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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VS 차주영, 궁중 사극 대 탈(脫) 궁중 사극의 승자는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25. 2. 16. 14:03

글/김헌식(중원대학교 특임 교수, 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 평론가)

 

김수현 주연의 해를 품은 달을 시작으로 한동안 세자를 중심에 둔 사극이 인기를 끌었다. 세자와 나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준호 주연의 옷소매 붉은 끝동은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2024년에도 수호의 첫 사극 도전극이었던 세자가 사라졌다.’도 이런 세자중심의 사극이었다. 한동안 세자 중심의 사극도 분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2024우씨왕후를 시작으로 2025년에는 원경이 방영되는가 하면 옥씨부인전이라는 사극까지 시청자를 찾았기 때문이다. ‘우씨왕후는 드물게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원경이나 옥씨부인전과는 다른 작품으로 보인다. 하지만 궁궐 사극이라는 점에서 우씨왕후원경은 같다. 하지만, ‘옥씨부인전은 궁궐 사극을 벗어나 이른바 탈() 궁궐 사극을 지향한다.

 

탈 궁궐 사극은 일단 주인공 자체가 왕실과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궁궐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거리를 둔다. 청수현이라는 지방의 고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반해 궁궐 사극의 특징은 주로 권력 찬탈이나 권력 강화를 둘러싼 다툼을 다룬다. 세자 사극도 궁궐 사극의 범주에서 묶인다. 세자 사극은 주로 애매한 위치의 세자가 온갖 압박과 갈등 속에서 성장하면서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궁궐 사극에서 여성 사극은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탈 궁궐 사극은 권력의 획득을 둘러싼 싸움이라기보다는 생존과 인권의 문제를 주안점에 두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주인공들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일단 원경옥씨부인전그리고 우씨왕후는 모두 여성 서사의 코드로 본다면 같은 범주로 묶을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여성 서사라고 해도 그 결은 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원경은 원경왕후 민씨의 주체적인 면모를 그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완벽한 여성으로 그려내면서 콤플렉스가 있는 태종 이방원을 넘어서는 인물이 된다. ‘우씨왕후는 역시 주체적인 여성으로 직접 전투도 마다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왕을 선택하기까지 한다. 궁궐이라는 공간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더 능동적이고 진취적이다.

 

옥씨부인전에서도 주체적인 여성이 등장하기는 마찬가지인데, 그 결은 좀 더 많이 다르다. 여자주인공 구덕이는 일단 노비이기 때문이다. 구더기는 천하다는 노비 신분에 갇혀 있지만, 뛰어나 글솜씨에 운동신경, 지적 능력, 임기응변 능력이 뛰어나 외지부(外知部)로 활약한다. 조선판 변호사와 같은 외지부로서 힘없고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법률 해석과 변호를 통해 활약하는 구덕이는 전문적인 직업인으로서 활약을 보여주는 셈이다. 외지부(外知部)12세기 고려의 도관지부(都官知部)에서 갑오개혁 때까지 8세기 동안 실제로 존재했는데 사극에서는 제대로 다뤄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던 캐릭터였다.

 

세자 사극에서 서민이나 노비 출신의 궁중나인이 세자의 간택을 통해 사랑과 신분상승을 얻는다고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궁궐 안에 갇히고 지극히 개인적인 고군분투에 머물고 만다. 하지만, ‘옥씨부인전은 서민들 사이에서 활약을 하는가하면 단순히 민중 역사과에 머물지 않고 사대부와 노비를 넘어 통합적인 인간애를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요즘 부각이 되고 상호 구원 서사코드를 확인하게 한다. 특정 인물 한명을 부각하거나 강조하는 방식과는 다른 점에서 볼 수 있다. 시대적 트렌드 차원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다뤄내고 있는 점도 사극답지 않은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성소수자라고 하더라도 백성이고 민중이라는 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극은 당장에 주목을 받지 못하고는 한다.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우월한 신분의 주인공이 아닐뿐더러 공간 자체가 권력과는 거리가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옥씨부인전도 처음에는 이러한 점 때문에 한계로 작동하여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스토리라인의 전개와 촘촘하고 역동적인 내러티브의 전개 때문에 점차 주목을 받았고 해외에서도 반응을 끌어냈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 그리고 이것은 대중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궁궐 사극이 아니어도 충분히 국내외적인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억해야 할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