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국적법과 출입국관리법에 갇힌 유승준 사례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5. 5. 29. 08:31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유승준. 아프리카tv 화면 캡처.
유승준 측의 연이은 적극 공세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의 태도는 완강하다. 유승준의 국적 회복은 물론 국내 입국조차 불허해온 그동안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것도 무려 13년 동안 일관된 태도이다. 유승준이 대중적인 정서와 감성에 호소하고 있지만, 쉽게 그 뜻을 이룰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일반적인 다른 연예인들과는 다른 면이 많기 때문이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경우, 적절한 시점이 되면 복귀를 하는 것이 통례이다. 그러한 복귀는 대중미디어와 연예인 사이에 사람들의 정서적인 수용이 작용한다. 유승준의 경우 정서적인 거부 반응과도 싸워야 하지만 또 하나의 강력한 상대가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기관의 동의가 없이는 국내 입국조차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법무부와 싸워야 하는 유승준의 경우에는 이중적이면서 과중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법무부의 태도가 이렇게 완강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이런 정도의 읍소를 보여준다면 약간의 태도 변화를 예컨대, 입국 정도는 허용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번 유승준의 태도가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도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계속되는 유승준의 적극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쉽게 태도 변화가 이뤄질 것 같지 않은 것은 유승준이 첫 케이스이면서 매우 직접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우려하는 것은 선례를 남기는 것이다. 유승준은 국방부의 보증을 받은 상황에서 일본 공연중 미국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다시 한국활동을 요구해왔다. 본래 군대에 입대해야할 이들은 장정으로 해외 여행을 갈 때는 보증 없이는 불가능하다. 유승준은 국가 기관의 보증을 이용하여 병역을 도피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만다. 아마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유승준 측은 간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반 한국인의 경우에는 범죄행위인데 미국 시민권을 쉽게 가질 수 있었던 유승준은 단지 개인의 선택으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났지만 이를 대하는 관점은 여전히 온도차이가 있다. 유승준은 자신의 개인 차원에서 선처를 바라고 있지만 법무부같은 국가기관은 전체적인 효과와 결과를 더 생각하고 있다. 만약, 유승준을 받아준다면 제2, 제3의 유승준 사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음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병역기피와 도피가 많아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해와 시민권자들의 모럴 헤저드를 우려하는 것이다. 

공공조직과 정책에서는 선례를 남기는 것만큼 꺼리는 일도 없다. 선례를 잘못 남기면 두고두고 오명을 뒤집어 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정책 효과와 결과 때문에 그 결정을 내린 조직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물론 그 비슷한 사례들 때문에 두고두고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리 원칙을 고수하는 정책 재량행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기속행위인 경우에는 더욱 강고한 입장을 표명하게 된다. 

더구나 유승준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이 된 유명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파급효과나 후폭풍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많은 이들의 정서에서 유승준의 국적 회복이나 국내 활동은 용인될 수 없는 측면이 강하다. 더구나 병역만큼 민감한 사안도 없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물론 특히 연예인에게는 더욱 엄격하다. 유명인의 경우에는 대중적인 모방을 더욱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승준은 국내 복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를 위해 전략기획팀을 꾸리거나 아웃소싱 매니지먼트조직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번의 적극적인 태도도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유승준의 개인으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개인이 그 잘못을 사후에 다른 과정을 통해 속죄할 수도 있고 이를 통해 회복하는 절차를 설정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절차와 과정은 정책 당국에게는 모험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러한 모험을 애써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유승준은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을 때처럼, 개인적인 관점에서 다시 복귀를 희망하고 있지만 한국정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어떻게 같이 그 해법을 모색할 지 그 태도가 아쉬운 것은 여전하다. 즉, 대중적인 호소를 통해 국가기관을 설득하려는 전략은 쉽지 않을 것이다. 국가기관이 무엇을 고민하고 우려하며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그 해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입장이나 의지의 실현만을 강변하고 있으니 말이다. 

글/김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