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구미호와 이승기는 행복했을까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07

<김헌식 칼럼>구미호와 이승기는 행복했을까

 2010.10.04 09:33

 




[김헌식 문화평론가]대중문화계에서 남성 캐릭터를 두고, 하나의 논쟁이 될 수 있는 것이 이승기다. 이승기가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해 인기 있을 당시에는 예측하지 못할 지속성이다. 이승기를 잘 표현한 단어가 '허당'이다. 허당이라는 말은 '기대불일치'에서 비롯한다. 대개 일하는데 이러한 말이 사용되면 헛일이라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사람에게 사용되면 속이 꽉 찬 사람인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진지하고 속이 깊은 줄 알았더니 철이 없고 가벼운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면 대개 이런 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허당 이승기'는 KBS < 1박2일 > 에서 비롯했다.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개 스타나 연예인들의 인간적인 면을 이끌어내면서 시청자의 주목을 받는다면 허당이라는 말이 이승기에게 붙은 것은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사실 그는 데뷔 즈음 일부러 기획적으로 그런 컨셉을 잡았다는 말도 했다. 이는 부잣집 아들처럼 보이는 전략이다.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일상사를 헤집기 때문에 당연히 본연의 모습이 등장한다. 철이 없고, 가벼운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비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허당 도련님이라고 하는 게 낫겠다. 

드라마 < 찬란한 유산 > 에서 허당 도련님 캐릭터는 떵떵거리는 설렁탕 프랜차이즈 업체 회장의 손자로 등장했다. 집안의 부를 등에 없고, 거칠 것 없이 행동하던 선우환(이승기)은 결국 허당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겉으로 큰소리치는 것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한없이 여린 심성을 소유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매우 치밀한 것 같지만 속으로는 한참 비어있는 사람에 불과했다. 허점이 많으니 실수가 많았다. 무엇보다 집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행태 때문에 세상 물정을 모른다. 이점을 여자 주인공 고은성(한효주)이 지적하고 채운다. 

드라마 <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 에서도 이러한 캐릭터는 계속 이어진다. 차대웅(이승기)은 부잣집 도련님으로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와 고모 슬하에서 자랐다. 대개의 경우, 부모와 아들의 관계로 설정이 되는데 비해 대개 부모가 부존한다. 이승기를 둘러싸고 조부모와 손자로 설정되는 것은 이점은 바로 귀엽고, 어리광을 부릴만한 캐릭터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화를 내어도 전혀 화를 낸 것 같지 않은 맛이 여기에서 발생한다. 한편으로는 겉으로 보기 보다는 일종의 결핍과 허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런 캐릭터가 계속 인기를 유지하면서 드라마 캐릭터로까지 생명력을 가지는 것은 그것을 선호하는 대중욕망의 심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현실에서 이러한 남자가 있었으면 하는 것이 여성의 대중심리일지 모른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통제가능성을 통해 목표 획득이 용이하기 때문에 선망되는 캐릭터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쉽게 행동에 옮긴다. 이는 이성을 판단하고 선택할 때도 여전히 적용된다. 만약 이승기가 부잣집 도련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선택되지 않았을 것이다. 돈이 많은 집 자제인데 허점이 많다는 것은 통제가능성을 의미한다. 만약 부잣집 자제이면서 치밀하고 빈틈이 없는 성격의 소유자라면서 덜 선택될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이러한 유형은 현실적으로 마마보이나 파파보이 심지어 그랜드마마보이일 수도 있다. 어리광의 수준, 유아적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반항과 주체적 행위가 강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는 강력한 대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자신을 주목해주기를 바라는 심리에서 비롯한다. 고은성(한효주)에게 대항한 것은 자신을 외면하는 할머니에 대한 배신감이었다. 자신을 외면하는 부모에게 울어대는 아이와 같았다. 

드라마 < 찬란한 유산 > 에서도 결국에는 할머니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만다. 드라마 <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 > 에서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그 이후에 과연 어떤 광경에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마도 미호(신민아)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통해 이혼에 이르렀을지도 모른다. 부잣집 자제 중에 파파보이나 마마보이가 많은 것은 통제가능한 남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형의 부자일 경우에는 더욱더 자기 통제력이 강하기 때문에 자기자식도 그렇게 통제력안에서 양육한다. 그러한 방식은 아들이 결혼해도 마찬가지고, 며느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한편으로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부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식이 여성에게 휘둘리게 한다면, 밖에서 들어온 여성에게 집안 자체가 휘둘리게 될 것이다. 부잣집 도련님들은 이미 부모나 조부모에게서 컨트롤 당하고 있다. 그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남성에게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돈이 많으면서 통제가능한(이른바 착한) 남성을 선택했다가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결혼이 개인이 아니라 집안 선택과의 결합인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