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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의 충격과 공포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1. 2. 9. 19:37

<김헌식 칼럼>광저우아시안게임 개막식의 충격과 공포

2010.11.15 08:30

 




[김헌식 문화평론가]차이나의 문화적 전통을 생각한다면 한국에서 받아들일 만한 문화콘텐츠가 많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중국의 문화 콘텐츠 가운데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다. 만리장성을 가져올 수도 자금성을 떼어올 수도 없다. 

한국에 불었던 차 열풍도 이제 잦아 든 지 오래다. 무협지도 차이나 본토보다는 대만이나 홍콩의 신세를 지고 있었고, 이제는 한국에서 한국식으로 창작되고 있다. 사극영화 정도가 살아있는데 예전만 못하다. 스토리텔링의 차별성이 돋보이지 못한다. 사회체제 자체가 그렇게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저우아시안게임은 그러한 한계들을 일거에 부숴버린 느낌이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의 연장선상에서 문화적 저력을 실제 콘텐츠로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바로 개막식 공연을 통해 단적으로 드러난데 기인하고 있다. 개막식 공연은 바로 물을 소재로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 태양의 서커스 > 를 흉내낸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어느새 중국 수상공연의 계보가 산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더욱 광저우가 해양의 도시이기 때문에 이러한 공연양식을 기획했다고만 볼 수는 없다. 

장이모우 감독은 광서성 꾸이린 시에서 산수를 배경으로 한 공연을 기획 제작했다. 그것이 바로 < 인상유삼저 > 이다. 그 뒤에 운남성을 거쳐 항주의 < 인상서호 > 공연으로 이어진다. 한국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 인상서호 > 공연이다. 이들의 특징은 바로 물 위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다. 

무엇보다 그 물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다. 공연은 자연적인 강이나 호수를 무대 삼는다. 또한 배경은 자연 그대로의 산이거나 숲, 나무 등이다. 이는 전통적인 공연 양식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특히 인위적인 세트 공연장에서 벗어나는 혁신이다. 이 때문에 같은 물을 활용하는 < 태양의 서커스 > 와도 차별화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인상시리즈에 충격을 받아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상공연을 기획했다. 얼마 전에 끝난 세계대백제전에도 무려 두 편의 수상공연이 기획 공연 되어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공주의 < 사마이야기 > 와 부여의 < 사비미르 > 가 그것이다. 두 작품은 모두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 한 조사에서도 가장 차별화되는 콘텐츠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두 작품은 수상공연이라고 할 수 없었다. 수변공연이었기 때문이다. 즉 물위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물주변에서 했다. 더구나 < 사비미르 > 는 산수공연의 특징을 잘 살리지 못했고, 자연을 배경으로한 야간 조명효과의 매력을 부각시키지도 못했다. 심지어 뒷배경으로 낙화암이 존재하는데도 알지 못하는 관객들의 안타까움도 있었다. 낙화암은 꾸이린의 신선이 노닐었다는 산들이 흉내낼 수 없는 역사문화적 사연을 가지고 있는데 그 강점을 살리지도 못하고 말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공연도 자연을 배경으로 한 산수공연과는 거리가 멀다. 인위적인 세트무대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인상 시리즈같이 설화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다. 광저우 지역의 특성을 살려냈다. 하지만 차이나의 역사문화적 특징을 잘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인상 시리즈와 공통적이다. 인상 시리즈와 같은 것은 집단의 군무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주의적인 특징이라고 낮추어 말한다면 저차원일수 있겠다. 그것은 개인의 이기주의와 타산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는 이루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상 시리즈는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주민의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단순히 간접효과만 예상할 수 있는 지역축제와도 차별 된다. 광저우 아시안게인 개막식이 이러한 지역성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주요한건 자연과 인간을 배경으로한 '넌버벌 퍼포먼스'를 갈수록 진화시켜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하간 이는 하나의 사례이다. 하지만 단순 사례로 치부하기에는 사소하고도 치명적이다. 우리가 한류의 문화콘텐츠만을 부각할 때 중국은 문화후진국의 불명예를 벗어나 나름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차이나가 문화적으로 뒤져 있다는 인식은 컴플렉스로 작용해왔다. 한국도 그러한 차이나의 성장에 이제 자긍심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면에서 우리는 우리의 특화를 추구해야 한다. 

< 사마이야기 > 와 < 사비미르 > 는 수변공연이라는 창조적인 면이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이 점이 국제적으로 독보적이 될 수는 없다. 상설 공연화하기 위해서는 난제가 많다. 지역경제와의 연계성이나 지역 주민의 삶과도 분리되는 측면이 있다. 차이나의 지역 주민과의 연계성을 살리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는 그러한 공연을 만들려면 북한 주민의 도움을 받아야할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희망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북이 함께 하는 공연이 DMZ공연으로 이어져야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그것은 남북교류협력의 차원이기도 하지만 독보적인 콘텐츠를 위한 초석이고 이는 경제적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실질적 상징적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