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공약의 놀이화는 왜?

부드러운힘 Kim hern SiK (Heon Sik) 2012. 9. 21. 13:08


본래 공약은 정치인의 전유물이었다. 내가 당선되면 무엇을 하겠다. 무엇을 해주겠다는 내용을 담는다. 하지만 최근의 공약은 스타들 사이에서 팬과 나누는 또하나의 이벤트이면서 그자체가 놀이화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대개 공약하면 정치인을 떠올리게 되는데 정치인과 이런 스타들의 공약은 물론 다르다.

정치인이나 스타나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미래의 약속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대체적으로 사람을 얼마나 모으면 공약 실행이 된다. 예컨대 일정한 관객 수가 그렇다. 시청률도 결국 사람들을 콘텐츠 앞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다.

정치인은 많은 사람들을 자신에게 투표하도록 해도 상대후보보다 단 한표라도 적으면 공약을 실행할수 없다. 사람들을 불러모으기만해서는 안된다. 그 정치인의 선호도는 경쟁자에 다른 이들의 선호도가 얼마나 되는가에 좌우된다.

그러나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 주변부에 있는 이들은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것에 공약을 내걸 수있다. 예컨대 정치 참여를 위한 선거 득표율이 어느정도 이상에 오르면 일정한 퍼포먼스를 하는게 대표적이다. 투표율이 70%를 넘으면 정치인이나 교수들이 머리를 염색하거나 옷을 벗고 춤을 추겠다고 하는 것은 이에 해당한다.

이는 평소에 하기 힘든 일탈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동이다.

영화계에서는 500만,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 팬을 업거나 뽀뽀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도둑들>이나 <나는 왕이로소이다>들이 그러한 예이지만 모두 관객수에 따른다. 텔레비전은 시청률인데 최근에 박정아가 30%를 넘으면 달라붙는 예전의상을 입고 댄스를 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신민아는 15%를 넘으면 한복을 입고 비욘세의 싱글 레이디춤을 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김재원은 상반신 탈의후 근육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일종의 게임의 상호작용성과 닮아 있다. 일정하게 점수를 채우듯이 사람수등을 채우면 대상자가 일정한 행위들을 보여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노출이 키스는 바로 성인콘텐츠 게임을 연상시킨다. 물론 가벼운 유희성을 통해 대중적 주목을 끄는 점이 다를 뿐이다.

여기에는 기존의 대중문화적 소통 코드와 다른 점이 있다. 이전에는 시청률이나 관객동원 성공뒤에 배우나 스타들이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보답을 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이러한 공약을 통해 사전 약속으로 보답을 내거는 모양새가 되었다. 당연히 성원에 대한 응답이다. 물론 이러한 행태들이 예전에도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공약이라는 형태더 범주화 하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총선과 대선의 계절에 맞게 이러한 공약의 개념이 적극 부각된 탓이기도 하겠다. 무엇보다도 이제 스타와 대중의 관계는 신화와 인간이 아니라 인간대 인간의 관계로 이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결볼 점도 있을 것이다. 신은 거리를 두고 있어야 하지만 이제 스타난 신이 아니므로 사람과 접촉을 많이 할수록 오히혀 인간의 부름과 선호에 적극적으로 반응과 보답을 해야할 상황이 되었다. 물론 그 보답은 경제적이나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고 즐길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럴수록 서로의 상호 신뢰를 넓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연예인들의 공약은 꼭 지켜져야 하기 때문에 정치인과 다르다. 정치인들이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들은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관행화되어 있고 이에 대한 책임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다음 활동이나 행보에 치명적인 장애가 되기 때문에 스타들은 반드시 공약을 지켜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그러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낙천 낙선운동이 있었지만 공약 이행정도에 따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만약 연예인들처럼 꼭 지키게 만들려면 정치인들이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경우 활동에 제약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들이 공약을 저버리는 것이 정치적 생명과 연결되어야 하는 것임이 인식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스타들이 공약을 그대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지킬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자기들이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면 이미 공약의 단계부터 이미 아웃의 대상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공약의 남발을 오히려 더 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정치인들이 비록 공약의 놀이화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물론 스타들이 구사하는 유희화, 놀이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정책 공약이 아니라 선서 투표율에 관한 공약적 퍼포먼스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선거의 참여와 민주주의 활성화를 하는데 중요하므로 관계가 없을 것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