가 광고를 직접 수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뒤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배우 문근영은 한동안 국민여동생으로 등극하며 각종 CF를 섭렵했다. 매일 매시간 광고 전파를 탔다. 한 프로그램의 앞뒤로 나왔다. 그녀는 곧 식상해졌다. 그리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장점은 순수함이었다. 자주 노출될수록 순수함은 가시기 마련이다. 순수함은 희소성과 비례한다. 여기저기 나오지 않는 곳이 없다면 가치는 떨어지고 애초의 순수성도 의심된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가장 피해를 본 이는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다. 2008년 그녀는 23위에서 무려 91위로 하락했다는 조사결과도 있었다. 김연아의 매력은 바로 순수함, 때 묻지 않은 이미지다. 여기에 더해서 열심히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결과물 없이 이미지만 팔면서 광고를 남발하는 다른 대중스타와는 다른 점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광고를 남발하는 가운데 문근영처럼 언제든지 밀려날 가능성은 있다. 많은 광고와 매체에 노출될 수록 순수성은 사라지고, 닳고 닮은 식상함만이 남는다.

지금 김연아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지 관리일 것이다. 대중연예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관리는 필요 없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지 관리를 못했을 경우, 아무리 실력이 있고 경기에 성실히 임한다고 해도 부정적인 영향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다.

피겨선수가 이렇게 한 나라를 들썩일 정도로 좌지우지 하는 것은 유럽이나 미국인의 기준으로 보아서는 비정상적이다. 그들에게 흥미와 인기를 잃은 종목에서 한국인들이 그렇게까지 주목을 하는 것은 기업 광고 담당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어쨌든 이치로와 김연아, 문근영은 대중 스타의 격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점을 준다. 교만하지 말고 겸손해야 하며 승자다운 아량과 포용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칫 상품화와 수익성에 매몰되는 듯한 가벼운 처신의 이미지에 포획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순수성에 따른 희소성을 지켜야 한다.특히 스포츠 선수는 이점에서 일반 대중 스타보다 더 유의해야 한다.


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